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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사체 분석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주요 특징은

입력 2020-04-10 08:46 수정 2020-04-10 08:46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김빛내리 단장 등 연구 결과..하위유전체 RNA '9개(기존 10개)' 실험적 입증..하위유전체 RNA 재조합 현상·메틸화 확인

국내 연구진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모든 RNA전사체를 분석해 유전자지도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진단의 정확도 향상과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하위유전체RNA가 기존 연구(10개)와는 다른 9개임을 입증했으며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바이러스RNA의 메틸화와 같은 화학적 변형도 확인했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과 장혜식 연구위원, 국립보건원은 공동연구를 통해 코로나19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모든 RNA전사체를 분석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날 생명과학 분야 권위지인 셀(Cel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The architecture of SARS-CoV-2 transcriptome. DOI: 10.1016/j.cell.2020.04.011)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DNA가 아닌 RNA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투해 유전정보가 담긴 RNA(유전체 RNA·genomic RNA)를 복제하는 한편 유전체RNA를 바탕으로 다양한 ‘하위유전체 RNA(subgemomic RNA)’를 생산(전사)한다. 이 하위유전체는 바이러스 입자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단백질(스파이크, 외피 등)을 합성하며 복제된 유전자와 함께 숙주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룬다. 이후 세포를 탈출해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킨다.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의 총합이 ‘전사체(Transcriptome)’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나노포어 직접 RNA 시퀀싱, 나노볼 DNA 시퀀싱)을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전사체를 모두 분석했다. 나노포어 직접 RNA 염기분석법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매우 긴 RNA 염기서열을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직접 분석할 수 있다. 반면 ‘DNA 나노볼 염기분석법’은 염기서열을 한 번에 분석할 수는 없지만 높은 정확도와 대용량으로 분석할 수 있어 정확도가 낮고 적은 용량을 분석하는 나노포어 직접 RNA 염기분석법을 보완한다.

지금까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체RNA는 ORF1a, ORF1b, ORFS, ORFE, ORFM, ORFN, ORF3a, ORF6, ORF7a, ORF7b, ORF8, ORF10으로 구성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또한 기존 연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체RNA정보를 기반으로 유전자의 위치를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체RNA로부터 생산되는 하위유전체RNA를 실험적으로 규명했으며 각 전사체의 염기서열(유전정보)을 모두 분석해 유전체RNA상에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냈다.

구체적으로 하위 유전체RNA가 9개(ORFS, ORFE, ORFM, ORFN, ORF3a, ORF6, ORF7a, ORF7b, ORF8)만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기존에 존재할 것으로 예측된 하위유전체RNA 1개(ORF10)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하위유전체 RNA를 정량적 분석한 결과 ORFN이 가장 많았고 이어 S, 7a, 3a, 8, M, E, 6, 7b 순서임을 확인했다. 특히 N gene(ORFN)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모든 하위유전체 RNA의 3’에 공통적으로 겹쳐 위치하고 있다. N gene이 감염세포 내에서 다른 종보다 높은 카피수로 존재해 코로나19 분자진단키트의 타깃 서열로 유용하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재확인됐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유전체RNA 및 하위유전체RNA 구성, 바이러스 입자 구조의 모식도.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 수십여 종을 추가로 발견했다. 또 융합, 삭제 등 다양한 형태의 하위유전체 RNA 재조합도 빈번하게 일어남을 확인했다. 하위 유전체 RNA 재조합은 AAGAA 모티프(motif)를 포함한 AAGAA유사 모티프(AAGAA-like motif)에서 주로 관찰됐으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게놈의 28,500~29,500 부위(region)에서 특히 빈번하게 일어났다. 긴 바이러스 전사체인 gRNA, S, 3A, M은 짧은 RNA인 6, 7a, 7b, 8, N보다 더 자주 변형이 일어났는데, 이는 RNA 종에 따라 특이적인 변형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연구팀은 바이러스 RNA에서 메틸화와 같은 화학적 변형(최소 41곳)을 발견했다. 전사 후 RNA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생화학적 변화는 후성전사체(Epitranscriptome)라 한다. 전사 이후 변형된 RNA들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특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번에 발견한 변형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생활사와 병원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빛내리 단장은 “새로 발견한 RNA들이 바이러스 복제와 숙주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작용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또 RNA의 화학적 변형은 바이러스 생존 및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RNA들과 RNA 변형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때 새롭게 표적으로 삼을만한 후보군”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세밀한 지도를 제시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증식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