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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항암치료제 '티벡(T-VEC)' 뭐길래...

입력 2016-06-22 10:15 수정 2016-06-22 10:15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은진 기자

암젠, 작년 10월 출시..면역항암제에 대한 폭발적 관심 촉발

바이러스를 이용한 면역항암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폭발적인 관심은 암젠이 출시한 항암제가 촉발했다. 바로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치료하는 항암제 '티벡(T-VEC)'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작년 10월 이 항암제에 대한 시판을 허가했다. T-VEC의 제품명은 ‘임리직’.

바이러스 항암치료제 '티벡(T-VEC)' 뭐길래...

일찍이 세상에 없었던 바이러스를 활용한 면역항암제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이다. 기존 항암제는 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암을 억제했지만 억제과정에서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별하지 못해 부작용을 유발했다. 반면 T-VEC은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인체내 면역체계를 자극해 스스로 암을 이겨내도록 만드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기업인 신라젠의 바이러스 항암치료제 '펙사벡'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작용이 가능한 것일까.

T-VEC의 치료원리는 이렇다. 병원성이 없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한 '헤르페스(herpes) 바이러스'를 암세포 부위에 국소 주사하면 바이러스가 암세포 내에서 증식하게 된다. 주입된 바이러스가 과다증식해 암세포 덩어리를 터뜨리고 나오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GM-CSF가 흘러나와 수지상세포와 결합한다. 이 때 수지상세포는 감염이나 종양으로 발생한 비정상 세포를 인식해 면역세포에 정보를 전달, 면역계가 스스로 종양을 공격하도록 돕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T-VEC의 단일 투여시에는 GM-CSF를 투여한 환자보다 4.4개월가량 더 생존했고 11%의 환자에서 종양 소실이 일어났다.

그런데 시판후 추가 연구과정에서 더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T-VEC을 병용요법으로 활용했더니 치료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1년 FDA의 승인을 받은 항암 면역관문억제제(Immune-checkpoint inhibitor)인 '예르보이'와 병용투여했을 경우다.

면역세포는 외부의 단백질이나 감염된 세포를 인식해서 공격할 수 있지만 과도한 면역반응을 막기위해 면역체계의 감시를 받는다. 그런데 암세포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면역세포가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면역세포의 수용체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킨다. 암세포에는 인체의 면역기능이 작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병용요법의 어떤 작용이 놀라운 효과를 도출한 것일까. 예르보이가 먼저 면역세포에 달라붙으면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키는 게 어려워져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T-VEC까지 합세해 두 방의 펀치를 날리면 암세포가 나가떨어지는게 아니냐는 설명. T-VEC과 예르보이를 병용투여한 임상1상 결과, 종양 크기가 줄어든 환자는 56%였으며, 종양이 완전히 소실된 환자는 33%에 달했다.

이처럼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고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2단계의 면역요법은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바이러스 항암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투여는 단일투여보다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했기 때문에 현재 T-VEC과 다른 종류의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투여하는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