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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균에서 DNA를 넘어'..백신의 진화, 어디까지?

입력 2016-06-27 10:32 수정 2016-06-27 10:32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은진 기자

DNA백신, 재조합 벡터 백신 등 주목

(▲세계보건기구 제공)

국내 바이오기업인 진원생명과학은 최근 美 관계사인 이노비오와 함께 세계 최초로 지카 바이러스 백신 임상 1상 승인을 받아 주목을 받았다. 지카바이러스는 치명적인 소두증을 유발하지만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은 보유한 DNA 백신을 활용해 지카 바이러스 예방에 도전한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은 전염병에 맞서 인체 내에서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면역방어를 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초의 백신은 18세기 제너의 천연두 백신으로 미생물의 병원성을 불활성화 시키거나 약화시키는 형태였다. 감염성이 있는 다양한 미생물이 발견되고 미생물이 가진 특성이 각각 다름에 따라 백신의 형태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알에서 태어난 생균백신

생균 백신에는 살아있는 세균이 들어 있어 접종하고 나서 일어나는 면역반응은 자연 감염에 가장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홍역, 볼걸이, 황열병 백신이 이에 해당된다. 병원성을 약화시킨 약독 백신(attenuated vaccine)을 사용하기 때문에 살아는 있지만 질병을 유발할 수는 없다.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만 따로 분리해 시험관 위에서 키우거나 동물의 유정란에서 지속적으로 배양한다. 주로 닭 세포에서 바이러스의 복제가 잘 일어나 닭의 유정란을 이용해 만든다. 사람이 아닌 숙주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는 인간의 면역체계에서 인식은 되더라도 사람을 숙주로 삼지는 못한다.

하지만 생백신이기 때문에 변종을 만들어 체내에서 복제돼 독성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생백신의 안전성이 신뢰할만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주어져야 시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균인듯 세균아닌 세균같은 사균백신

사균백신은 세균의 병원성을 제거했기 때문에 비활성 혹은 불활성 백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균의 병원성을 가열하거나 포르말린과 같은 화학물질로 비활성화 시키기 때문에 세균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질병유발이 불가능해 안전하다. 분류는 사균 백신에 들어가지만 바이러스가 죽었다기 보다는 비활성화가 됐다는 말이 더 적합하다. 하지만 생백신 보다는 면역반응이 약해서 면역유지를 위해서는 수회 접종해야 한다. 소아마비, A형 간염, 파스퇴르가 개발한 광견병 주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독소를 무독화시키는 변성독소백신

어떤 박테리아의 경우 박테리아 그 자체만으로 질병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Clostridium tetani'와 같은 박테리아가 내뿜는 신경독소에 의해 파상풍이 생긴다. 박테리아에서 분비되는 독소는 사균백신과 마찬가지로 열처리나 화학물질 등으로 처리해 비활성화 시켜 병을 유발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비활성화로 만들어진 독소 면역은 변성 독소(toxoid)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독소를 비활성화 시킨 것이지 박테리아의 형성을 불활성화 시킨 것은 아니다. 변성독소 백신에는 파상풍과 디프테리아가 있다.

◇필요한 항원만 조각조각 모아만든 구성단위(Subunit) 백신

구성단위 백신은 병원균의 단백질 중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켜주는 단백질 조각, 펩타이드를 구성단위로 만든 것이다. 면역반응에 필요한 항원만 합성해 만들었기 때문에 순도가 높고 안정적이지만 면역반응을 유도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생백신보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중요한 항원 조각을 모아 재조합해서 항원 분자를 만들어 백신으로 만든 것을 재조합 구성단위백신이라고 부른다. B형 간염 백신은 재조합 구성단위 백신으로서 효모에 B형 간염 유전자를 집어넣고 효모가 증식하며 생산한 항원을 모아 정제해서 만들어진다.

◇박테리아 잡는 결합(Conjugate)백신

일반적으로 면역세포는 병원체가 가진 단백질 조각을 인식하기 때문에 단백질이 아닐 경우 면역의 활성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다당류(Polysaccharides) 껍질을 가진 박테리아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에 다당을 결합시켜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킨다. 특히 2세이하의 어린아이는 다당에 대한 항체를 잘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뇌수막염, 패혈증은 결합백신이 필요하다.

◇유전정보를 이용하는 유전자 (DNA) 백신

아직 연구단계지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백신은 세균을 통째로 사용하지 않는다. 병원균의 세포 안에는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종양이나 병원균에 대한 항원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숙주 세포에 넣어주면 스스로 항원물질을 만들어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킨다.

병원균이 가진 특정 유전자 일부분만 들어있어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감염을 우려할 필요가 없으며 다른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들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유전자 백신은 다른 백신과는 달리 세포 내에 직접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전달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기천공법 등의 별도의 전달방법이 필요하다.

◇바이러스로 잡는 재조합 벡터 백신

유전자 백신과 유사하지만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벡터로 특정미생물 항원의 유전자를 재조합해서 체내로 전달하면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만큼 면역세포를 자극해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원리다.

벡터로 쓰이는 바이러스는 우두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들 바이러스는 이미 유전자 조작에 의해 병원성이 제거되고 필요에 따라 면역과 관련된 유전자 일부를 재조합 할 수 있다. 현재 수많은 과학자들이 에이즈, 암 등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기반의 재조합 벡터 백신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