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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의약품, 뇌질환 장벽 넘을 수 있을까?

입력 2016-06-30 08:18 수정 2016-07-13 15:02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BBB(혈액뇌장벽, Blood-Brain Barrier) 통과여부 관건

항체치료제가 처음 제안된 것은 1800년대 말이고, 실제로 제품이 출시된 것은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고 나서다. 하지만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는 항체의약품이 가지는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시장을 확대해왔으며,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경우 지난해 연 매출이 14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글로벌 의약품시장에서 매출 상위 블럭버스터 제품의 대부분이 항체치료제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항체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로 항체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져왔던 뇌질환에 대한 항체치료제 개발에 대해서도 로슈, 애브비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나서고 있다.

항체치료제를 이해하려면 우선 우리 몸의 면역기능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다양한 외부 물질의 침입을 받는다. 처음 보는 ‘바이러스 A’가 몸에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 몸은 어떻게 ‘바이러스 A’와 싸울까? 다행히 면역계는 선천성 면역이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 보는 물질을 알아보고 대항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름 그대로 자연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가 대표적인 예다.

면역체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다시 올 것을 대비해 ‘바이러스 A’를 기억하고 또 ‘바이러스 A'만을 공격하는 단백질을 만드는데 그것이 항체다. 즉, 몸 속에 특정 물질만 없앨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이렇게 항체가 가지는 ‘특이성’ 덕분에 현재 항체 의약품 개발이 뜨거운 사랑을 받는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바꾸는 기술로 유전자를 적당히 조작하면 원하는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항체에 적용하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항체가 '바이러스 A’가 아닌 우리가 원하는 ‘물질 X’와 결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항체 의약품을 가장 활발하게 개발 중인 분야가 항암 치료제인데, 기존 약물의 가장 큰 단점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었다면 항체를 이용한 항암제는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죽이게 되는 것이다.

항체 의약품은 다양성, 선택성을 가지며 한 번 주입하면 다른 약에 비해 변하지 않고 몸에 오래 머무는 장점까지 있다. 항체 의약품이 이렇게 놀라운 기능을 가졌지만, 제조∙분리 과정이 까다로워 신약 개발 기간은 평균 10년이 걸리며 1조 원의 돈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상위를 대부분 차지하는 블록버스터 제품이 많기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항체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뇌 질환을 치료하는 항체 의약품은 없었을까? 그것은 BBB(혈액뇌장벽, Blood-Brain Barrier) 때문이다. 대부분의 뇌 세포는 재생 능력이 없어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면역 작용이 활발하지 않다. 대신 BBB라는 탄탄한 1차 장벽을 가지고 있어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포함한 선택된 소수의 물질만이 BBB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뇌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를 만들 때 BBB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파킨슨 치료제인 L-DOPA도 도파민이 BBB를 통과하지 못해 넣어주는 도파민 전구체다.

우울증을 예로 들어보면 현재 상용화하고 있는 항우울제 프로작 크기는 300달톤(Dalton, Da) 가량이며 BBB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는 대략 400-500달톤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항체는 15만달톤 이상의 크기를 가지기 때문에 뇌 질환 치료제로 쓰기에 적절치 않았다.

이러한 뇌 질환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제넨텍은 항체가 BBB를 통과하는 다양한 생명공학적 방법을 모색중인데, 최근 Mark Dennis 제넨텍 엔지니어는 철분을 뇌로 운반하는 단백질인 Transferrin을 이용하여 항체를 뇌 안으로 넣는 기술을 개발했다. 두 가지 물질에 특이성을 갖는 이중특이성 항체(bispecific antibody)는 Transferrin에 붙어 뇌로 들어간 다음 타우 단백질을 억제해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브비, 제넨텍을 포함한 글로벌 제약사와 다양한 연구팀들이 뇌 질환을 치료하는 항체 의약품에 도전하고 있다. 애브비는 희귀 신경성 질환 환자 뇌와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축적되는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 신약 ‘C2N-8E12(ABBV-8E12)’으로 작년 FDA 임상 1상에 들어갔다.

일본 오사카시립대 의학연구과 토미야마 다카미 준교수 연구팀에서는 쥐에서 알츠하이머 초기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β-amyloid)를 억제할 경우 치매 증상이 완화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뉴욕 대학교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신경 세포에 쌓이는 알파시누클레인(alpha synuclein)를 억제하는 항체를 개발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