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사본문

[BioS 레터]신약개발 전 과정에 걸친 'AI 역할'

입력 2021-03-05 11:35 수정 2021-03-05 11:35

양현진 신테카바이오 상무

韓-英 인공지능 심포지엄 후기

영국 케임브리지 밀너치료학연구소(Milner Therapeutics Institute)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주최한 ‘한-영 인공지능 신약개발 및 타깃 디스커버리 심포지엄’이 지난달 22일~24일 총 3일간 온라인을 통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심포지엄 등록자 수는 450여명에 달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과 영국 양국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전문가 10명을 초청하여 인공지능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의 현주소와 전망을 심도있게 논의하고자 진행됐다. 특히 신약개발의 초기 단계인 표적 단백질 발굴과 치료제 후보물질 도출과정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도입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과 시판후 약물감시 사례 등이 소개되어 치료제 개발 전 과정에 걸친 인공지능의 역할을 다각도에서 균형있게 전했다.

이번 심포지엄 개최를 주도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재호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에 대해 “한국과 영국 양국 간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전문가 그룹의 학문적 소통과 연구성과 교류를 통해 차세대 신약개발 고도화 및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첫 걸음을 떼게 되었다. 향후 양국간 과학기술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신약관련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공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인류의 질병을 해결하고 건강을 증진하는데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국내 인공지능 신약개발기업 신테카바이오와 스탠다임도 심포지엄 연자로 초청되어 신약개발 산업계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전략을 전했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대학 및 연구소들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기관들로 빠른 속도로 축적되고 있는 방대한 양의 의생명·화학 연구데이터를 큐레이션하고 분석, 공개하여 인공지능 적용의 토대를 마련하고, 치료제 개발 프로세스의 혁신에 선도역할을 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과 인공지능 치료제 개발의 비젼을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며 얻은 통찰들이 앞으로 신테카바이오를 포함한 인공지능 신약개발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심포지엄 첫날인 22일에는 케임브리지 밀너연구소의 토니 쿠자리데즈(Tony Kouzarides) 연구소장의 인사말로 시작되어 밀너연구소 표적발굴 연구책임자로 역임 중인 레베카 해리스(Revecca Harris) 박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되었다.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남호정 교수 ▲밀너연구소 AI 연구센터장 한남식 교수 ▲스탠다임 구희정 박사가 강연을 맡았다.

남호정 교수는 표적단백질의 구조정보 없이도 표적단백질-약물간 상호작용(Drug-Target Interaction, DTI)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소개하고 이러한 인공지능 모델의 활용이 실제 대규모 약물 스크리닝(High-throughput screening) 단계에서 약물개발 기회를 높여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현재 다수의 인공지능 기반 치료제 후보 스크리닝 기술들이 단백질 구조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남 교수의 모델은 인공지능 적용이 가능한 표적 단백질 대상을 크게 넓혀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밀너연구소 한남식 교수는 인공지능 신약개발을 위해 설립된 밀너연구소 소개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체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분석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코로나19 약물재창출 후보약물을 발굴한 과정을 소개하였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 후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를 같이 고려하였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스탠다임 구희정 박사는 스탠다임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을 소개하며 표적 단백질을 발굴(Standigm ASKTM), 후보물질 디자인(Standigm BESTTM), 새로운 적응증 탐색(Standigm InsightTM)과 같이 치료제 개발의 초기단계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어 SK㈜ C&C와 공동으로 개발한 표적발굴 서비스 '아이클루 앤 애스크(iCLUE & ASK)'를 시연하여, 신약개발 단계에서 타깃을 찾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 있으며 특히 서비스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보다 개인화된 분석이 가능함을 전달하였다.

둘째 날 23일에는 한남식 교수와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MBL-EBI) 오픈표적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안 던햄(Ian Dunham) 박사가 공동좌장을 맡았다. ▲신테카바이오 의과학부 양현진 상무 ▲KAIST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 연구센터장·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상완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비영리기관 케임브리지 결정학 데이터 센터(Cambridge Crystallographic Data Center, CCDC) 대표이사(CEO) 유거 하터(Juerger Harter) 박사가 발표를 진행하였다.

신테카바이오는 표적 단백질-화합물 3차원 결합구조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시뮬레이션하고 인공지능으로 예측하는 '딥매쳐(DeepMatcherTM)'로 저분자 화합물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으며, '네오스캔(NEOscanTM)' 플랫폼을 통해 신생항원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계획임을 소개했다. 특히 실험 검증으로 네오스캔의 우수한 성능을 확인한 바 있어, 개인화된 항암면역세포치료제 개발을 계획중이라고 강조했다.

KAIST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상완 교수는 환자 맞춤형 신약개발을 비롯한 헬스케어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질병 프로세스 학습 기술과 질병모델 기반 자동실험 최적화 기술을 소개하였다. 유거 하터 박사는 신약연구개발에 성공적으로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CCDC가 세계 각국 연국자들로부터 기탁받아 운영중인 100만개 이상의 고품질 결정 구조 데이터베이스가 신약연구의 데이터센터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심포지엄의 마지막날인 24일에는 밀너연구소의 캐서린 챕먼(Kathryn Chapman) 부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박유랑 교수 ▲아스트라제네카 미셀 파텔(Mishal Patel) ▲유럽 생물정보학 연구소 (EMBL-EBI) 이안 던햄(Ian Dunham) 박사가 강연을 맡았다.

박유랑 교수는 국내 다기관 병원정보시스템 자료를 기반으로 면역항암제 부작용에 관련된 인공지능 모델 개발 결과를 공유하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미셀 파텔은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진행함에 있어 환자실사용데이터(Real World Data, 이하 RWD)의 중요하며 아스트라제네카에서도 임상시험 타당성 조사, 실시 기관 및 임상시험책임자 선정, 외부대조군(external control) 구성 등에 RWD를 적극적으로 활용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중 데이터의 통합분석이나 데이터의 편향 등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있고 이를 극복하는 데 인공지능 등 고도화된 통계분석기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연자를 맡은 이안 던햄 박사는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에서 개발하여 운영 중인 오픈타깃 플랫폼(Open Targets Platform)을 소개하였다. 오픈타깃 플랫폼은 질병연관 유전변이, 약물 활성 데이터, 문헌정보 등 폭넓은 의생명 데이터를 통합하여 신약개발 연구자들이 질환과 관련된 잠재 표적 단백질들을 손쉽게 탐색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강연 이후 이어진 패널 디스커션에서도 인공지능 적용과 관련한 주요 이슈들을 논의되었다. 논의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단연 데이터 확보였다. 양질의 학습 데이터 확보가 성공적인 인공지능 적용의 핵심 요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 또는 데이터 보안 등의 이슈로 인해 데이터 활용이 제한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수집 및 생산 방법에 따른 데이터간 편향 또한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충분한 양과 품질의 데이터 확보를 제한하는 요소로 거론되었다. 연자들은 공통적으로 데이터 공유와 연구자·기관 간 협력에 대한 열린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유럽연합(EU)과 글로벌 제약사가 공동 출자하여 운영하는 신약개발 데이터 공유 플랫폼 '멜로디(MELODY)' 프로젝트의 예와 같이 암호화 및 블록체인 등의 기술 적용이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또한 있었다.

협력의 중요성과 인재 양성 또한 주요 주제로 논의되었다. 성공적인 인공지능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컴퓨터 공학, 데이터 사이언스, 신약개발 등 여러 분야의 융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치료제의 개발이라는 동일한 목표의식 속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린 자세와 소통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더 나아가 융합 연구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유되었다. 10년이 채 안되는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 지금까지 지속적인 기술의 고도화와 점진적인 성과가 있었으며, 이러한 성과들이 이제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인공지능이 치료제 개발에 더 빠른 속도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가득한 전망들로 이번 심포지엄이 마무리 되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과 영국 간 연구자 교류활동과 과학기술협력을 증진을 위해 지원하는 한-영국 과학기술협력창구(Focal Point)사업의 일환으로 연세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한 밀너연구소는 케임브리지대학 의과대학 소속 연구소로, open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연구방법론들을 활용하여 신규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고자 2015년에 설립되었다. 특히 긴밀한 산-학-연 협력연구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GSK 등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해 세계 85개 기업, 대학, 연구소가 상호 협력하는 유럽 최대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바이오신약개발 클러스터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메디컬센터, 연세대세브란스병원,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JW중외제약 등이 컨소시엄 멤버로 합류한 바 있다.

▲패널 디스커션에서 연자들이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현재까지의 성과와 5년후 전망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케임브리지 결정학 데이터 센터(CCDC) 대표이사 유거 하터(Juerger Harter) 박사, 유럽 생물 정보학 연구소(EMBL-EBI) 오픈표적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안 던햄(Ian Dunham) 박사, KAIST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상완 교수, 케임브리지 밀너 연구소 토니 쿠자리데즈(Tony Kouzarides) 연구소장, 신테카바이오 의과학부 양현진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