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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게인, ‘고분자 치료소재’로 “글로벌 의료기기” 공략

입력 2021-09-02 10:19 수정 2021-09-02 18:51

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고분자' 활용한 의료기기, 탄탄한 화학기술력으로 제품 안전성ㆍ효능 뒷받침..'시판 3년만에 국내 점유율 90%' 달성한 엔게인의 제품개발 경쟁력과 전략은?

엔게인은 스스로를 ‘화학기술’ 기반 의료기기 회사라고 소개한다. 바이오제약 및 의료 분야에서 ‘화학기술’ 회사라고 말하면 대부분 신약개발이나 제약사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의료기기’라는 단어 역시 물리, 기계적 이미지에 가까워 ‘화학기술’과 ‘의료기기’를 접목시킨 엔게인의 컨셉은 생소한 면이 없지않다.

설립 초기 2012년, 엔게인은 하이드로겔(수화겔)을 활용해 환자의 체액으로부터 혈당 등 생체정보를 인식하는 센서를 개발중이었다. 예를들면 채혈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 등을 내놓고 싶었다. 그러면서 고분자 합성 화학기술분야에 빠지게 됐다. 고영국 엔게인 대표는 “초기개발 3년동안 고분자 합성 하이드로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엔게인의 축적된 고분자 화학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게됐다”고 말했다.

화학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국내시장을 조사한 결과, 고 대표는 맨 먼저 간암 치료용 색전재에 자사 고분자 합성 화학기술을 적용해보자는 시도를 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색전소재의 불편함을 엔게인의 신소재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만큼 엔게인의 화학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고 대표의 이 시도는 엔게인이 본격적으로 고분자 기반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첫 시작점이 됐다.

현재 엔게인의 리드 제품인 간암 색전재는 출시 3년만에 국내 점유율 90%를 달성했으며, 동남아 시장에서도 차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첫 시판 의료기기의 성공에 대해 고 대표는 “해외 다국적 회사들과 비교하면 엔게인은 규모도 작고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회사가 제품의 원천기술 및 제품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엔게인은 자체 화학연구소를 통해 의료기기로 활용할 수 있는 ‘고분자 치료소재’ 연구를 하고 있으며, 연구소의 핵심 연구인력 역시 화학관련 전공자로 고분자 화학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개발된 엔게인의 의료기기는 병원과 의사들로부터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단기간에 시장을 점유할 수 있게 만든 비결인 셈이다.

엔게인은 지난 2016년 시리즈A, 2017~2018년 시리즈B 그리고 2020년 시리즈C로 총 195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현재 기업공개(IPO) 준비단계에 진입했지만, 고대표는 IPO와 동시에 엔게인의 장기적 목표로 매출 1500억원을 달성을 위한 제품 라인업 강화를 계획했다. 엔게인은 5년안에 10개 이상의 의료기기 제품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엔게인은 이미 2개 제품을 출시한 상태이고 올해말과 내년에 출시할 제품은 현재 인허가 막바지 단계다.

그렇다면 엔게인의 고분자 화학기술이 적용된 제품 라인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고 대표는 엔게인의 제품라인을 이해하기 쉽게 ‘녹는 것’과 ‘붙이는 것’ 2가지 분야로 나눠서 설명했다. ‘녹는 제품’은 젤라틴(gelatin)을 활용한 색전용 의료기기, ‘붙이는 제품’에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를 활용한 접합용 의료기기로 구분할 수 있다.

간암색전용 국내시장 진출 3년만에 90% 시장 점유율..미국 유럽 시판준비중

엔게인이 첫번째로 개발에 도전한 분야는 간암 색전술에 사용되는 젤라틴 기반 색전소재(Embolic Agent)였다. ‘경동맥화학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은 간암 초기부터 말기 환자까지 모든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시술이다. 카테터를 통해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주입, 말 그대로 환자의 종양부위 혈관을 막아 항암제 이외의 물질이 암세포와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술이다. 혈관이 폐색되면 암세포로 산소, 영양분 등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암세포가 괴사하게 되며, 별도의 수술없이도 암을 치료할 수 있어 국내에서 표준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초기 국내 TACE는 대부분 겔패드 형태의 색전소재를 사용했다. 패드를 잘라 혈관안으로 집어넣어 혈관을 폐색시키는 방법으로, 이 경우 얇은 혈관의 폐색이 필요할 때 물리적으로 패드를 작은 사이즈로 자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던 해외 색전제품의 경우 안전성 및 효능에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기존 제품의 단점에 착안해, 엔게인은 젤라틴(gelatin) 소재를 선택해 파티클형 색전재 ‘이지겔(EGgel)’을 개발했다. 젤라틴은 체내에서 염증반응 없이 분해 및 흡수되는 생체분해성, 생체적합성 고분자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혈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색전소재로 높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었다. 또한 젤라틴 색전재는 카테터를 통해 혈관에 투여되면 혈관내에서 클로깅(clogging), 젤라틴 덩어리들이 혈관을 막아 혈관폐색이 일어나게 되는데, 젤라틴의 물성상 50µm굵기의 혈관까지 도달할 수 있어 기존에 겔패드로 불가능했던 얇은 혈관까지도 폐색이 가능했다.

이지겔이 기존 폐색소재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젤라틴의 ‘용해성’을 기반으로, 폐색 후 분해되어 혈관을 다시 개통할 수 있는 색전재로 반복시술이 필요한 TACE에 적합한 제품으로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국내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메드트로닉(Medtronic), 보스턴 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 쿡메디컬(Cook medical) 등의 제품이 미국에서도 TACE용 의료기기가 시판중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플라스틱, PVA 소재의 색전재로 혈관을 영구적으로 폐쇄하며 폐쇄 후 체내에 색전물질이 잔존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혈관을 영구적으로 폐색시킬 경우, 암세포의 신생혈관합성(Neovascularization)에 의해 새로운 혈관이 암세포 주변에 합성된다. 이렇게 합성된 혈관은 기존 혈관보다 가늘기 때문에 카테터 진입이 어려워 추가적인 치료를 진행하기 어렵게 된다.

이지겔은 혈관 폐색 후 3~4주 뒤, 젤라틴 성분이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되고 흡수되어 폐색된 혈관의 재개통(Revascularization)을 유도하게 된다. 동일 혈관을 통한 반복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은 이지겔 색전재가 갖는 강점 중 하나다.

기존 색전용 의료기기의 단점을 보완한 이지겔은 국내 간암 색전재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의사들로부터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으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엔게인은 학회 및 컨퍼런스에 참석, 제품에 대한 의사들의 접근성을 높였고, 임상의사들로부터 다양한 학술적 문의를 해결했다. 또 제품 사용후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제품을 개선함으로써 좋은 평가와 신뢰를 쌓은 점이 큰 차별점으로 부각됐다.

또한 종양에 따라 생성되는 혈관의 굵기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투여 젤라틴 파티클의 부피를 조절함으로써 9가지 종류의 다양한 사이즈로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 실린지 타입으로 개발되어 시술 중 핸들링이 편리하다는 점도 의사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고 대표는 ”이지겔은 현재 조영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전국 종합병원 91곳을 대상으로 판매중이며, 판매를 시작한지 3년만에 간암 색전술 제품 점유율 90%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내 성장에 힘입어 이지겔은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의 경우 미국 및 유럽보다 간암 환자가 많아 이지겔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엔게인은 지난 2017년 싱가폴의 트랜스메딕(Transmedic)과 이지겔의 동남아 지역 독점판매 계약을 시작으로 대만, 미얀마, 카자흐스탄, 몽골 등과도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유럽 의료기기인증(CE)을 확보한 후 미주 및 유럽시장 진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겔S플러스 9종

용해속도 다른 파생제품 개발, 만성통증 색전재 'IPZA' "세계 최초 개발"

엔게인은 첫 제품인 이지겔을 개발하면서 젤라틴의 화학적인 가교(Cross-linking)를 조절해 시술에 따른 젤라틴의 용해속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엔게인은 이를 응용할 수 있는 파생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만성통증을 혈관 폐색을 통해 치료한다’라는 컨셉은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이미 오래전 국내∙외 의료계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은 치료법이기도 하다. 만성통증의 발병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다양한 치료옵션에도 불구 여전히 통증이 남아 질환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를 만성통증으로 진단하게 된다. 병의 원인조차 정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질환을 색전술을 통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만성통증 색전술의 시작은 일본 의사 오쿠노 유지(Okuno Yuji)의 이론으로부터 출발했다. 오쿠노 유지는 만성 근골격계 통증부위에 기존에는 없었던 비정상적인 미세혈관들이 ‘과다혈관형성(hypervascularity)’ 과정을 통해 합성됐고, 그 주변으로 새로운 신경들이 생겨나며 통증을 유발함을 확인했다. 오쿠노 유지는 만성통증 부위에 합성된 비정상적인 혈관을 색전재와 항생제(IPM/CS)를 혼합해 투여함으로써 폐색을 유도한 결과,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확실히 낮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doi: 10.1016/j.jvir.2017.11.013). 혈관폐색을 통해 비정상 혈관과 연결된 세포에 염증성 사이토카인 유입을 감소시키고, 혈관 주변부위에 분포한 신경의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통증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오쿠노 유지의 실험은 만성통증 치료를 위한 색전술의 시초가 됐다.

오쿠노 유지가 혈관 폐색을 위해 환자에게 투여한 항생제는 내성 문제 때문에 인체에 계속 사용할 수 없어 이를 대체할 다른 색전물질이 필요했다. 엔게인은 이지겔을 기반으로 근골격계 만성통증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색전재 개발에 나섰다. 이지겔의 젤라틴 파티클은 이미 생분해성 및 안전성을 모두 확보하고 있었으며, 주입 후 3~4주동안 혈관을 지속적으로 막을 수 있는 효능성이 검증된 소재였기 때문이다. 다만 만성통증의 경우 간암 색전술과 달리 혈관을 막아 폐색이 진행된 후 짧은 시간안에 색전재가 곧바로 분해되어야 했다. 비정상적인 기전으로 합성된 신생혈관은 혈류를 차단하면 체내에서 제거되는데, 색전재로 사용한 잔존물질이 폐색된 혈관에 남아 부작용(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투여 후 24시간 이내에 생체내에서 용해될 수 있는 젤라틴 파티클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엔게인은 만성 근골격계 통증 색전술 의료기기, ‘입자(IPZA)’를 세계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다. ‘혈관폐색을 통한 통증경감’이라는 치료 컨셉은 있었지만, 의료기기화를 통한 시술용 제품으로 개발한 것은 엔게인이 처음이다.

입자는 식약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으며, 시판을 위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 등재를 마쳤다. 현재 신의료기술 조건부 승인 II-a 상태로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가능한 병원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다. 엔게인은 추가 임상 데이터와 논문을 준비중이며 이를 통해 모든 병원에서 시술이 가능하도록 정식 승인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혈관 색전술에 따른 통증수치(Vas Score) 경감(엔게인 제공)

'붙이는 분야'에도 도전, 의료용 접착제 개발..욜해 3월 급여등재 완료

엔게인이 두번째로 도전한 의료기기 분야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 기반 의료용 접착제다. 의료용 접착제란 외과적 절개, 상처 등에 의한 조직을 물리적으로 봉합 또는 접합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긴급을 요하는 상처의 접합 등에 사용된다. 봉합사, 스테이플러 등 기계적 접합방법 대신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시술이 편리하며, 흉터가 크게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미세수술, 상처 봉합 지혈, 공기유출 방지 등 다양한 의료방면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접착소재 개발은 기존에 엔게인의 제품을 사용하던 의사들의 요청이 계기가 됐다. 고 대표는 “실제 제품을 사용한 의사들로부터 제품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활발히 모였다. 그 중 폐색되었던 혈관이 다시 개통된다는 아이디어를 상처 접합에도 적용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에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하기로 방향을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품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접착제의 성분에 따른 경화시간(Polymerization Time)과 접착력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엔게인이 의료용 접착제 성분으로 연구한 ‘부틸 시아노아크릴레이트(Butyl cyanoacrylate)’는 굳는 속도가 빠르고 높은 접착력를 보이지만, 접착부위에 경화가 일어나 접착제의 표면이 부스러지면서 봉합부위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유사한 생체용 접착성분 옥틸 시아노아크릴레이트(Octyl cyanoacrylate)는 부틸 시아노아크릴레이트에 비해 천천히 굳지만, 완전히 접착될 때까지 시간이 걸려 시술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엔게인은 부틸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성분의 접착제를 선택했다. 고 대표는 “짧은 시간내에 상처가 봉합되어야 환자들의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고, 시술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판단해,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로도 고 대표의 고민은 계속됐다. 샘플로 개발한 접착제는 경화시간이 너무 빠른 나머지, 뚜껑을 열자마자 얼마 사용해보지도 못한 채 제품 내에서 굳어버리는(Clogging effect)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Clogging effect는 비단 엔게인 뿐만 아니라 현재 시판되고 있는 다른 제품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현상으로 엔게인은 이를 개선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의료용 접착제로는 존슨앤존슨(Johnson&Johnson)의 ‘더마본드(Dermabond)’ 등이 있다.

엔게인 화학연구소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공기접촉 후 신속하게 굳으면서도 적절한 인장강도로 최적의 접착력을 유지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엔게인의 의료용 접착제 ‘이지글루(EGglue)’가 개발됐다.

이지글루는 액체상태로 공기중의 수분과 접촉하게되면 시술한 부위의 접착제가 경화되면서 시술부위의 접합을 유도한다. 접착제는 5~10일 뒤 상처가 봉합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시술부위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고 대표는 이를 통해 이지글루가 의료진의 시술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Clogging effect’를 개선해 시간이 오래걸리는 수술에서 필요시점마다 절개부위의 접합에 쉽게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품 국산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과 펜 타입의 의료기기로 디자인되어 시술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도 이지글루의 경쟁력이다.

엔게인의 이지글루는 지난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3월 국내 의료기기 3등급 표피접합용접착제 급여 등재를 완료했다. 지난 7월 동아ST와 국내 총판계약을 체결하고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전문병원에 공급을 개시했다.

▲이지겔글루 소프트팁

하지정맥류 치료키트 개발, 올해말 식약처 품목허가 예상.. 美 메드트로닉(Medtronic)과 경쟁 전망

또 다른 엔게인의 의료기기 ‘베노클로(VENOCCLO)’는 이지글루에서 파생되어 하지정맥류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의료기기다. 이지글루가 체외 표피조직의 접합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면, 베노클로는 체내 혈관의 접합을 목적으로 시아노아크릴 성분을 활용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에 이상이 생겨 정맥혈관이 피부 밖으로 돌출되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피부궤양으로 발전될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외과적 수술(발거술), 고주파, 레이저 요법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돌출된 혈관을 제거하게 된다. 그러나 수술을 통해 정맥조직을 제거하는 발거술은 피부를 절개하는 과정 때문에 마취가 필수적이며, 수술 뒤 절개부위에 흉터가 남거나 신경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레이저 요법의 경우 시술 전 환자에게 팽창마취(tumescent)를 진행하는데, 팽창마취로 인한 시술 후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고열에 의한 피부화상, 신경손상 위험과 압박스타킹 착용을 통한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단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의료기기 회사 메드트로닉(Medtronic)의 ‘베나실(VenaSeal)’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다. 베나실은 이지글루의 성분과 유사한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성분의 의료용 글루를 혈관에 주입해 혈관폐색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레이저와 고주파를 이용하는 시술로 인한 피부손상 및 신경손상 등의 합병증이 적으며, 팽장마취 과정이 필요없고, 회복기간도 짧아 시술 후 환자가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하고 있다.

현재 베나실은 하지정맥류 시술부문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고 대표는 “베나실과 같은 비열시술법(non-thermal ablation)은 전 세계에서 그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현재 베나실의 하지정맥류 시술 시장점유율은 절반을 넘어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장 수요에 맞춰 엔게인의 '베노클로' 개발도 빠르게 진행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기존 베나실 제품의 글루 주입기가 균일하게 글루를 주입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정한 토출량을 주입할 수 있도록 제품의 개선도 진행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신뢰할 만한 결과를 보여줬다. 엔게인은 지난 6월 해외 학술지 머터리얼스(Materials)에 미니돼지(mini-pig)를 대상으로 베노클로의 안전성 및 효능을 평가한 전임상 결과를 게재했다(doi: /10.3390/ma14133527). 엔게인은 전임상에서, 베노클로를 통해 접합된 혈관은 완전한 폐색을 보였으며, 주입한 접착제에 의한 국소적인 이물반응은 가벼운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고 대표는 “하지정맥류는 국내 시장규모로는 환자 수만 300만명 이상, 연간 시술건수는 약 10만건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시술 시장규모는 약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엔게인은 지난 2018년 동아ST와 베노클로의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12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예상하고 있다.

▲VENOCCLO(EGpresto) 시술과정 (엔게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