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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삼성바이오, 아키젠에 숨겨진 뜻은?

입력 2016-08-03 07:21 수정 2016-08-03 11:32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아키젠 바이오텍 두축으로 사업전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시장의 글로벌 리더가 되려는 삼성이 부족한 2%를 채웠다. 물론 숫자상의 2%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중단했던 '리툭산(Rituxan)' 바이오시밀러의 임상재개로 글로벌 매출 상위 10대에 속하는 바이오의약품 라인업 모두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을 건너뛰고 세계 최대 항체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 주요 바이오시밀러 라인업 모두 확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합작법인인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Archigen Biotech Limited)는 지난 6월 'SAIT101'과 리툭산을 류마티스 관절염 적응증에서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 1상 승인을 FDA에 요청했다. 2012년 글로벌 3상까지 돌입하다 8개월만에 중단한 프로젝트다.

바이오의약품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중인 삼성에게 SAIT101은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임상에 돌입한 프로젝트였다. 뒤늦게 나온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지침과 리툭산 원개발사인 바이오젠과의 협력관계 등으로 임상을 중단하기는 했지만 삼성에게는 애착이 컸다. 아키젠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삼성종합기술원을 뜻하는 프로젝트명 SAIT를 그대로 가져온 것 역시 이를 반증한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현황.

결과적으로 삼성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은 셀트리온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경쟁자들을 압도하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레미케이드와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렌플렉시스(유럽 플락사비), 브렌시스(베네팔리)라는 제품으로 국내와 유럽 시장에 출시됐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SB5와 MSD와 공동투자한 란투스 바이오시밀러 SB9는 유럽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여기에 비호지킨스 림프종과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류머티스 관절염을 비롯한 자가면역성 질환에 폭넓게 사용되는 리툭산 마저 라인업에 포함시키게 됐다. 베링거인겔하임, 테바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도전했다가 프로젝트를 중단했을 만큼 개발이 까다로운 제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막대한 자금 투자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을 늘렸다"면서 "퍼스트 바이오시밀러의 지위를 내세우는 셀트리오과 비교해봐도 라인업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승자가 될 자격을 갖췄다"고 말했다.

◇같은 듯 다른 삼성바이오에피스-아키젠 바이오텍

아키젠 바이오텍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듦에 따라 삼성 바이오사업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아키젠 바이오텍이 양날개에 위치하는 구도가 됐다.

하지만 두 회사는 지금은 같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듯 보이지만 추구하는 전략과 방향은 상당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업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상업화'로 규정돼 있는데 반해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는 '바이오의약품 관련 사업'으로 표현돼 있다. 여기서 아키젠 바이오텍의 사업영역이 바이오시밀러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가늠해볼 수 있다.

단순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휴사 등과의 관계 등으로 개발하지 못하는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보조 날개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기존 프로젝트명 SAIT101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삼성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첫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은 미래전략산업의 하나로 바이오산업을 선택한 삼성의 자존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키젠 바이오텍이 세계 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임과 동시에 까다로운 허가규정을 가지고 있는 미국시장을 첫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자신감과 함께 미래에 대한 다른 행보를 느낄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시장을 교두보로 바이오시밀러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퍼스트 바이오시밀러를 내세우는 셀트리온이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양세다. 플락사비·베네팔리 등은 이미 유럽시장에 출시했으며 다른 후보군도 일차적으로 유럽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아키젠 바이오텍은 첫단추부터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시장을 건너뛰고 세계 최대 항체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등 경쟁사들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유럽 출시가 임박했다는 점도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