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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설문]신약개발 CEO 89.5%, 비즈니스 모델? “L/O”

입력 2022-06-20 10:48 수정 2022-06-27 07:32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창간 6주년 CEO설문조사⑤-끝]국내 바이오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현주소 'L/O'..계약금 비중높은 '의미있는' 딜 추구 "눈길"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기업 대표(CEO) 89.5%가 회사의 비즈니스모델(business model)을 라이선스아웃(L/O)이라고 답했다. 즉 신약개발사 10명 가운데 9명은 라이선스아웃을 통해 매출을 내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이다.

최근 라이선스 아웃 사례 부진, 권리반환 등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자체 상업화로 국내 바이오텍의 신약개발 전략을 수정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글로벌 라이선스아웃에 대해 ‘대부분 반환된다’, ‘물질을 사 간 회사의 내부경쟁에서 밀려 오히려 개발에 차질이 생긴다’는 등 피해의식에 가까운 냉소적 의견이 표출되기도 하지만 자체적인 상업화 모델은 사이언스, 개발역량이나 지금력측면에서 국내 바이오텍에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신약개발은 글로벌 시장을 염두하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R&D 중심의 바이오기업이 높은 벨류를 인정받는다.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받아들여지고 특허라는 독점적 권리로 보호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프로그램이 가차없이 중단되기도 한다. 이는 빅파마도 예외는 아니다.

그 예로 코로나19 백신개발 경쟁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 극적으로 드러났는데, 사노피는 mRNA 백신으로 긍정적인 임상1/2상 결과를 도출하고도 후발주자로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을 인정해 임상3상을 스스로 중단했다. 사노피는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재조합단백질 백신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mRNA는 다른 감염증을 타깃하는 전략으로 바꿨다. 또한 두 빅파마인 미국 머크(MSD)와 아스트라제네카가 PARP 저해제 등 항암제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즉 약물이 글로벌 경쟁력만 있다고 판단된다면, 시간과 비용을 들인 후보물질을 일부러 개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머크는 올해에만 키트루다 임상개발에 약 2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까지 임상개발에 1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암젠은 KRAS 변이 타깃 항암제를 먼저 시판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전력을 쏟았으며, 임상시작후 3년만에 시판허가를 받았다. 당장 글로벌 임상개발, FDA·EMA 허가전략, 자금, 인력 등이 부족한 국내 바이오텍이 빅파마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에셋 차별성을 데이터로 입증해나가며, 라이선스아웃을 통해 자금을 배분하고 글로벌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나가는 또다른 혁신을 지원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라이선스아웃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에셋 가치를 가장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그 혁신성을 인정받고 발전돼왔다.

또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자체개발로 유일하게 미국 신약시판에 성공한 SK바이오팜도 처음엔 라이선스아웃 모델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키운 다음, ‘라이선스아웃+물질공급’→‘라이선스아웃+공동개발’→‘자체 상업화(직접 시판)’로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켰다.

국내 바이오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현주소 ‘L/O’

15일 바이오스펙테이터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 바이오기업 CEO 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바이오기업 CEO의 73.9%(51명)는 라이선스아웃을 주요 비즈니스모델로 설정했으며, 이 가운데 7%(4명)는 ‘라이선스아웃+상업화’를 같이 고려하고 있다. 또한 ‘자체 상업화’라고 답한 CEO 21.7%(15명)는 주로 진단·의료기기, 바이오시밀러 기업 등이었다.

이에따라 신약개발 회사로 범위를 한정지으면, 비즈니스모델이 라이선스아웃이라고 답한 CEO 비중은 89.5%로 커졌다. 상업화라고 답한 신약개발사의 경우 국내외 니치시장을 타깃한 케이스 등이 있었다.

눈에 띄는 답으로 ‘M&A’도 2표 나왔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모델이지만, 미국 바이오기업의 경우 사업개발의 주요 우선순위 중 하나이다. 이에 회사 초기부터 글로벌 빅파마의 인수를 고려해 질환, 사이언스, 모달리티(modality) 등 특정영역에 포커스해 포토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그밖에 ‘IPO’라는 답도 1표 있었다.

실제 성장모델로 삼고있는 글로벌파마에 대한 물음에 ‘길리어드’, ‘모더나’, ‘리제네론’, ‘암젠’, ‘미국 씨젠(Seagen)’과 같은 초기 플랫폼/기술력을 기반으로 매출을 낸 다음 상업화로 성장한 모델이 많이 언급됐다. 그밖에도 초기부터 상업화에 성공한 ‘제넨텍’, 라이선스인 및 개발 중심의 모델 ‘로이반트’ 등도 나왔다.

국내 바이오텍들은 향후 라이선스아웃에 대한 고려에 따라 신약개발 상업화(허가) 시기와 비용을 상대적으로 낮게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트너사와의 분담과 협력을 통해 신약개발에 나서는 전략인만큼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중인 파이프라인의 상업화까지 예상되는 시간에 대한 질문에 CEO 42%(29명)이 ‘5년 이상~10년 미만’으로 답했으며, 절반 이상이 상업화(허가)까지 걸리는 시간을 5년 미만으로 봤다. 구체적으로 37.7%(26명)가 ‘3년 이상~5년 미만’을 생각했다. 최단 기간인 ‘1년 이상~3년 미만’으로 답한 17.4%(12명)이었으며, 약 절반은 진단기업이었다. 그밖에 ‘10년 이상’을 고른 CEO는 단 2명 밖에 없었다.

연구중인 파이프라인이 상업화(허가)하기까지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질문에 CEO 33.3%(23명)가 1000억원 이상~3000억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26.1%(18명)이 ’500억원 이상~1000억원 미만‘을 택했으며, ’500억원 미만‘도 20.3%(14명)이었다. 500억 미만을 택한 기업 중 3분의1은 진단·의료기기 회사였으며, 세포치료제 기업도 다수 있었다.

상업화까지 3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생각하는 비율은 20%가 채 안 됐다. 이어 CEO 11.6%(8명)이 상업화까지 드는 비용이 ’3000억원 이상~5000억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8.7%(6명)만이 ’5000억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초기 임상개발 역량·에셋 증가 “기대”..단 펀딩 걸림돌

긍정적인 추세로 바이오기업이 자체적으로 초기 임상개발까지 끌고가려는 의지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개발 중인 에셋을 기술이전하는 단계에 대한 질문에, CEO 42%(29명)가 ’임상1상‘이라고 답했으며, 27.5%(19명)가 ’임상2상‘, 15.9%(11명)가 ’전임상‘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글로벌 기술이전을 한 국내 바이오텍의 개발단계가 90% 이상이 전임상 단계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진전된 결과이다. 이는 최근 국내 바이오텍이 임상개발 역량을 쌓고, 임상데이터를 통해 에셋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보인다.

그밖에 직접 상업화를 진행한다는 의견도 13%(9명)이었는데, 진단·의료기기, 주로 바이오시밀러 회사였다. 그밖에 ’임상3상‘도 1표 나왔다.

현재 진행하는 파이프라인이 전임상 단계에서 임상1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신청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물어보는 질문에 CEO 60.9%(42명)가 ’1년 이상~2년 미만‘을 답했다. 이어 ’2년 이상~3년 미만‘을 답한 CEO는 31.9%(22명), ’3년 이상~4년 미만‘은 5.8%(4명), ’4년 이상~5년 미만‘도 1명 있었다. 국내 바이오기업의 임상개발 역량이 쌓이면서 시간이 단축되고 있는 것으로 읽히며, 앞으로 더 많은 임상개발 에셋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만 전임상에서 임상단계로 에셋을 진전시키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펀딩이었다. CEO 33.3%(23명)는 ’펀딩‘이라고 답했으며, 26.1%(18명)가 ’연구인력 확보‘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24.6%(17명) ’규제기관 인허가‘를 꼽았으며, 8.7%(6명) ’연구결과 재현성‘ 등도 있었다. 그밖에 “CRO 계약이 어렵다”, “파이프라인 경쟁력” 등으로 임상개발 단계 진전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미있는 L/O’ 딜 추구 움직임 “눈길”

마지막으로 바이오스펙테이터는 국내 바이오기업 CEO에게 개발중인 에셋을 라이선스아웃하는 경우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총 규모와 계약금 비중을 물었다.

CEO 31.9%(22명)이 ‘5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을 골랐으며, 30.4%(21명)이 ‘1조원 이상’을 답해 기술이전 총 규모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고 드러났다. 이어 CEO 23.2%(16명)가 ‘3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 14.5%(10명)이 ‘3000억원 이하’로 비중이 가장 낮았다.

다만 국내 기술이전 총 규모를 계산할 때 여러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허가 이후 상업화 마일스톤이 포함돼는 경우가 종종 있어 총 규모만으로는 기술이전 딜의 가치를 가늠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총 규모가 미래 가능성에 대한 총 합산이라면, 계약금은 에셋이 당장 가진 가치로 여겨진다. 글로벌 딜의 경우 계약금이 전체 딜 비중의 10~50%까지 차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난해 국내 바이오기업이 해외기업에 라이선스아웃한 계약금 비중은 1% 이하인 경우가 수두룩했다.

이에 라이선스아웃을 할 경우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총 규모 대비 계약금 비율을 묻는 질문에, CEO 55.1%(38명)가 ‘5% 이상’이라고 답했으며, 23.2%(16명)가 ‘3% 이상~5% 미만’, 20.3%(14명)가 ‘1% 이상~3% 미만’을 골랐다. ‘1% 이하’도 1표 있었다. 즉 국내 바이오기업 CEO가 이제는 단순히 기술수출이 아닌, 계약금이 높은 의미있는 라이선스아웃 딜을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 6주년 설문 참여 기업들>

고바이오랩, 네오이뮨텍, 넥스아이,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노을, 뉴라메디,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드노보바이오테라퓨틱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루닛, 머스트바이오, 메드팩토, 메티메디제약, 바오밥에이바이오, 바이오팜솔루션즈, 바이젠셀, 부스트이뮨, 삼성바이오에피스, 샤페론, 셀트리온, 스탠다임, 스파크바이오파마, 싸이토젠, 아름테라퓨틱스, 아밀로이드솔루션, 아벨로스테라퓨틱스, 아이비스바이오, 알지노믹스, 애스톤사이언스, 앱티스, 업테라, 에스알파 테라퓨틱스,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피트바이오, 에임드바이오, 엔게인, 엘마이토 테라퓨틱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오토텔릭바이오, 올리패스, 와이바이오로직스,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 웰마커바이오, 유바이오로직스, 인게니움 테라퓨틱스, 인투셀, 일리미스테라퓨틱스, 제노스코, 지노믹트리, 지니너스, 지투지바이오, 진에딧코리아, 카나프 테라퓨틱스, 카이노젠, 큐리언트, 큐베스트바이오, 테라펙스, 토모큐브, 툴젠, 티씨노바이오사이언, 티움바이오, 티카로스, 파멥신, 팜캐드, 퍼스트바이오, 플랫바이오, 하플사이언스, 한올바이오파마 등 69개 기업(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