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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되는 의약품' 수액제제, 앞으로도 그럴까?

입력 2016-09-26 09:03 수정 2016-09-26 09:17

J. Ryang 객원기자

[J약사의 시장탐구⑮]JW중외제약 수액제제와 퇴장방지의약품 가격보장정책

‘퇴장방지의약품’이란 저가 필수의약품으로 보건복지부가 이 약물들의 시장 퇴출방지 및 생산장려를 위해 지정하는 의약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약물들을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분류하였다. △사용장려비용 지급의약품 △사용장려비용 및 생산원가보존의약품 △생산원가보전 의약품 △사용장려비 지급보류 의약품 등이다.

이 중 ‘사용장려비용 지급의약품’과 ‘사용장려비용 및 생산원가보존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약사에게 보험약가의 10%를 추가로 지급하게 되어있다. 추가적인 사용 장려금이 지급되더라도, 어떤 약들은 사용 장려금이 단돈 1원이기 때문에, 심심치 않게 재고부족 현상이 나타나 문제가 되기도 한다. 대원디아제팜정2mg, 엔다핀정300mg, 크라운 아세트아미노펜정300mg 등은 사용 장려금이 1원이 지급되어 재고부족현상이 잦은 의약품의 예가 될 수 있다.

사용장려비용 및 생산원가보존을 위해 지급되는 보상이 현실적으로 생산 장려에 기여를 하지 못하는 사례이다. 더군다나 퇴장방지의약품의 대부분은 ‘생산원가보전 의약품’이고(793품목 중 717품목), 일부가 ‘사용장려비용 지급의약품(64)’와 ‘사용장려 및 생산원가보전 의약품(12)’이다. 다시 말해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의약품이지만,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약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남기는 마진이 크지 않아 취급하기 꺼려하는 의약품들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돈 안되는’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

‘돈 안되는’ 이러한 퇴장방지의약품의 많은 수는 ‘수액제제’이다. 대형병원의 약국에는 응급환자 또는 수술환자들을 위하여 수액제를 취급한다. 수액제제는 전통적으로 낮은 약가, 높은 설비투자비용, 높은 물류비용으로 대형제약사들이 취급하기를 꺼려하는 제품 군 이었다. 일례로, 의료용 생리식염수 500mL짜리의 보험약가는 1,029원으로 편의점에서 사먹는 식수가격과 큰 다름이 없다. 생산에 있어 훨씬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회사들이 수액제제의 대부분을 생산하여 공급하는데, 크게는 중외제약과 대한약품을 꼽을 수 있고, 더 넓게로는 CJ헬스케어까지 포함시킬 수 있겠다. 사실 이러한 수액제제 생산은 국민건강에 이바지 한다는 사명감 없이는 시작하기 힘든 사업이며, 이러한 제약사들은 큰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수액제제에 대하여

우리 몸은 60% 이상의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 몸에서 조금만 수분균형이 흔들리면 많은 문제들이 야기된다. 신생아는 신체의 80%이상이 물로 구성되어있다. 수액(輸液)은 ‘輸’ ‘나를 수’ 또는 ‘보낼 수’자를 쓴다. 영어로는 Infusion solution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100mL 이상의 용량을 가진 대용량 주사제를 일컬으며 환자가 경구로 수분, 전해질 또는 영양분의 섭취가 어려울 때 체내의 순환량 유지 또는 체액 중 수분 및 전해질의 평형 장해를 교정키 위해 사용된다.

수액은 생리식염수와 같은 기초수액부터 영양수액, 특수수액, 비경구 영양(TPN, Total parenteral nutrition)목적 수액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수액을 포함한 ‘퇴장방지의약품’의 최다 공급사는 그룹으로 치면 JW중외그룹이 1위로 148종류를 공급한다. 그 다음으로는 대한약품이 131종을 공급하여 2위이다. 두 회사가 각각 국내 수액 소비량의 40%와 30%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수액제제들이 국내 회사들에 의해 자체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의 의료주권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돈 되는 수액

기존 수액제 산업은 여타 제약산업과 다르게, 장치산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 사업 초에 ‘높은 마진을 통한 가치창출’을 목적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돈 안되는’ 산업이지만, 생산시설 및 설비가 갖춰지고 영업망이 확보된 이후에는 수액제 산업이 갖는 장점도 있다.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과 고령화 및 초고령화 사회 도래에 따른 수액제 수요의 구조적 증가가 그 장점의 예이다.

중외제약과 대한약품은 ‘돈 안되는’ 수액을 만들어 사회적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와중에도 기술개발에도 힘써 자사의 경쟁력을 높여왔다. 중외제약의 경우에는 수분과 전해질, 각종 아미노산과 칼로리를 보급해주는 ‘콤비플렉스주’ 시리즈 등을 개발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였고, 대한약품은 이에 대응되는 제품으로 ‘멀티플렉스주’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등이 기술개발로 이뤄낸 산물이다.

특히 중외제약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3-체임버 영양수액’인 ‘위너프페리주’를 개발하여 시장경쟁력을 입증하였다. ‘3-체임버 영양수액’의 개발이 가능한 회사는 극소수로 세계에도 손에 꼽는다. 기존에는 독일계 제약사인 프레지니우스카비의 ‘스모프카비벤’이 시장 선두품목이었지만, 2015년 ‘위너프페리주(306억)’가 ‘스모프카비벤(226억)’ 매출의 약 1.35배를 내며 완벽히 1위자리를 가져왔다.

위너프페리주는 시장 출시 전 이미 미국계 세계 최대 수액회사인 박스터에 해당 품목에 대하여, 계약금 3,500만 달러 규모의 License out - 기술이전 및 수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제품은 2019년부터 박스터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지의 선진국에 공급될 예정이다.

(위너프페리와 스모프카비벤의 모습)

최저낙찰제와 퇴장방지의약품 가격보장정책

기존의 의약품 최저낙찰제는 의약품 도매판매 입찰 과정에서 단순히 입찰가격을 최저로 제시한 업체가 낙찰제로 선정되는 방식이었다. 이는 정부가 엄정한 심사를 통해 정해놓은 보험약가를 왜곡시키고 도매업체간의 출혈경쟁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제약사 부도업체 속출을 야기하고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협한다.

특히 돈 안되는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해서도 적용되어, 환자에게 필수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다. 많은 제약관계자들이 이 최저낙찰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고 ‘종합심사 낙찰제’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공립병원의 원내사용 의약품 입찰과정에서 저가로 낙찰되어 의약품이 상한금액을 훨씬 밑도는 가격으로 공급되는 사례가 많다. 지난 1월 14일에는 경찰병원 입찰에서 수액제제에 대하여 보험약가 상한금액의 35% 이상 하락된 가격으로 낙찰되었는데, 돈 안되는 수액제제를 이런 가격에 공급하는 것에 있어 제약사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말했듯 많은 수액제제를 포함한 퇴장방지 의약품은, 제약사도 큰 이윤 없이 공급을 하고 있는 터라 다른 의약품과 같은 기준으로 최저낙찰제의 입찰 대상이 되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 퇴장방지 의약품의 정부 지정가격이 수익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생산원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덤핑판매는 제약사들에게 큰 손해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낙찰제와 보건복지부의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제도는 이론적으로 양립이 불가하다. 퇴장방지의약품의 입찰마저 최저낙찰제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4월 26일, 보건복지부는 퇴장방지의약품 가격보장정책에 대한 약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6월 25일까지 입법예고 한다 밝혔다. 9월 중으로는 공표, 2017년 1월부터 시행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 법안의 골자는 환자 진료를 위해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인 퇴장방지 의약품에 대하여 상한금액의 91% 미만 가격 판매를 금지시킨 것이다.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된 퇴장방지의약품의 상한금액이 1000원이면 910원 이하로는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해당 제약사에 대해 4차에 걸쳐 1차 1개월, 2차 3개월, 3차 6개월, 4차로는 허가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마치며

퇴장방지의약품은 제약사가 생산 중단을 결심하고 생산중단 사실을 60일 전에만 보건당국에 알리면 보건당국에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생산중단의 피해자가 결국 환자가 되어 버리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법률 발의는 그간 국내 의약품시장에 이윤이 적은 수액제제를 공급해온 제약사들에게 순풍을 불어줄 것이며,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의약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