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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i 치료제, 그 장벽에 도전하는 국내 바이오기업들

입력 2016-09-27 14:28 수정 2018-08-16 14:27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바이오니아 올릭스 인코드젠 등 치료제 개발, 해외선 바이오콘 이오니스 등 주목

RNA는 생명현상 조절의 KEY

진핵 세포에서는 핵 안에 존재하는 유전자(DNA)에서 필요한 유전 정보만을 선별한 mRNA (Messenger RNA)가 세포질로 빠져나오고, 리보솜(단백질합성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기관)에 의해 분석되어 염기서열에 따라 아미노산을 배열, 결합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메커니즘의 최종 결과물인 단백질은 생명현상의 조절에 관여하고 우리 몸의 항상성, 면역력 유지 등의 역할을 한다.

체내에는 miRNA(microRNA)라는 작은 크기의 RNA가 존재하는데 이는 mRNA에 상보적 결합(complementary binding)하여 그 분해(degradation)를 유도하거나 아미노산의 결합을 억제한다. miRNA는 세포 내의 유전자 발현과정에서 중요한 조절인자로 작용하며 불필요한 물질의 생성을 막는다.

이러한 현상에서 착안해 질병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RNA interference (RNAi) 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중 가닥의 RNA(dsRNA)를 세포 안으로 집어 넣어주면, Dicer(리보핵산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15~25bp(base pair; 염기쌍의 단위)의 siRNA(small interfering RNA)로 전환된다. siRNA는 miRNA와 유사하게 타깃으로 정한 mRNA에 결합하여 기능을 소멸시킨다.

dsRNA는 siRNA와 shRNA로 나눌 수 있는데 siRNA가 가진 세포 내 전달에 관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shRNA이다. shRNA는 다양한 바이러스 안에 넣어 계속적으로 증식 시킬 수 있고 세포 안으로의 이동도 용이한 장점이 있지만 siRNA와 같은 염기서열을 사용하더라도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RNAi (RNA interference), 혁신적 기술에 주목

RNAi 기술은 현대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돌파구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98년, 원생생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발표한 연구자 파이어와 멜로 박사는 2006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 새로운 발표 이후 길게는 30년 이상 검증받아야 수상이 가늠되는 대부분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RNAi가 얼마나 주목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RNAi 기술은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은 Oncology (종양학) 분야이지만 심혈관계, 퇴행성 뇌 질환, 안과적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암의 경우, 암세포의 증식에 꼭 필요한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여 단백질 합성을 저해함으로써 종양의 성장을 조절이 가능하다. 상처의 치유과정에서 지나치게 과도한 성장인자와 콜라겐 등의 합성으로 발생하는 비대상처(hypertrophic scar), 켈로이드(keloid)를 치료하는 데에도 RN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

RNAi 치료제 개발, 그 앞에 놓인 장벽

하지만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RNAi 치료제 개발은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전달 (delivery)의 정확성에 있다. 세포질 내로 반드시 들어가야 작용을 하는 RNA의 특성상 타깃으로 하는 세포 안까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점이 치료제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두번째로는 체내로 들어간 siRNA가 목표하지 않는 기관의 세포에서 miRNA로 오인되어 원하지 않은 단백질 합성 저해 반응을 나타내는 off-target effect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체액 (눈물, 땀, 혈액) 내에 풍부한 RNA 분해 효소로 인해 체내 안정성이 크게 낮은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약물의 적용 방법 (application)과 적용 부위가 한정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RNA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구조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고 지질 성분으로 이루어진 나노 입자 안에 siRNA를 집어 넣어 타깃 세포까지 운반하도록 적용 하는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RNAi 치료제 현황 및 연구

올해 6월, 인도의 바이오콘(Biocon)과 미국 기반의 제약회사 쿼크(Quark Pharmaceuticals Inc.)는 희귀 안과 질환의 일종인 허혈성 시신경병증을 대상으로 하는 siRNA 치료제 후보물질인 QPI-1007의 임상 2/3상 진행을 인도에서 착수했다.

9월에는 텍사스 주립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연구진들은 siRNA를 나노 입자를 통해 폐 암세포에 정확히 전달하는 연구를 동물실험에서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많은 항암 치료제들이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빠르게 분화하는 세포를 무작위로 죽였던 것에 비해, 나노 입자를 사용하면 정상 세포의 죽음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이오니스(IONIS Pharmaceuticals Inc.)는 가족성 고 콜레스테롤혈증 질환자의 아포지질단백질 B-100 합성을 억제하는 ASO(Anti-sense oligonucleotide) 기전의 RNA 치료제 ‘키남로 (KYNAMRO)’를 개발했고 2013년 미 FDA 승인을 받았다. 또한, RNA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SNA(spherical nucleic acid) 기법을 이용해 다양한 적응증에 맞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보통 짧은 선형 구조의 RNA가 아닌 중심 입자에 동일한 RNA 조각들이 100여개 달라붙은 구조를 가진 SNA는 지질 성분이라 세포 안으로의 침투가 쉽고 효소에 의한 분해가 적게 일어난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과 함께 면역 항암제 공동 개발에 나선 바이오니아가 고효율의 생분해성 자가조립 나노 입자인 SAMiRNA 기술을 바탕으로 siRNA 핵심 신약과 신약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RNAi 기술의 단점으로 작용하던 off-target effect를 줄이고 간 독성 역시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차례의 동물 실험을 통해 SAMiRNA 나노 입자를 사용한 종양 크기 성장의 억제가 효과적임을 확인했고 임상 시험을 준비중이다.

올릭스 역시 RNAi 기반의 핵산 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텍 회사이다. 올릭스는 기존 siRNA의 면역 반응 유발이나 비 표적 유전자 억제와 같은 부작용을 감소시킨 비대칭 자가전달 RNAi 기술과 전달체 없이 원하는 세포 내로 RNA를 전달하는 자가전달 RNAi 기술의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비대 흉터 치료제 OLX101 의 비임상 시험을 진행중이며 특발성 폐 섬유화 치료제 OLX-201 개발을 싱가포르와 공동 진행하고 있다.

인코드젠은 siRNA가 체내의 miRNA로 잘못 인식돼 발생하는 off-target effect를 줄이기 위해 miRNA의 구조 등을 연구, 6번째 피봇(Pivot)의 위치를 변형함으로써 miRNA로의 작용을 차단하는 siRNA-6pi 기술을 고려대 연구진들과 개발했고 그 결과를 2015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학술지에 게재했다. 고려대와 인코드젠은 산학협력의 형태로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적용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