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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넥스 "나노·그래핀 플랫폼기술, 차세대 신약·진단 개발"

입력 2017-01-09 10:26 수정 2017-07-06 11:05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다공성 나노입자 약물전달기술과 신소재 이용한 분자진단기술 보유

▲원철희 레모넥스 CEO와 민달희 CSO

"레모넥스(Lemonex)의 핵심 플랫폼인 서방형 약물전달체의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레몬(Lemon)의 단면과 비슷한 모습이 관찰됩니다. 우리는 이 기술을 가지고 다음 세대(Next Generation)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합니다."

레모넥스는 젊은 과학자들이 의기투합해 2013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서울의대 박사와 일본에서의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통해 항암 기전 및 면역 항체, 융합 단백질(Fusion protein)을 연구한 원철희 박사(37, CEO)와 뛰어난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2012년 KCS-Wiley 젊은 화학자상’, ‘2014년 로레알-유네스코 한국여성생명과학자상’ 등을 수상한 민달희 서울대 화학과 교수(44, CSO)가 뭉쳤다.

두 가지 핵심 플랫폼 기술은 이미 완성했다. 서방형 약물전달기술은 유전자, 단백질, 저분자 화합물 등 약효성분물질의 내부 담지가 가능한 다공성 나노-입자를 이용해 높은 효율로 표적 전달을 가능케 한다. 개발한 입자는 형광 염료, 항체, 리간드와 다양한 접합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추적관찰, 표적 치료가 가능하다.

또 하나는 그래핀 형광 신호를 이용한 고민감도의 차세대 분자진단 플랫폼 기술이다. 이 기술들은 각각 ‘2015 국내응용기술부분 연구성과 TOP5’와 ‘2011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레모넥스의 원철희 대표와 민달희 CSO는 최근 서울대에서 가진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당뇨병성 족부 궤양, 간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체내 안정성 높인 약물전달기술 확보

레모넥스의 서방형 바이오베터 약물전달기술은 다공성 나노 입자(Mesoporous nanoparticle)를 이용해 치료 약물을 분해효소 등으로부터 보호해준다.

RNA, DNA와 같은 유전자 치료제와 단백질이나 호르몬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 단백질의약품의 경우 우리 몸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효소 등에 의해 변형 혹은 분해가 일어나 체내 약효 지속시간이 짧다. 또한 반응 특이성(Specificity)이 약하거나 낮은 수용성(Solubility)의 성격을 띠는 치료제들을 체내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노입자'가 주목받았다. 나노입자는 오랜 시간 동안 혈중 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병리적 부위에서만 선택적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기능을 가진 선택적 표적 전달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질병의 선택적, 효과적 치료가 가능하고 오프-타깃(off-target)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 나노입자의 생체 내 응용 조건으로는 작은 입자 크기(100nm~1μm), 우수한 분산성, 입자 자체의 낮은 독성과 치료제의 주된 투여경로로 사용되는 혈액과의 친화성 등이 꼽힌다.

하지만 나노입자 역시 단점이 존재한다. 주로 입자 내의 담지 방식이 아닌 바깥에서 감싸는 코팅(coating)방식으로 사용됐고 이로 인해 물질을 보호하는 기능적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레모넥스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노입자 표면의 기공 크기를 크게 키움으로써(Ultralarge) 약물 담지 효과를 증가시키고 보호 기능(protection)을 높였다. 실제로 동물에게 근육주사로 적용한 유전자 치료물질의 발현 정도를 비교하는 실험을 통해서 레모넥스의 약물전달체와 접목한 유전자의 발현율이 대조군보다 더 높은 결과를 확인했다.

▲A.기존 나노-입자와 레모넥스의 약물전달체 비교 B. 레모넥스 약물전달체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동물실험에서 유전자 발현효율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레모넥스가 개발한 약물전달체는 4가지의 장점을 가진다. 첫번째로 바이러스를 전달 매개체로 사용하지않는 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치료제로써 안전성을 높였다. 전달체 안에 내장된 물질은 핵산분해효소와 같은 다양한 외부 요인에 대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두번째로는 담지하는 치료물질의 화학적 변형이 필요하지 않다. 세번째로 뛰어난 생체적합성을 가질 뿐 아니라 높은 세포 투과성을 가져 효과적인 세포 내 흡수를 위해서 주로 시행되는 양이온성 중합체 코팅(cationic polymer coating)이 필요하지 않다.

양이온성 중합체 코팅은 세포독성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최소 규모의 시설에서 한 번의 합성을 통해 수천명의 환자 주입분을 생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민달희 CSO는 “약물전달체를 개량해서 2주 이내에 생체 내에서 분해가 이뤄지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분해 과정에서 내부에 담지하고 있던 약물이 천천히 방출되면서 일정 혈중 농도를 유지해 주는 서방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또한 고효율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설비나 제작 비용 부분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레모넥스가 보유한 약물전달기술은 다른 신약 개발회사 혹은 제약사 등과의 활발한 협업을 이끌어냈다.

◇DFU, 간암 치료제 개발.. 2018년 하반기 상용화

원철희 대표는 “우리는 기술을 이용한 협업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과 개량 신약인 바이오베터의 개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모넥스는 당뇨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병성 족부 궤양(Diabetic Foot Ulcer; DFU)’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원 대표는 “현재 사용되는 치료 약물은 외용성 연고 한가지이며, 이마저도 초기를 지나 진행이 이뤄진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는 초기부터 중, 후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창상(wound)치료제로도 확장할 수 있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모넥스는 또한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와 공동으로 간암 색전술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간암의 경우, 1차적으로 적용되는 절제술이 혈관이 많이 존재하는 장기(organ)의 특성 상 적용범위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가진다. 유일하게 간암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경구투여용 항암제 역시 부작용이 심하고 수명연장 효과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환자는 초기 치료법으로써 간암 색전술 치료를 받게 된다.

간암 색전술은 암세포가 간동맥에 의해 영양 공급을 받는 것을 이용, 대퇴동맥을 통해 간동맥에 리피오돌(Lipiodol), 100~500μm 크기의 비즈(Beads)와 같은 색전 물질과 항암제가 복합된 제제를 투여해서 혈관을 막아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시술이다. 허혈을 통한 세포 사멸과 동시에 약물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색전술 치료제는 종양의 중심부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것이 어려워 혈관 차단 및 항암제 전달이라는 두 가지 용도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레모넥스의 기술을 통해 생산한 색전술 치료제는 입자의 크기를 나노에서 마이크로 사이즈까지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고 생분해능이 우수하며 기존 약물과의 호환성이 높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를 이용해 간암 치료제 개발과 동시에 의료기기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원 대표는 “새로운 간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약물의 효과를 높여주는 의료기기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의료기기는 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2018년 하반기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분자진단에 '그래핀' 적용..차세대 진단키트 개발

MicroRNA는 우리 몸에서 다양한 유전 정보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암이나 당뇨와 같은 많은 질환에서 특정 microRNA의 비정상적인 발현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으며 이는 발현을 양적 측정함으로써 중요한 바이오센서로 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microRNA sensing 기술은 Northern blot(제한효소를 이용, 전기영동으로 분획한 DNA단편을 아가로스 젤에서 확인하는 실험기법),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반응(Real-time PCR)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세포에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나노 입자의 개발로 인해 살아있는 세포의 miRNA 발현을 검출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 중 가장 특성이 뛰어난 소재로 꼽히는 그래핀(Graphene)은 탄소들이 벌집 모양의 육각형 그물처럼 배열된 평면 구조물로 흑연을 원료로 해서 만들어진다. 2004년 영국의 연구팀이 흑연에서 그래핀을 상온 분리하는데 성공해 그 공로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두께가 0.2nm에 불과해 투명성이 높고 열이나 전류 전도성이 구리, 실리콘에 비해 100배는 빠르고 많이 전달할 수 있다. 기계적 강도도 강철보다 수 백배 강하지만 신축성이 좋아 늘리거나 접어도 성질을 잃지 않는 장점을 가진다. 그래핀 산화물(Graphene oxide)은 물에서의 분산성과 방향족, 소수성 바이오 물질 간의 친화성이 좋아 바이오 센서로의 활용 가능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레모넥스는 나노 크기의 그래핀 산화물에 인공 펩타이드 핵산(PNA) 프로브(probe)를 결합한 독자적인 분자진단 플랫폼 기술(PANGO)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혈액으로부터 정제된 핵산 샘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세포에 적용해 간단하고 빠르게 실시간으로 다양한 RNA의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다.

이 그래핀 바이오 센서는 인공 핵산의 특성으로 인해 높은 특이성과 안정성을 가지고 다른 형질주입 시약이 필요하지 않아 세포 독성이 낮다. 또한 원하는 RNA/DNA 염기서열에 대한 정확한 탐지 및 결합할 수 있어 쉽고 빠르게 원하는 신호를 검출할 수 있다.

레모넥스의 PANGO 프로브는 그래핀 산화물과 결합한 상태로 체내로 이동, 이후 그래핀과 분리되고 타깃 염기서열과 결합하면 형광 신호를 발현한다. PNA의 특성으로 인해 프로브의 다양한 변형과 디자인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은 진단 키트 개발에 아주 유용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 진단에 적용하는 경우 프로브 디자인에 따라 감염 여부, 바이러스의 종류, 돌연변이 정보까지도 알 수 있다.

원 대표는 “플랫폼 기술인 PANGO를 이용하면 쉽고 빠르게 정확한 신호를 검출할 수 있고 항체, 효소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안정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으며 생산단가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프로브만 교체하면 후속 제품 및 신종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생산할 수 있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레모넥스는 현재 20여종의 바이러스 진단 프로브와 50여종의 유전질환 진단 프로브를 확보한 상태이며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PANGO 기술을 기반으로 항바이러스제 스크리닝 기술도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신약 개발을 위한 동반진단키트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 기술은 완성.."투자 유치해 임상 돌입"

원철희 대표와 민달희 CSO는 원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미 2개의 플랫폼 원천 기술을 개발 완료한 상황이고 자체 바이오신약 개발은 물론 활발한 기술 교류, 공동 개발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유치를 통해 임상에 진입하면 되는 단계다.

레모넥스는 자사의 경쟁력으로 자체 기술력과 더불어 시설비나 비용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작은 규모의 시설과 인력으로도 높은 품질의 제품을 다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대표는 “작년, 몇몇 상장사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위해 집중했지만 협상 막바지 이견으로 인해 중단된 아쉬움이 있다. 올해는 임상시험을 위한 재무적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 대표는 마지막으로 “난치성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회사가 드문 상황에서 바이오베터 뿐만 아니라 자체적 신약을 개발함으로써 고통받는 난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