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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PD "유망 스타트업, 데스밸리 통과 과감히 지원"

입력 2017-01-20 08:17 수정 2017-01-20 08:17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KEIT, 올해 시리즈A 펀딩 위한 R&D 지원 프로그램 도입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은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제네릭(복제의약품) 시대는 저물었고 제약사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낸 바이오텍이 대거 등장하면서 새로운 바이오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의 바다에서 조타수가 노련하게 키를 잡지 못하면 배는 결국 침몰한다.

이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바이오의약 PD(Program Director) 역시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다. 국내 대형 제약사인 유한양행, 대웅제약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그는 개발중심 바이오벤처라는 새로운 비지니스모델을 선보인 브릿지바이오에 참여하면서 바이오생태계도 경험했다. 그러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는 국가 산업기술 R&D를 기획 평가 관리하는 전문기관인 KEIT의 의약바이오PD를 맡게 됐다.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을 관망하면서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이 PD는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은 생태계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몇몇 스타기업이 산업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허리가 튼튼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 1세대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으며 LG, 글로벌파마 등 대기업에서 활약했던 인재들이 바이오텍 창업에 나서면서 바이오생태계가 풍부해지고 있다. 게다가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인프라산업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다. "굳이 선진국 문을 두드리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의 문제가 있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제약사들이다. 이 PD는 "(신약개발 관점에서)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자체후보물질 개발부터 글로벌 임상까지 독자적으로 끌고 가 성공을 쟁취하던 빅파마들의 비지니스모델이 2000년대 초반에 이미 깨졌음에도 국내 제약사들은 여전히 '인하우스'에 의존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연구소나 바이오텍에서 우수한 후보물질을 적극적으로 평가해 도입하거나 더 나아가 공격적인 M&A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체 역량이 부족한 분야는 과감히 아웃소싱해서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 문제는 결국 책임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는 "실패를 과감히 인정하면서 오히려 더 지원할 수 있는 용기있는 오너들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들이 변화를 진두지휘해야 산업의 체질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뭘까. 그는 "지난해 한미약품 기술수출 파기 충격으로 얼어붙은 시장을 녹여주는 것이 역할"면서 "과감한 R&D 투자로 산업이 붐업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경쟁은 시장에서 하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필요한 토양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EIT는 올해 새로운 R&D 지원 사업에 돌입한다. 혁신 바이오신약 플랫폼기술 또는 소재를 기반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시리즈A 펀딩의 1차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R&D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분 참여와 같은 부대 조건이 없다. 이를 통해 대학이나 연구소에 잠자고 있는 우수한 연구를 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에서 시리즈A 펀딩까지가 대표적인 데스밸리(death valley)로 가장 큰 이유는 초기 비용 때문"이라면서 "실패가능성에 대한 리스크 및 책임 부담을 극복할 수 있는 육성화 프로그램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유망바이오 IP 사업화 촉진 프로그램과 더불어 올해부터 본격 가동될 산업통상자원부가 출자한 바이오기업 육성펀드(385억원 규모)와 연계하면 창업부터 시리즈 A, B 투자 및 후기개발까지 이어지는 산업 전주기적 R&D 지원시스템이 완성된다.

바이오산업은 무수한 실패속에서 발전한다. 이 PD는 "실패를 격려해주고 성공을 위한 재도전의 기회로 활용 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결국 바이오제약산업 역시 글로벌 수준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