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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선샤인 액트(Sunshine Act)의 시행

입력 2017-02-09 13:56 수정 2017-02-09 13:56

황지만 딜로이트안진 이사

[황지만의 윤리경영가이드⑧] 지출보고서 도입의 긍정적 효과

작년 12월 약사법, 의료기기법, 의료법이 개정됐다.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약품공급자와 의료기기 제조업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또한, 의약품공급자와 의료기기 제조업자의 경제적 이익 등 제공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 작성 및 보관 의무화가 2017년 6월 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보건복지부가 지출보고서의 세부 작성항목에 대해 제약산업을 대표하는 관련 협회와 논의 중이다. 제약업계는 업무 부담 증가 및 협회와의 중복 보고 등을 근거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제약사, 의료기기회사, 바이오 회사 및 구매대행회사들이 경제적 이익을 의사나 의료교육병원에 제공할 경우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선샤인 액트(Sunshine Act)라는 제도를 2014년부터 시행했다. 이 오픈 페이먼트 프로그램(Open Payments Program)은 건 당 10달러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을 때, 회사들은 의사의 소속과 이름을 포함한 전년도의 상세한 누적 이익 제공 금액을 차년도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자적 방식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누락의 과실여부를 따져 개별 지급 내역당 최소 1000달러에서 최대 1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리베이트 행위의 불법성까지 입증된다면 법적 제제도 가능하다. 미국 외에도 투명성 공개(Transparency Disclosure)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EFPIA(European Federation of Pharmaceutical Industries and Associations) 소속 유럽의 각 국가들과 일본, 호주, 콜럼비아, 슬로바키아 등이며, 향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 페이먼트 프로그램에 보고된 자료를 기초로 한 미국연방보건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관련 업체가 의사, 병원 등에 지출한 금액은 약 8조 6000억원이며, 지출 금액이 가장 큰 업체는 노바티스로 약 6200억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또한,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공개된 2013년 자료 기반) 식사 접대를 자주 받은 의사의 경우 해당 제약사의 약품 처방률이 최대 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환자 본인이 주치의가 어느 제약사로부터 임상시험, 제품설명회 등의 명목으로 후원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특정 제약사의 처방 빈도가 많았다면, 특정 회사의 후원 금액을 찾아 볼 수도 있다.

더불어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최초 발의한 리베이트 방지 삼법은 지출보고서를 작성해 보건복지부 보고의무 조항을 담고 있다. 법안 심의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나온 절충안이 지출보고서의 보관 의무화이다. 즉, 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등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를 작성하고, 해당 지출보고서와 관련 장부 및 근거 자료를 5년간 보관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보 공개와 비교할 때, 우리의 제도는 보고의 의무 없이 보관의 의무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데 있어서 각계 의견의 청취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다. 그러나 한국판 선샤인 액트의 시행으로 보건의료전문가들이 불법리베이트 또는 불필요한 편익의 수취를 자발적으로 방지하게끔 유도하여 종국에는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는 온데 간데 없어진 것이다. 업계 또한 단기간의 실적이나 업무의 과중함을 불평하기 전에 업계의 오랜 고질병인 불법리베이트의 진정한 해결 의지와 국민 건강의 실천을 위한 대승적인 움직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