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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 줄기세포치료제, PMS 건수 부족→행정처분 위기

입력 2017-04-17 07:02 수정 2017-04-17 10:04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식약처 중앙약심, 파미셀 요구 하티셀그램 시판후조사 건수 조정 불가 결론..7월1일까지 자료 미제출시 판매금지 3개월

신약이나 개량신약과 같은 새로운 성분으로 구성됐거나 기존에 없는 유형의 의약품은 시판허가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규모 이상의 부작용 조사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작용이 점검하기 위해 판매 초기에 꼼꼼히 부작용 모니터링을 하자는 취지다.

임상4상시험으로 불리는 시판 후 조사(PMS, Post marketing surveillance)를 통과해야만 재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약사법 32조를 보면 신약 등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은 날부터 품목에 따라 4년에서 6년이 지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원칙적으로 신약은 6년 동안 3000건 이상, 개량신약은 4년 동안 600건 이상 부작용 조사를 해야 한다. 재심사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는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가 시판허가 당시 약속한 부작용 조사 건수를 채우지 못해 행정처분 위기에 처했다.

▲파미셀의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

바이오업체 파미셀이 개발한 하티셀그램은 심근경색 환자의 골수를 채취한 후 중간엽줄기세포를 약 4주간 분리·배양해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는 방식으로 환자의 혈관을 통해 손상된 심장혈관에 직접 주입하는 제품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1년 7월 이 제품을 `흉통 발현후 72시간 이내에 관상동맥성형술을 시행, 재관류된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의 좌심실구혈률의 개선`의 효능·효과로 허가했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파미셀이 요구한 재심사를 위한 증례수 조정 타당성을 논의한 결과 조정 불가 결론을 내렸다.

하티셀그램은 시판 승인 당시 6년 동안 시판 후 조사 600건 이상을 수행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받았다. 약사밥상 새로운 성분으로 구성된 신약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기존에 허가된 의약품과는 달리 새로운 유형의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재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재심사 기간은 허가일로부터 6년이 지난 올해 6월30일이다. 올해 6월말까지 600건 이상의 부작용 조사 자료를 제출해야만 재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파미셀은 재심사 기간 만료일이 임박했음에도 시판 후 조사 건수가 600건에 못 미치자 조사 대상자 수를 600건에서 60건으로 조정해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했다. 식약처는 조사의 성실성, 제품의 안전성, 제품의 효용가치 등을 고려해 조사 건수를 조정할 수 있다. 실제로 환자 수가 부족하거나 판매량이 많지 않은 제품은 식약처와의 논의를 거쳐 재심사 기간 또는 시판후 조사 건수를 조정해주기도 한다.

식약처는 파미셀의 요청을 접수받고 전문가 자문 단체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의원들은 조사 건수 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중앙약심위원회는 "파미셀 제출한 ‘하티셀그램'의 재심사를 위한 증례 수 조정(600례→60례)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이날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은 “600례에서 60례로 조정할 때, 나타나지 않았던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은 200분의 1에서 20분의 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95% 확률로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부작용을 찾아낼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조사 건수 조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하티셀그램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더 많은 환자의 안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사 건수 조정 필요성을 지지하는 의견도 나왔다.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심근괴사가 일어난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일 수도 있기 때문에 품목취소로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사 건수를 600건에서 60건으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또 다른 위원은 “환자가 사용하는 의약품은 안전성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600건에서 60건으로 조사 대상을 줄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재심사 관련 행정처분 기준(자료: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현재로서는 파미셀이 6월30일까지 600건의 시판 후 조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식약처 관계자는 “파미셀의 조사 대상 조정 의견을 접수한 이후 자문을 얻기 위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논의했다. 자문 결과 조정 불가 의견이 나온 만큼 600건 이상의 조사 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신약 등의 재심사에 필요한 자료의 일부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조사대상자의 수가 부족한 경우 포함) 판매업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받는다. 행정처분 기간에도 자료 제출에 실패하면 2차 처분으로 판매금지 6개월 처분이 이어진다. 2차 처분 기간내에도 재심사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허가가 취소된다.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줄기세포치료제가 부작용 조사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퇴출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한 셈이다.

파미셀 측은 하티셀그램의 처방건수가 부족해 시판후 조사 건수를 채우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파미셀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티셀그램은 총 265건 출하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미셀 관계자는 “하티셀그램은 시판 허가 이후 1000건 이상 처방됐지만 시판 후 조사를 진행할 때 환자들로부터 정보 동의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시판후 조사 건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현재 대책을 고민 중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