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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E1 타깃' AZ치료제 실패 극복할 새로운 대안은

입력 2017-05-19 10:26 수정 2017-05-19 10:38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6월 1일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 기술소개①]조동규 성균관대 교수, 약물재창출로 BACE1 발현 조절

▲조동규 성균관대 교수(약학대학).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들이 연이어 임상시험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BACE1 효소를 타깃으로 하는 MSD, 일라이 릴리 등 빅파마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임상이 중단됐다. 잇따른 실패로 인해 위기론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밀로이드 가설은 아직까지 가장 유력한 알츠하이머의 발병 기전으로 꼽힌다.

조동규 성균관대 교수(약학대학)는 BACE1 타깃 치료 후보물질들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BACE1의 발현을 조절하는 대안을 찾아냈다. 또한 효과적인 치료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세포 스크리닝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조 교수는 이미 FDA에서 승인 받은 약물의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 형식으로 세포 스크리닝을 통해 효과를 보인 후보물질의 효능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조 교수는 오는 6월 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양재역 엘타워 지하 1층 골드홀에서 열리는 ‘2017 제1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에서 이러한 기술을 상세히 공개할 예정이다.

◇BACE1 억제 아닌 조절해 ‘아밀로이드 가설’ 새 해법 제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 Aβ)의 응집과 축적이다. 아밀로이드는 전구단백질인 APP가 BACE1(β-secretase)과 γ-secretase 효소에 의해 잘리면서 생성되는데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을 띄는 아밀로이드가 서로 응집이 되면서 신경전달신호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본연의 독성으로 인해 신경세포 사멸을 유발한다. 실제로 치매 환자의 뇌를 관찰한 결과, BACE1의 발현양이 정상인의 2~3배를 넘는 것으로 밝혀져 BACE1을 타깃으로 하는 약물 개발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임상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최근 임상 실패를 알린 MSD와 일라이 릴리의 약물들은 APP의 분해 효소 가운데 BACE1을 타깃으로 저해하는 기전을 가진 물질이다. 조동규 교수는 이들의 실패에 대해서 “BACE1의 활성부위가 광범위한 기질 특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패하고 있는 BACE1 억제제는 해당 효소에서 인식되는 APP의 서열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특이성이 떨어질 수 있고, 다른 단백질 분해 효소마저 억제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미 발현된 BACE1을 억제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 또는 미약한 효과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래서 BACE1 효소의 발현 자체를 조절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BACE1 promoter 타깃 치료제 스크리닝 기술의 기본 개념.

이에 따라 BACE1의 촉진 유전자(promoter)에 영향을 줘 발현과정 중 전사(Transcription)를 조절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이러한 기전의 약물을 발굴하기 위해 ‘BACE1 프로모터 스크리닝 시스템’을 개발했다. BACE1 촉진유전자 염기서열 뒤에 형광을 발현하는 RFP 유전자를 삽입한 벡터 기반의 플라스미드(plasmid) DNA를 제작하고 이 것을 사람의 신경모세포종 세포에 형질주입해 일정한 발현이 가능한 세포주를 구축한 것.

◇약물 재창출로 20여종 약물 도출..2개는 동물실험 마쳐

“스크리닝 시스템을 이용하면 BACE1의 촉진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발현을 조절하는 약물의 경우, RFP 형광 신호가 감소합니다. 간단한 처리과정과 현미경 관찰만으로 효과 있는 약물을 선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조동규 교수는 구축한 시스템을 이용해 FDA의 허가를 받은 약물 라이브러리 검색을 통해 BACE1 촉진유전자를 억제하는 20여종의 약물을 도출하고 단백질 정량분석실험 등을 통해 5개의 후보약물로 압축, 발굴했다.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허가 약물을 이용한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 방식은 안전성이 이미 입증된 시판 제제를 활용하는 것이므로 임상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조 교수 연구팀은 실제로 5개 중 2개의 약물을 골라 알츠하이머 모델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해당약물을 경구로 투여한 뒤 동물의 행동을 통해 기억력과 공간지각능력을 평가하는 모리스 워터 메이즈 시험(Morris Water Maze test)을 수행한 결과, 알츠하이머 중기에 해당하는 동물에서 기억력 증진 효과를 확인했다. 조직학적인 관찰 실험에서도 BACE1의 발현이 조절되자 베타-아밀로이드가 응축된 플라그(plaque)의 양이 감소되는 결과를 보였다.

조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이 스크리닝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발굴한 약물들이 어떤 분자적 타깃을 통해 BACE1 발현 조절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정체된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새로운 타깃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