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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이 美 최고 바이오 클러스터가 된 배경은?

입력 2017-05-25 14:17 수정 2017-05-25 14:32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바이오산업 10개년 프로젝트 추진..Lab Central·IBE team 혁신시스템 도입

“지난 몇 년간 보스턴이 겪은 변화는 한 마디로 ‘상전벽해(桑田碧海)’입니다. 최고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죠.”

김종성 보스턴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24일 대전 대덕테크노비즈센터에서 열린 대전 혁신신약살롱 강연에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장사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보스턴이 겪은 변화와 성장을 위한 노력을 관찰하고, 분석한 내용을 국내 바이오 종사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강연에 나섰다.

김 교수는 “보스턴은 하버드, MIT 등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대학들이 위치해 연구 능력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산업적인 발전은 더딘 편이었다”며 “하지만 정부와 민간기업, 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코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2016년 기준으로 미국 10대 바이오 클러스터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미국에 조성된 클러스터 지역들을 NIH 펀딩 규모, VC 펀딩 규모, 특허 출원 개수, 인력과 실험공간의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보스턴이 바이오 클러스터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2007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데발 패트릭이 세운 10개년 프로젝트의 공이 크다. 패트릭 주지사는 연구 능력에 비해 산업적 측면에서 부족한 이유를 분석하고 바이오산업을 발전 시키기 위해 비영리단체 ‘Mass bio’를 설립, 10년간 1억 달러를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 의대를 필두로 바이오-생명과학을 주도하던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들은 이러한 주 정부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지난 15년간 아스트라제네카를 시작으로 얀센, 사노피, 일라이 릴리 등 대형 제약사의 R&D센터가 보스턴에 설립되면서 연구 단지를 이뤘다.

◇ 'Eco-system' 개선을 위한 노력 이어져

김 교수는 “이렇게 좋은 조건이 갖춰진 것에 더해 바이오 스타트업의 창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그 첫 번째는 랩 센트럴(Lab Central)로 바이오 스타트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연구 기자재들을 구비하는 부분인데, Lab Central은 40개의 실험 벤치(bench)를 만들어 40개의 회사에게 빌려주고, 고가의 연구장비를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곳의 장점은 단순히 기기를 빌려 쓰는 것에 있지 않다. Lab Central의 주변에는 MIT, 화이자, 노바티스 등이 있다. 이러한 대형 제약사들의 담당자들이 수시로 Lab Central에 드나들며 일주일에 3~4차례씩 모임을 가진다. 김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원하는 니즈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면서 "입주한 스타트업 기업 뿐만 아니라 벤처투자자들, 제약사 책임자 등 다양한 구성원이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두 번째로 아이비이 팀(IBE team)을 소개했다. 현재 신약 개발의 중심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대형 제약사들은 이제 초기 기술 개발을 접고 기술 도입을 통한 파이프라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원하는 기술 수요에 비해 연구 결과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갭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한 산업과 학계간의 간극을 메워주는 다리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민간기업 책임자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IBE team이다.

IBE(Institute for Biomedical Entrepreneurship)는 연구자들의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교육프로그램과 중개 펀드(Translational fund)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연구자들에게 상업화가 될 수 있는 가치(Value)는 무엇인지와 그것을 어떻게 창출해야 하는지 등을 교육하며 스타트업 초기 창업에 필요한 지식을 전수한다. 5일간의 캠프 형식으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아이템과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소그룹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유망한 기술을 발굴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미 두 차례 시행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35명의 참가자 가운데, 상업화 가능성을 가진 6개의 기술을 발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업에 서툰 연구자들에게 현실감각을 심어주고, 상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스킬을 습득하도록 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도 창업을 고려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발굴된 기술을 성공적 창업으로 귀결시키기 위해, IBE 중개 펀드에서는 시드펀딩을 지원하고 체계적 관리하의 중개연구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킨다. 이 과정 중 실패가 예측되는 기술은 빨리 판단하고 중단한다.

그는 "IBE는 연구자들이 1~2년의 짧은 시간동안 집중해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일명 ‘패스트-사이클링 에코시스템(Fast-cycling eco system)’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8~9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산업의 특성 상, 실패 이후 재기가 어려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IBE team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있는 30%의 기술을 가려내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라이센싱 아웃과 같은 빠른 결과 도출을 목적으로 한다.

◇ 국내 스타트업 해외 진출 돕는 'KORBIA'

김 교수는 “자신의 자산을 파악할 수 있고, 해외진출 활로 개척 및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고 말하며 창업을 고려하는 국내 연구자 혹은 창업자들에게 IBE 교육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많은 사람이 한국의 바이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 하는데 그에 비해 진출이 없어 아쉽다는 설명이다.

김종성 교수는 이러한 현지의 수요를 파악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보스턴 지역의 연구자들, 기업 종사자들, 변호사, 법무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국내 기업이 겪는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KORBIA’를 만들었다. 그는 “미국에서 창업한 기업은 고종성 박사의 제노스코 외 한 곳 정도로 매우 드물다"면서 "KORBIA을 이용해서 더 많은 바이오 종사자들이 미국 시장에 도전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