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사본문

"베일에 싸인 바이오텍에 내 미래 베팅할 수 있나요?"

입력 2017-06-22 09:10 수정 2017-06-22 09:10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창간기획-바이오 일자리를 찾아서] 취준생이 바이오텍을 꺼리는 이유①= 회사 정보·비전 제시하지 않는 회사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도 적고 마음에 드는 사람도 적단다. 바이오기업들의 하소연이다. 갈만한 회사가 없다고 한다. 어렵게 문을 두드렸지만 실망만 하고 돌아왔단다. 취업준비생들의 반박이다. 이 간극을 메워야 바이오산업 인력난 해소의 길이 열린다. 바이오스펙테이터는 국내 바이오관련 학과에 재학 혹은 졸업한 취업준비생(석박사 이상) 10여명을 만나 그들의 입장에서 바이오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를 들어봤다. 취업준비생의 시각에서 바이오산업 인력난을 해결할 단서를 찾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홈페이지도 없고 기사를 검색해도 안 나와요. 단지 구인 사이트에 올라온 3~4줄짜리 회사 소개가 다예요. 연봉이나 근무조건도 모호하게 나와 있구요. 큰 맘 먹고 면접을 봐도 회사의 핵심 사업, 비전은 잘 이야기하지 않아요. 단지 실험만 열심히 해주길 기대해요. 그러면서 '요즘 학생들은 도전의식이 없고 안정적인 대기업만 선호해 인력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바이오스펙테이터가 만난 바이오 관련 학과(생명과학 등) 취업준비생들의 이야기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한마디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바이오텍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준비생의 뇌리에 박힌 인상은 적어도 이렇다.

취업준비생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바이오텍 도전을 결심해도 회사를 판단할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기본적인 회사 소개부터 맡게 될 직무와 연봉, 복지 등 근무환경, 더 나아가 회사의 비전까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의 신경과학전공 석사 졸업생 정모(30)씨는 한 바이오텍 취업 진행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가장 먼저는 채용사이트에 제시된 정보가 ‘연구개발부, 석사 이상’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흔한 홈페이지조차 없었다. 면접의 질문은 더 당황스러웠다. "우리 회사에 대해 아는 걸 다 말해보세요. 채용되면 회사의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죠?”

석사 졸업생 김모(28)씨는 최근 한 바이오텍에 최종 합격했지만 취업을 포기했다. 뒤늦게 제시한 턱없이 낮은 연봉 때문이다. 채용사이트에 제시된 연봉은 2200만~7000만원으로 격차가 너무 커 받게 될 연봉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면접과정에서 “연봉이 낮은데 괜찮겠어요?”라고 말하면서 ‘회사내규’라는 명목 하에 구체적인 연봉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애매하게 공개된 회사 연봉에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생물학 전공 연구자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혹시 A 바이오텍에 대해 아시는 분 있나요?” 라는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취업준비생들이 그나마 바이오텍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 중 하나지만 관련 질문에는 관심도 답변도 적다. 많은 바이오 전공자들이 바이오텍에 대해 모르고 있고, 취업준비생은 회사관련 정보를 얻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다.

결국 취업준비생은 알지도 못하는 회사에 도전하기보다는 정보가 공개된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회사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한 취업준비생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회사 내부기밀 기술에 관한 정보가 아니다. 적어도 몇 년 내지 십여년 일하게 될 회사의 기본적인 정보. 즉, ‘연구내용, 직무내용, 연봉, 복지, 인력상황’에 대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면접 과정에서도 정보부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바이오텍은 인력을 뽑을 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지원자의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받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회사의 성장가능성을 판단할 정보를 주지 않는다. 회사와 지원자 간의 정보불평등이 심각하다.

취업재수생 권모(28)씨는 “바이오텍 100개 중에 10~20% 정도만 진짜 연구를 하며 장래가 유망할 것이고, 나머지는 현상 유지만 하는 발전 없는 회사가 많은 것 같다"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에 지원하면 이상한 곳에 걸리게 될 리스크가 크니, 차라리 바이오텍에 도전하기가 꺼려지고 피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구하는 벤처’인줄 알고 한 회사에 도전했다 그렇지 않은 현실을 보고 그만뒀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이 말은 취업준비생들이 흔히 코칭 받는 취업 성공전략이다. 바이오텍에 도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스스로 미래에 대한 준비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정보는 회사에서 제공해야 한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취업준비생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박사 졸업생 신모(30)씨는 “(바이오텍)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을 뽑는지 바이오 전공 학생들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