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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생검', 암 조기진단의 해결사 될 수 있을까?

입력 2017-06-30 09:32 수정 2017-06-30 14:31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1주년 기고⑫] 지노믹트리 안성환 대표

“액체생검(Liquid Biopsy)을 통한 암 조기진단”은 거룩한 성배(Holy Grail)를 들어 올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되고 있다. 그만큼 가치가 있으나 이루기는 과정은 험난하고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액체생검(Liquid Biopsy)이란 조직생검에 대한 대안적인 개념의 용어다. 비침습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액체상태의 체액시료를 활용한 암 진단법을 지칭한다. 최근 혈액 기반 시료를 이용해 암을 진단하는 액상생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채혈 후 분리할 수 있는 혈장이나 혈청 속에는 다양하게 조각난 DNA 절편이 존재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들 DNA절편을 “순환성 세포유리 DNA” (circulating cell-free DNA, cfDNA)라고 한다. cfDNA 중 대부분은 주로 혈액 내 백혈구 세포들이 자연사멸할때 유전체 DNA 를 잘게 조각내 혈류로 방출함에 따라 생긴 것이다. 장기 조직세포들 같은 경로를 거치게 되는데 고형암 환자의 경우에는 종양세포에서 흘러나온 종양세포 유래 DNA 절편도 함께 섞여 있다. 이들은 아주 소량으로 다양한 비율로 존재한다. 이를 “순환성 세포유리 종양 DNA” (circulating cell-free tumor DNA, ctDNA)라 한다. 결과적으로 고형암 환자의 혈액 속에는 암세포에서 흘러나온 소량의 ctDNA가 정상세포에서 나온 대부분의 cfDNA 속에 섞여 존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암세포 유래 유전자에 존재할 수 있는 유전적(genetic) 또는 후성유전적(epi-genetic) 돌연변이(mutation) 바이오마커를 측정을 한다는 것은 흡사 짚더미 속에 있는 바늘을 찾아 내야하는 형국인 것이다.

”액체생검, 왜 필요한가?”…고령화, 암질환 그리고 정밀의료 시대의 개막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사회는 암과의 전쟁을 비켜갈 수 없다.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좀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이들 환자를 위해 더 나은 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의료 커뮤니티의 숙명적 역할이다. 수많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나오고 있지만 암환자는 점점 늘어나고 여전히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증가하고 있다. 혁신적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이를 투여받기 위해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특정 항암제에 좋은 치료반응을 보일 환자군을 구분해 최적의 치료제를 사용하고자 하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기존의 암조직 세포의 형태, 병리적 근거에 의한 진단법은 정밀의료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정 항암치료의 대상이 되는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조직시료 일부를 사용해 특정 바이오마커 상태를 근거로 치료선택을 하는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법이 개발되어 활용된다. 정량적 PCR 기법을 통한 EGFR, KRAS, BRAF와 같은 유전자들의 돌연변이 측정법이 이에 해당한다. 특정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암조직 시료에서 특정 돌연변이 존재유무를 판단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 붙게 된다. 미국 의료시장에서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기술(NGS)로 암 관련 유전자들을 패널로 선정해 돌연변이를 동시에 식별함으로써 최적의 항암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진단회사가 창업전선에 뛰어 들고 있는 실정이다. 파운데이션메디슨(Foundation-Medicine)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암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조직생검(tissue biopsy)을 수행 할 수 없는 경우가 자주 있다. 환자의 상태를 알고 최적 치료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대안을 강구하게 되었고 혈액시료를 대신 사용하는 혈액 액상생검(liquid biopsy) 분자진단법을 도입하게 된다.

혈액시료를 사용할 수 있는 과학적 배경은 암조직세포를 대변할 수 있는 암세포 분자정보가 액상 상태의 혈액 속에 흘러나와 온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혈류 속에는 죽은 세포들의 유전자가 조각나 흘러나와 잠시 순환하다 오줌으로 빠져 나간다. 조각난 유전자 절편 속에는 암세포 유전자 돌연변이 정보도 같이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동반진단으로서의 액상생검이란 혈장이나 혈청에 존재하는 순환 세포유리 DNA(cfDNA)들 중 에서 바이오마커로 선정된 암세포 유리 DNA(ctDNA) 돌연변이 정량적으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분자진단 시장의 선두주자인 로슈(Roche)가 미국 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정량적 PCR기법을 사용해 혈액 액상생검을 기반으로 한 EGFR 돌연변이 측정법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기존의 액상생검을 이용한 암진단 서비스…’비싼 가격과 낮은 진입장벽’

지금껏 개발된 다양한 표적 항암 치료제는 고유의 바이오마커를 액상생검으로 측정하여 치료 적응증을 확장해 나가고 싶어 한다. 현재 개발 중인 혁신적인 항암치료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여러 가지 유전자 돌연변이 바이오마커를 한꺼번에 측정할 수 있는 차세대유전자 서열분석(NGS)법의 도입은 당연한 수순이다. 급기야 Gardant Health를 비롯한 여러 회사들(Foundation Medicine, Qiagen NV, GenomicHealth, Myriad Genetics 등)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었다. 이들은 유사한 NGS 장비를 사용하지만 측정대상 유전자 패널규모와 다중마커 동시 핵산증폭기법 그리고 데이터 분석방법 등을 차별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전자 돌연변이 정보를 제공하는 동반진단 서비스라는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암환자 구분진단 시장이 향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을 하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액상생검 에 근거한 암환자구분 진단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암 진단을 받은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의 병기를 지닌 암환자는 그 일부에 불가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NGS-액상생검 진단서비스 비용은 대부분 수백만원 수준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 NGS-액상생검을 통한 환자 구분진단 서비스의 임상적 효용가치 에 대한 이견은 있으나 이에 논의는 차후로 하더라도 높은 가격 결정은 비즈니스 성공여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시장조차도 높은 진단서비스 가격에 대해 보험회사들이 원활하게 보험상환을 해주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후보 바이오마커들은 이미 공개되어 있는 암 관련 유전자들을 대상으로 측정하게 되는 접근법이라 암 종별로 신규바이오 마커를 딱히 새롭게 발굴할 이유가 없다. 이는 고유의 진단법에 대한 특별한 지적소유권 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기회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하는 진단서비스 회사들은 그냥 공통된 NGS 분석기기를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진단서비스를 위한 실험적 행위와 디지털기반 정보분석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형국이라 진입장벽이 그렇게 높지 않다. 따라서 NGS 액상생검 법을 통한 암환자 구분 진단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거룩한 성배를 논하기에는 시장규모의 확장성 과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부족한 듯 보인다.

피할 수 없는 항암치료의 新패러다임, ‘암 조기진단 시장의 출몰’

향후 체외 분자진단 시장 중 급성장하는 영역은 암 조기진단 시장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대부분의 암은 조기에 만 진단 해낼 수 있다면 암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비용도 지금의 30% 선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완전히 새로운 진단 시장이 개척되는 것이다. 적정 나이의 모든 건강한 사람이 진단 대상이 될 수 있어 시장 규모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모든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시대의 시장 규모는 1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헬스케어 산업 중 암 조기진단 비즈니스는 꼭 해야만 하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사실 과학지식과 기술 축적의 불충분으로 제대로 할 수가 없었던 분야이기도 하다. 만약 특정 암 조기진단이 가능하고 임상적 효용이 높은 체외 분자진단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데뷔 시킬 수 있다면 분명히 거룩한 성배로 축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1조 펀딩받은 그레일, ‘모든 암환자를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게 하겠다’

거룩한 성배를 향해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회사가 있다. 2016년 초 NGS 기기와 시약을 만들어 시퀀싱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루미나 사가 400만불을 투자하여 그 이름조차도 성배(Grail) 스타트업을 분사시켰다. 빌게이츠를 포함한 여러 실리콘벨리의 벤처케피탈로부터 총 1000만불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처음에는 CEO 자리를 비워 놓았으나, 1차 투자유치가 끝난 후 구글의 주요임원 이었던 Jeff Huber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 당시 그는 아내를 대장암으로 잃은 직후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모든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NGS 기반의 액상생검 기술을 구축해 실질적으로 암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Jeff Huber 그레일 대표

그즈음 1조원 이상의 투자자금이 SNS 어플리케이션 회사인 스냅챗에게 몰렸다. Jeff Huber는 그 상황을 빗대어 그레일(Grail)이라면 최소한 비슷한 정도의 경제적 지원받을 가치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의 논리는 매우 명료하였다. ‘모든 암환자를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게 하겠다’. 치유가 가능한 아주 이른 시기에 암환자를 식별해 낼 수 있는 진단시스템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앞으로 특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NGS 기기와 고감도 분석기법으로 곧바로 대단위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겠다고 투자자를 설득했다. 그리고 차별적인 머신러닝과 데이터 컴퓨팅 파이프라인을 가동하여 모든 암 종들을 동시에 조기 진단해 낼 수 있는 암 스크린진단 서비스체제를 갖추겠다고 했다. 그레일은 미래의 데이터 중심 체외 분자 진단 서비스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실리콘 밸리 출신다운 과감한 발상을 도전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수개월 내에 1조원 이상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그레일은 기존 NGS 기법을 통한 액상생검 진단서비스 회사와 어떤 점이 다른 지 살펴보면 예상외로 단순한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암진단용 바이오마커 후보군으로 더 많은 유전자 패널(508개)을 설정한 것이다. 둘째 차세대 시퀀싱(NGS)으로 초고감도로 실험과 해독을 하겠다고 한다. 셋째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낼 수 있는 정보분석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초고감도 라는 의미는 기존보다 최소 100배 이상 깊게 유전자서열을 분석실험 하겠다는 것이다.

20ml 혈액 내에는 일반적으로 최소한 1만 카피 정도의 유전체 DNA에 해당 하는 cfDNA 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분석대상 유전자 복제수가 1만 개 일 때 그 속에 섞여 있는 한 자리수 돌연변이 DNA 까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분석민감성을 유지 한다는 것이다.

모든 암종에 대해 조기진단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그레일의 일차적 과학적 논리는 결국 508개의 암연관성 유전자들 서열상에 발생할 수 있는 돌연변이들을 모두 합하면 모든 암종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모든 암조직의 암세포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중 최소한 한 개는 혈액 생검에 흘러나와 존재하고 시그날로 감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대규모의 임상시험을 단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단 건강한 사람들의 혈장 cfDNA를 분석하여 데이터화 하여 정상 대조군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암종의 환자들로부터도 같은 방식의 데이터를 확보하여 비교 분석하고자 하는 임상계획으로 판단된다. 결국 방대하게 얻은 데이터를 이용하면 암환자를 건강한 사람과 구분 할 수 있는 기준(cut off)값을 얻을 수 있고 계속적인 진단서비스를 통해 그 값은 점점 더 정확하게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그들의 주장은 방대한 데이터 확보와 강력하고 차별적인 컴퓨팅 프로그램이 이런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어떤 측면에서는 너무 단순하기에 용감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정도다.

그레일이 ASCO 2017에서 발표한 임상진행 현황은?

그레일은 현재 여러 종양∙암 환자 7000명 과 3000명의 정상인들로 구성된 코흐트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Cell-Free Genome Atlas(CCGA)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보고해 놓고 있있다.

그중 일부의 임상시험 현황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17’에서 포스트발표를 통해 공개했다.

그레일은 우선적으로 유방암, 전립선암 그리고 폐암(비소세포) 환자들의 암조직 세포들 돌연변이 정보와 액상시료에서 얻어진 정보를 일치도를 알고 싶었다. 우선 여러 암종의 124 명의 환자에서 채취한 혈장 cfDNA를 대상으로 Grail 유전자 패널(508개)에 대해 고감도 NGS 시퀀싱(>6,0000 X, 170배)을 해 돌연변이 시그날 데이터를 만들었다. 그런 후 종양조직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에서 암유전자 돌연변이 프로파일 프로젝트(IMPACT)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전자 패널 (410개)에 대해 일반적인 감도의 NGS 시퀀싱를 한 데이터와 비교∙분석했다. 먼저 89% 환자의 암조직 세포는 최소한 한 개 이상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두 번째는 암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발견된 전체 돌연변이와 환자의 혈액에서 나온 돌연변이 시그널과 일치하는 비율은 73% 정도로 기존 다른 연구들에 비해서는 일치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혈액 속에 존재하는 순환성 세포유리 DNA 조각(cfDNA)의 대부분은 사실 백혈구 세포의 자연사로 인해 흘러나온 것으로 익혀 알려져 있다. 그리고 조혈세포 성숙 과정을 위해 동반되는 세포분열은 자연스레 무작위 돌연변이를 동반하게 된다. 그러면 암환자 혈액 액상생검 분석을 통해 파악되는 508 유전자 패널 내의 돌연변이들 중 일부는 정상적인 백혈구세포에서 발생한 체세포 돌연변이인 셈이 된다.

두 번째 포스트 발표 내용은 정상인 과 암환자를 구분 하기위해 적용해야 할 분석 기준선을 설정하기 위한 기초적 코호트 연구였다.

임상시험 디자인과 결과를 보면 이렇다. 암 전이환자들과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각각 백혈구 세포의 유전체 DNA (genomic DNA)를 분리 하여 508 패널 체세포 돌연변이 빈도를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암환자와 건강인 혈장에서 cfDNA를 각각 분리하여 동일한 분석을 했다. 이들은 비교 분석해 본 결과는 예상대로 정상적인 백혈구 혈성 과정 동안 얻어진 체세포 돌연변이 들이 정상인들의 혈액속에 흘러 나온다는 것을 확인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에 증가함에 따라 돌연변이 빈도가 증가함도 파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직까지의 한계와 극복하고자는 노력’

그레일은 건강한 사람들 중 있을 수 있는 조기 암환자를 식별해 내기위해 NGS 분석성능을 극도로 민감하게 올려 액상생검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건강한 사람들 돌연변이 시그날들을 암환자와 같이 양성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레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다양한 정상인들로부터 돌연변이 시그널을 확보함으로써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해 컴퓨팅 파이프라인을 가동한 분석시스템을 적용하면 만족스런 기준점을 설정해 낼 수 있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한가지 고려해볼 사항은 민감도와 특이도는 항상 상충효과(trade off) 있다는 점이다. 울트라 딥 시퀀싱을 하여 분석 민감도를 극도로 높일 경우 임상적 특이도는 낮아질 수 있다. 모든 암종을 대상으로 508개 유전자 패널이 커버하는 돌연변이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양성 판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서 이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액상생검을 통해 암세포 돌연변이들을 검출한 경우 도대체 어느 조직세포로부터 돌연변이가 유래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사항이다. 결국 양성으로 판단된 환자는 후속적으로 영상 진단기법을 통해 확인절차를 거쳐야하는 불합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스타트업 인 시리나(Cirina)을 전격 인수∙합병했는데 이런 문제점을 보안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시리나는 암 조기진단 목적을 매우 강조하며 비침습성 선별 검사법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시리즈A로 12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회사다. 시리나는 특정암에 대한 적응증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측정대상 바이오마커 후보군을 체세포돌연변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전적 변이와 DNA 메틸화(DNA methylation)와 같은 후성유전적 변이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액상생검 암조기 진단을 위한 최적 진단조건을 구하기 위해 측정기법도 차세대 시퀀싱 뿐만 아니라 DNA 마이크로어레이 기법을 함께 활용 하고있다. 아직까진 특정 암의 조기진단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임상적으로 근거를 확보했다는 연구결과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나의 공동 창업자인 Dennis Lo 박사가 혈액 액상생검 분야에서 오랜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높이 살수 있다. 그는 circulating cfDNA분석을 통한 산전 진단 영역에서 선구자로 명성이 높으며 최근 DNA 메틸레이션 패턴 분석을 통해 각기 다른 조직들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연구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그레일은 합병을 통해 시리나의 차별적 역량으로 자신들의 부족분을 채우고자 고자 한 것 같다.

시리나의 기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다. 초기 암환자 일 경우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암세포 유래 ctDNA 량은 너무 적고 일관성도 높지 않다. 지금껏 알려진 보고에 의하면 1기 암환자 들 중 ctDNA 돌연변이 검출이 가능한 환자는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울트라 딥 NGS 로 508개 유전자를 분석하여 민감도를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초기암 환자들 혈액에 존재하는 ctDNA 량을 고려하면 DNA 메틸화 패턴 분석을 통해 ctDNA 유래가 어느 암종의 조직인지 파악하여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레일은 4~5년 후 모든 암종에 대한 조기진단 목적의 NGS 액상생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진단서비스 소비자 가격은 1000달러 선이 될 것이라 한다. 그 가격으로 508 유전자 패널 대상으로 울트라 딥시퀀싱을 수행하고 진단용 분석결과를 제공해야만 한다. 가격을 고려해 볼 때 환자시료에 식별표지를 달아 아주 많은 환자를 동시에 NGS 반응분석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연구개발이 아닌 실제 암 조기진단 시장에서 용납이 될지 의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NGS 기기의 환자시료 처리능력을 들 수 있다. 암조기 진단시장 이란 암환자로 판정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이 아니다. 적정 나이의 건강한 정상인들이 대상이다.

지금껏 드러난 그레일의 차별적 기술력과 임상시험 계획에 따른 예비 데이터 결과들은 매우 도전적이다. 모든 암종을 조기에 진단해 낼 수만 있다면 당연히 거룩한 성배를 들 수 있다. 그레일의 방향은 옳아 보이나 너무 험난한 여정을 남겨 놓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