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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좋은균硏 "한국인의 장내환경 진단&솔루션 제시”

입력 2017-07-11 13:28 수정 2017-07-11 13:28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충치균 연구' 치과의사, '대변은행' 설립자로 변신한 까닭

▲김석진좋은균연구소의 김석진 연구소장.

"우리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장내미생물(세균)은 0.1%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9%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거나, 또는 오히려 우리에게 유익한 효과를 줍니다. 그런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고 무조건 무균, 살균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세균과 함께하는 건강한 삶에 대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김석진좋은균연구소의 김석진 연구소장이 미국 생활을 접고 국내로 복귀한 이유다. 그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치주학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충치나 잇몸에 병을 일으키는 나쁜 세균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가르쳤다"는 그는 어느새 '세균으로 현대인의 건강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가진 세균 전도사(?)가 됐다.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2013년 국내 최초로 장내세균분석 서비스를 상용화했으며 올해 6월에는 분변이식에 필요한 건강한 균을 저장하는 아시아 최초 대변은행 ‘골드 바이옴(Gold biome)’을 열었다. 우리 몸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유산균의 특성을 이용해 바르는 유산균 화장품도 개발하고 있다.

김 소장은 “국내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알리는 책(내 몸의 유익균 : 프로바이오틱스)을 처음 집필한 사람이 나”라고 밝히며 “장내 세균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더 나아가 세균을 이용해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장내세균분석을 통해 장내환경을 파악

우리 몸에는 세포의 10배수에 달하는 100조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사람은 각각의 외모처럼 체내 세균 역시도 그 구성과 비율이 다르다. 김 소장은 “건강한 사람들의 장내 환경의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세균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균을 유익균과 중간균, 유해균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유익균과 중간균이 유해균의 기능과 증식을 억제하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2013년부터 장내세균의 분포를 분석해 장 환경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한 채변 샘플에서 DNA를 추출한 뒤, 실시간 연쇄 중합반응(real-time PCR) 방법으로 DNA를 증폭, 장내세균을 검출하고 분포를 분석한다.

회사 측은 “현재 과학적으로 기능이 밝혀진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클로스트리듐 세 가지 균주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자의 샘플에 존재하는 각각의 균의 양을 한국인 장내세균구성 데이터 베이스와 비교, 분석해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를 제공한다.

▲장내세균분석 결과 예시.(출처: 김석진좋은균연구소 홈페이지)

김석진 소장은 “장내세균의 분포도는 식습관과 운동, 생활습관 등에 의해서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일회성 검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3~6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했다.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아직은 미개척분야인 장내세균분석을 더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 중 하나가 ‘제 2의 동균이 찾기’ 프로젝트. 연구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와 피부염 등 면역질환에 시달리던 동균이의 장내세균을 분석한 결과 유해균이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식습관을 개선하고 고농도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도록 해 장 속 유익균이 증가하고 면역질환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소는 아토피 등 알러지 질환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장내세균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고농도의 프로바이오틱스 섭취와 식습관과 운동, 생활습관 등의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김 소장은 “아직까지 큰 이익을 내는 사업 분야는 아니지만, 세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지난 3년간 시행한 장내세균분석 서비스를 통해 1000여명의 한국인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상태이다. 김 소장은 “현재는 실시간 연쇄 중합반응 방법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점차 나아가야할 방향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이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NGS 체계화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아시아 최초 대변은행 ‘골드 바이옴’ 론칭

폐렴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던 시절,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의 발견은 획기적인 의료 혁명을 가져왔다. 이후 질병 치료와 예방을 위해 박테리아와 균을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기전의 항생제가 개발, 널리 이용됐다.

하지만 질병을 일으킨다는 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오히려 다른 질병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C.difficile infection)’이다. 이는 항생제 사용 중 또는 사용 후, 장관의 세균총 구성이 변하면서 C.difficile 균이 내뿜는 독소에 의해 발생하는 위막성 대장염이다. 증상으로는 발열과 복통, 묽은 설사 등이 나타나며 심해질 경우, 출혈과 장 천공, 패혈증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서 주로 발생하는 이 질환의 치료를 위해 쓰이는 약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항생제다.

이처럼 유익균까지 죽여 몸속의 균형을 파괴하고 종국에는 병원균의 내성을 키우는 부작용의 항생제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분변이식(Stool transplantation)’이다. 분변이식은 건강한 정상인의 대변 추출물을 환자의 장관에 투여하는 방법으로, 분변 속 포함된 장내미생물을 이식함(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으로서 증상을 치료한다. FMT는 재발성 또는 기존의 항생제 효과가 없는 C.difficile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보건신의료기술을 획득했고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 변비, 비만 등의 질환에 대해서도 증상이 호전되는 결과들이 발표됐다.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지난 6월, FMT에 사용할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초저온에서 안전하게 보관하는 대변은행 ‘골드 바이옴(gold biome)’을 열었다. 연구소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장내세균분석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이용해, 철저하게 분석 검증한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FMT 시술을 받는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오픈 바이옴’에 이은 아시아 최초의 대변은행이다.

김 소장은 “약을 평가하는 기준은 유효성(efficacy)과 안전성(safety)이다. 장내미생물 이식의 유효성은 결과적으로 90%이상의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증명됐다. 이제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라고 설명했다.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기증자의 분변을 분석하는 자체 안전성 프로토콜을 개발한 것은 물론, 실제로 사용되는 병원에서의 임상 검사와 함께 진행해 이중 점검을 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안전성 프로토콜은 간염바이러스, HIV바이러스, 결핵 등의 감염 여부와 박테리아, 기생충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실시간 연쇄 중합반응(PCR)을 통해 유전체 검사 및 항생제 내성검사 등을 꼼꼼히 시행한다.

김 소장은 분변이식과 대변은행을 소개하며 “장내 환경은 굉장히 많은 수의 균이 모여서 이룬 것이기 때문에, 어떤 질병에 대해 유익하다고 알려진 몇몇 균을 넣어주는 것만으로는 균형을 되찾기 어렵다. 분변이식은 유익균은 물론, 다수의 중간균을 넣어줘 유해균의 자리와 영양소를 빼앗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장내 세균분석 일상적 건강검진 항목 될 것"

김 소장은 ‘미생물과 세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9년, 안정적인 직장과 가족들을 남겨두고 홀로 한국으로 건너와 창업을 준비했다. 4년 뒤, 전문 경영인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봉사재단에서 만난 이경민 대표와 의기 투합해 ‘바이오일레븐’을 설립했다. 모회사는 IT회사인 민앤지 주식회사다.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개념도 사람들이 몰랐습니다. 그래서 낮에는 치과의사로 일하고, 밤에는 저술을 시작해 처음으로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책을 펴냈죠. 그 뒤로 조금씩 알려져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그동안 장내 미생물의 영향력에 대한 범위 역시 단순한 장 건강에서 면역까지 확대됐습니다.”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세균으로 현대인의 건강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가진다. 김 소장은 “건강검진할 때, X-ray를 찍고 혈액 검사를 하는 것처럼 장내세균 분석 역시 일상적인 건강검진 항목이 될 것이다. 그런 날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우리가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바이오와 IT기술을 접목, 활용하는 모니터링을 통해 진단과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질환에 특화된 치료용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을 목표로, 그에 따른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김석진 소장은 마지막으로 “훌륭한 의사라도 한번에 한 명의 환자만을 돌볼 수 있지만, 훌륭한 과학자의 결과물은 만 명, 수 만명의 환자에게 동시에 혜택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모든 과학자의 꿈이자 내 꿈”이라고 말하며 “현대인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