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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 허가..시장성은?

입력 2017-07-12 11:08 수정 2017-07-12 17:24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한번 주사로 2년간 통증완화 지속' 획기적 효과로 호평..장기 유효성ㆍ안전성 미검증ㆍ고가 약물 등 난관 극복 숙제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가 보건당국의 까다로운 허가심사 관문을 통과했다. 무릎 골관절염이 중증 이상인 환자에게 한 번의 주사로 2년 가량 통증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효과로 시장성을 낙관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유전자치료제라는 생소함과 비싼 가격으로 인해 시장 안착에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를 시판승인했다. 인보사케이는 3개월 이상의 보존적 요법(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에도 불구하고 증상 (통증 등)이 지속되는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Kellgren & Lawrence grade 3)의 치료 용도로 사용하도록 허가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7월 인보사케이의 허가신청서를 접수한지 1년 만에 식약처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통과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

인보사케이는 국내 업체가 개발한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기록됐다. 유전자치료제는 유전물질 발현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투여하는 유전물질 또는 유전물질이 변형되거나 도입된 세포를 함유하고 있는 의약품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시판승인을 받은 유전자치료제는 4개에 불과하다.

인보사케이는 기존 치료 방법인 수술법 또는 약물치료 방법과는 달리 주사제를 통해 통증 및 기능, 관절 구조 개선의 효과를 나타내는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다. 1회 주사로 2년 이상의 통증 완화 및 활동성 증가 효과를 확인한 바이오신약이다. 유전자 전달체를 이용해 유전자를 인체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세계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평가받는다.

식약처는 인보사케이를 허가·심사하는 단계에서 △해당제품 투여 후 통증과 관절기능 개선 정도 △연골 구조 개선 효과 △제품 투여 후 발생하는 이상반응 △제품 투여 후 장기추적조사를 통해 뒤늦게 나타나는 이상반응 등 자료를 중점적으로 검토했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최종 허가를 결정했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과 지난달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최종적으로 인보사케이의 시판승인을 통과했다.

인보사케이는 중등도의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해당 제품을 1회 주사하고 1년 후 환자가 느끼는 무릎 통증 개선정도와 운동이나 일상생활 등에서의 기능 개선정도를 대조군(생리식염수 투여군)과 비교한 결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기능 개선은 무릎관절 부위의 뻣뻣함·부종 등 증상 정도, 뛰기, 테니스 등 운동가능 정도, 계단오르기 장보기 등 일상생활에서의 활동 가능 정도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다만 손상된 연골 재생 등 구조 개선 효과는 MRI 등을 통해 확인 시 대조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인보사케이의 안전성 측면에서는 주사부위 국소반응(통증, 부종 등)과 전신반응(열감, 두드러기 등) 평가에서 안전했고 인보사케이를 투여한 100여명 환자 각각을 3∼10년간 별도로 추적 조사한 임상시험에서 지연 반응(종양, TGF-β1 농도 상승 등) 등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주사로 2년 통증 개선 효과' 시장성↑..검증된 영업력 장착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케이가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 편의성을 고려하면 시장 안착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인보사케이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의 주사만으로 1년 이상의 통증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보사케이의 투여 환자인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Kellgren & Lawrence grade 3) 환자는 골관절염이 악화돼 인공 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Kellgren & Lawrence grade 4 전 단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들은 악화되기 기다렸다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수술과 회복 과정이 고통스러울뿐더러 인공관절이 영구적인 치료법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주사 한번만으로 통증 개선 효과가 일정 기간 지속된다면 의료진과 환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인보사케이는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2상시험에서 2년 동안 통증 완화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보사케이의 국내 판매는 한국먼디파마가 담당하는데 시판승인이 임박하자 다수의 다국적제약사가 판권 확보를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말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인보사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상업적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계약금은 25억엔(약 270억원)이며 인보사의 일본내 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수출료는 432억엔(약 4700억원)에 달한다. 인보사가 일본에서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면 약 5000억원을 받는 우수한 조건이다.

이 계약은 일본 판매에만 적용되고 아직 미국, 유럽 등의 기술 수출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판권은 티슈진이 보유하고 있다. 티슈진은 코오롱(31.7%)과 코오롱생명과학(14.6%)이 최대주주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치료제가 향후 각광받는 분야로 지목받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호텔에서 열린 ‘2017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마이클 고틀러 화이자제약 글로벌 희귀질환 사업부 총괄대표는 기조강연을 통해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마이클 대표는 “아직 정복하지 않은 많은 유전성질환을 유전자치료제를 통해 완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서 유전자치료제를 가장 흥미로운 영역으로 지목했다. 인보사케이가 유전성질환을 치료하지는 않지만 유전자치료제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1순위 약물로 치켜세웠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정형외과 영역에 강점을 가진 한국먼디파마와 손 잡았다는 점도 인보사케이의 시장 안착을 기대하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마케팅 경험이 없어 국내 파트너가 절실했고 지난 3월 한국먼디파마와 국내 마케팅·영업 제휴 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 이명세 한국먼디파마 사장(왼쪽)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인보사케이 공동판촉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먼디파마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제약사로 한국법인의 연 매출은 500억~600억원 가량에 불과하자민 인보사의 타깃인 통증치료와 정형외과 영업에 탁월한 강점을 갖는다.

한국먼디파마는 마약성진통제 ‘노스판’(성분명: 부프레노르핀)을 2012년 19억원에서 4년 만인 지난해 101억원으로(IMS헬스 기준) 5배 이상 성장 시킬 정도로 정형외과 의료진으로부터 견고한 신뢰도를 구축하고 있다. 인보사케이가 종합병원에서 주로 투여되는 특성상 국내제약사보다는 종합병원 영업에 강점을 가진 다국적제약사가 시장확대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케이의 시장 안착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를 선정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전자치료제 생소함ㆍ비싼 가격 등 숙제

다만 인보사케이의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유전자치료제라는 생소함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기존에 사용 경험이 전무한 새로운 약물을 환자들에게 투여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1년부터 파미셀의 심근경색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을 비롯해 총 4종의 줄기세포치료제가 허가받았지만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제품은 전무한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4개의 유전자치료제가 허가받았지만 시장 안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보사케이는 냉동 상태에서 보관되는 약물 특성항 한번 출하되면 3일 이내에 환자에 투여해야 한다. 의료진들이 인보사케이의 유통 관련 특징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으면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보사케이가 처방 현장에서 장기간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면 순항할 수 있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인보사케이는 아직 반복 투여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증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인보사케이를 허가하면서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위해성관리계획(Risk Management Plan, RMP)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인보사케이의 투여 전에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사용상 주의사항을 충분히 숙지할 것을 주문했다.

인보사케이의 사용상 주의사항을 보면 ‘이 약은 충분한 경험이 있는 의사의 판단 하에 무릎 관절강 내에 직접 주사하고, 혈관에 투여해서는 안 된다. 이 약 투여 후 아주 드물게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보고됐다. 투여 후 하루 입원을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을 권장하며 입원 여건이 안되는 경우 2시간 동안 무릎을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서,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과민반응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찰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인보사케이의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케이의 투여 비용을 밝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수백만원대로 추정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케이의 건강보험 적용을 기대하고 있지만 고가의 약물일 뿐더러 유전자치료제라는 새로운 약물 특성상 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등재까지는 검증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 약가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 인보사케이의 국내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면서 "현재 해외제약사들과 기술수출에 관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