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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케이’는 신약인데 ‘카티스템’은 신약 아닌 이유

입력 2017-07-17 07:05 수정 2017-07-17 07:05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보건당국, 화학구조나 본질 조성이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약품 등 신약 지정..상당수 바이오의약품 신약지위 미부여, 개량신약도 까다로운 요건 충족해야 인정

지난 12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국내개발 신약 29호로 허가받았다. 국내업체들은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18년 만에 신약 개발 건수를 29건으로 늘렸다.

지금까지 신약으로 허가받은 29개 제품이 국내 제약기업들이 내놓은 모든 ‘새로운 약’은 아니다. ‘국내개발 신약’에서 지칭하는 신약은 약사법상 신약을 의미할 뿐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약을 의미하는 신약(New Drug)과는 의미상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개발 신약 현황(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약사법을 보면 ‘신약’이란 화학구조나 본질 조성이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약품 또는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한 복합제제 의약품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하는 의약품으로 정의된다.

새로운 약(New drug)인데도 신약으로 분류되지 않은 대표적인 의약품이 줄기세포치료제다. 국내 업체는 지난 2011년부터 총 4개의 줄기세포치료제를 배출했다. 파미셀의 심근경색치료제 ‘하티셀그램-AMI’가 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로 국내 승인을 받은 이후 2013년 메디포스트의 퇴행성무릎연골치료제 ‘카티스템’과 안트로젠의 크론성누공치료제 ‘큐피스템’이 시판허가를 받았다. 지난 2014년에는 코아스템의 루게릭병치료제 ‘뉴로나타-알’이 국내 4호 줄기세포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메디포스트 '카티스템'

줄기세포치료제는 새로운 형태의 약물이지만 새로운 물질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약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사람의 몸 속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분리·배양한 이후 다시 치료 부위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미 인체에 존재하는 물질을 활용했기 때문에 줄기세포치료제가 신약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제약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의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한 성장호르몬, 백신 등 상당수 바이오의약품이 신약으로 지정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SK케미칼이 지난 2015년 말 허가받은 세계 최초의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프리필드시린지’가 'New drug'인데도 국내에서는 신약으로 불릴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카이셀플루4가는 전통적인 백신 생산방식인 유정란이 아닌 개나 돼지의 세포로 만든 백신이며 한 번의 주사로 4종의 독감바이러스 면역력을 확보하는 제품이다. SK케미칼이 이 제품을 “현존하는 독감백신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접목됐다”라고 자평하지만 신약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연에 존재하는 생약이나 한약제제로 만든 천연물의약품도 원칙적으로 신약으로 분류될 수 없다. 과거에는 천연물 소재로 만든 의약품을 천연물신약으로 지정했지만 천연물신약은 새로운 화학구조 또는 본질조성이 전혀 다른 신약이라는 단어 뜻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에 약사법상 용어가 사라졌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

인보사케이는 바이오의약품이지만 신약으로 분류됐다. 인보사케이는 항염증 작용을 나타내는 ‘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는 유전자치료제다. 유전자치료제는 유전물질 발현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투여하는 유전물질 또는 유전물질이 변형되거나 도입된 세포를 함유하고 있는 의약품을 말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TGF-β1 유전자가 기존에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인보사케이는 이 유전자를 연골세포에 인위적으로 집어넣은 약물이라는 이유로 본질 조성이 새로운 약물이다”라며 인보사케이의 신약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신약 지정 여부는 허가 규정상 용어일 뿐이지만 제약사들은 자체개발 의약품의 신약 지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한 의약품의 신약 지정 여부가 마치 연구개발 능력의 척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약사법상 '신약'과 산업계에서 지칭하는 '신약'의 의미를 분리 운영하거나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약과 마찬가지로 개량신약도 모호한 경계로 울상을 짓는 제약사들이 적지 않다.

개량신약은 기존에 있는 의약품을 활용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개선한 제품을 의미한다. 약사법에서 개량신약이라는 단어가 등장한지는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 2008년 의약품 품목허가심사 규정을 개정하면서 개량신약이라는 용어를 명문화했고 개량신약 지정 조건을 명시했다.

신약이 아닌 제품 중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의 종류 또는 배합비율이 다른 전문의약품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은 동일하나 투여경로가 다른 전문의약품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 및 투여경로는 동일하나 명백하게 다른 효능ㆍ효과를 추가한 전문의약품 △이미 허가된 신약과 동일한 유효성분의 새로운 염 또는 이성체 의약품으로 국내에서 처음 허가된 전문의약품 △유효성분 및 투여경로는 동일하나 제제개선을 통해 제형, 함량 또는 용법․용량이 다른 전문의약품 등을 개량신약으로 분류한다.

▲한미약품 '아모잘탄'

개량신약의 대표 형태로는 복합제가 있다. 두 개 이상의 약물을 결합해 만든 복합제가 개량신약의 가장 흔한 형태다. 한미약품이 지난 2009년 허가받은 ‘아모잘탄’이 대표적인 개량신약이다. 아모잘탄은 두 가지 고혈압약(암로디핀+로사르탄)으로 구성된 복합제다. 보령제약이 지난해 허가받은 ‘듀카브’도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았다. 듀카브는 보령제약이 자체개발한 고혈압신약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에 암로디핀을 섞은 고혈압복합제다.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복합제라고 모두 개량신약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허가된 의약품과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유한양행의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듀오웰’(텔미사르탄+로수바스타틴), CJ헬스케어의 고혈압복합제 ‘엑스원’(발사르탄+암로디핀) 등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지만 기존에 판매 중인 제품과 유사한 조합이거나 새로운 경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복합제라도 뒤늦게 개발이 완료되면 개량신약이 되지 못하는 이치다.

주사형태의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만든 대화제약의 ‘리포락셀액’, 기존 대장세정제의 복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씨티씨바이오의 ‘세이프렙액’ 등은 투여경로를 변경했거나 제재개선을 통해 용법·용량을 바꾼 약물이라는 이유로 개량신약으로 지정됐다.

개량신약은 약가우대와 같은 혜택이 주어질뿐더러 신약과 마찬가지로 R&D 성과를 대변한다는 상징성이 있어 제약기업들이 개량신약 지위 획득을 위해 공을 들인다. 개량신약 역시 개량신약 지위를 못받은 제품에 비해 개발 난이도가 높거나 높은 시장 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허가 규정상 개량신약도 제네릭도 아닌 제품들도 있다. 앞서 소개한 개량신약이 아닌 복합제와 기존 제품의 일부 성분만 바꿨는데 개량신약 지위를 받지 못한 제품이다.

한미약품의 ‘한미플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204억원어치 팔린 한미플루는 로슈의 ‘타미플루’와 주 성분(오셀타미비르)은 같고 부속 성분 중 일부(염)를 다른 성분으로 대체한 제품이다. 개량신약 지위를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오리지널 의약품과 똑같은 성분으로 구성되지 않아 제네릭도 아니다. 약사법상 ‘안전성ㆍ유효성심사 자료제출의약품’에 포함되지만 개량신약, 제네릭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한미약품이 만약 한미플루를 개량신약으로 지칭하면 약사법 위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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