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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불치병? 치료가능한 치매도 있다

입력 2017-07-17 10:51 수정 2017-07-17 14:14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정상압 수두증' 원인 치매는 치료 가능"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

치매는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늦춰주는 약물요법이 있을 뿐 기능의 개선이나 치료가 이뤄지는 약물이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치의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치매는 특정한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뇌손상에 의해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 장애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 치매, 루이체 치매, 파킨슨 치매 등이 대표적으로 대부분 약물적 치료로 증상을 조절한다.

하지만 노인성 치매의 원인 질환 가운데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것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상압 수두증’이다.

우리 뇌는 두개골 안의 공간에서 뇌척수액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상태로 위치하는데, 이 때문에 뇌가 두개골에 눌리지 않고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공간도 가질 수 있다. 또한 뇌척수액은 여러 신경호르몬을 전달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도 하는데, 뇌 안에서 생성돼 뇌 주변을 순환한 뒤 다시 뇌로 흡수돼 양은 120~150ml로 유지된다.

정상 범위로 유지되야 하는 뇌척수액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흡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두개골 속 폐쇄적인 공간의 특징 상 뇌척수액이 뇌를 압박하게 되는데, 이를 ‘수두증’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뇌척수액 압력이 정상범위임에도 불구하고 수두증이 나타나는 것을 ‘정상압 수두증’이라고 부른다.

정상압 수두증의 경우, 압력이 늘어나지 않은 만큼 부피가 대신 증가하기 때문에 뇌척수액이 들어 있는 뇌실의 크기가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뇌척수액을 허리에서 30~50ml 정도 주사로 제거하면 보행, 기억, 배뇨장애 증상이 두드러지게 개선된다. 이 시술의 효과는 며칠 이내에 사라지므로 정상압 수두증이 확진되면 과다한 뇌척수액을 복강 등 몸의 다른 곳으로 빼내는 ‘션트 수술’을 통해 개선된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뇌척수액의 흐름을 복강으로 이어주는 션트수술

정상압 수두증은 70세 이상 노인에게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며,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있다. 노년기에 기억저하와 보행 및 배뇨장애가 나타나면 정상압 수두증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며,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되면 수술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의 박영호 교수는 “정상압 수두증과 같이 치료가 가능한 치매도 있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치매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초기에 증상을 완화하거나 지연할 수 있는 치료조차 놓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증상이 발생하면 일단 검진을 받길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