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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연구자(의과학자)는 공격·수비 이어주는 미드필더"

입력 2017-07-28 10:36 수정 2017-07-28 10:36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최형진 서울대 교수 "국내 의과학자 양성 10년, 그러나.."

대학에서 기초 생명과학과 의학지식을 겸비한 의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의과학과가 설립된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질병의 발병기전 및 치료의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대학마다 의과학자 양성에 힘썼다. 그러나 여전히 기초와 임상연구를 긴밀하게 연계하는 의과학자들은 부족하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최형진 서울의대 교수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만남에서 중개연구자와 의과학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최 교수는 중개연구자의 역할을 미드필더 축구선수로 비유해 설명했다.

미드필더 선수는 수비수와 공격수의 성향을 정확히 이해하며 경기의 흐름에 따라 이들을 잇는 역할을 담당한다. 수비를 할 때는 상대선수를 미리 막아내고 공격시에는 상대 수비수를 분산시켜 골 찬스를 엮어내야 한다. 즉, 미드필더는 경기를 읽는 넓은 시야와 경기를 조율하고 지배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다.

그는 “기초연구의 발견을 임상시험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중개연구자가 미드필더 선수와 비슷하다”며 “이때 의과학자가 중개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과학자는 생명과학과 의학 지식을 겸해 질병의 발병원인, 예방, 치료를 위한 연구를 목표로 한다. 기초과학 출신들은 본인의 연구가 실제 임상에 적용했을 때 어떻게 관여하는지 연구하고, 의사 출신들은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최 교수는 신약개발에서 있어 의과학자가 잘 할 수 있는 역할로 “질환동물 모델 연구를 초기임상으로 연결하고, 환자 유전체분석, fMRI 분석 등의 환자관찰 연구, 환자샘플 연구, 환자기반 기전연구를 통한 치료 후보물질 탐색, 바이오마커 규명 등을 바탕으로 중개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개연구자가 미드필더 선수라면 탄탄한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질병에 대한 생물학적 기전을 연구하는 기초과학자는 수비수에 가깝다. 최종적으로 경기에서 점수를 내는 공격수는 임상의학 연구자로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드필더 선수가 수비와 공격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경험이 많을수록 축구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처럼 중개연구자, 의과학자가 제 역할을 잘해내면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병원 내과 전문의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에서 공중보건의를 거쳐 충북대병원에서 내분비내과 임상교수로 연구와 진료를 병행했다. 현재 그는 서울의대 교수로 전향해 진료 없이 100% 연구만 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환자 진료부터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질환동물모델 연구, 사람의 유전체 연구까지 기초-중개-임상연구를 모두 수행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그의 비유를 빌리자면 최 교수는 최전방 공격수부터 수비수로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미드필더 선수로 경기에 임하는 셈이다.

현재 그는 신체 대사조절에 따른 뇌중추 역할 규명 연구를 수행한다. 섭식 및 운동 행동에 따른 뇌, 호르몬의 생리적 변화가 내장기관과 대사조절 기관에 영향을 준다. 이런 과정에서 동물모델 실험, 사람 뇌영상 분석 임상시험, 연구용 카데바 등을 활용하여 뇌중추의 역할을 규명해 비만, 당뇨병, 골다공증 등 다양한 대사성 질환의 발병 원인과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노보노디스크,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가 개발 중인 비만, 당뇨병 치료제 GLP1에 대한 연구내용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GLP1, GIP 호르몬이 뇌에 작용해 시너지 효과를 통해 식욕억제와 체중감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이 호르몬이 뇌의 어느 신경세포에 작용하는지에 대한 뇌 기전도 규명했다.

최 교수는 “이런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질병부담이 큰 만성 대사질환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궁극적으로 임상진료와 기초연구 경험을 활용하여 새로운 발견을 하고 나아가 환자를 도울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는 중개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대학에서 의과학자의 역할과 의과학자 양성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