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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배아 유전자교정 성공'에 대한 3가지 의문 제기

입력 2017-09-04 11:12 수정 2017-09-06 07:54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에글리 콜롬비아대 교수 등, BioRxiv 사이트에 공개..김진수 단장 "처녀생식 가능성 전혀 없다. 데이터로 반박 가능"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 배아세포에서 비후성 심근증 원인이 되는 MYBPC3 유전자교정 성공을 발표한 최근 네이처 논문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수정된 인간배아에서 실제로 inter-상동수선(inter-homologue repair)에 의한 유전자교정이 일어났을까?‘라는 제목으로 몇 가지 의문을 제시한 논문의 사전 인쇄본이 지난달 28일 BioRxiv 사이트에 공개됐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초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의 미탈리포프 박사 연구팀과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진수 단장 연구팀이 공동연구해 발표한 네이처 논문은 정상 난자에 MYBPC3 유전자 변이가 있는 정자와 CRISPR-Cas9을 동시에 주입함으로써 인간 배아에서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고 모자이크 현상을 감소시키면서 안전성과 효율도 향상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 논문에서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유전자 교정시 염기서열이 동일한 상동유전자를 이용해 망가진 DNA를 복구하는 ‘상동직접수선(HDR, homology-directed repair)’ 방법으로 외부 DNA가 아닌 난자의 유전자가 사용됐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동물실험에서와는 달리 인간 배아에서 유전자 교정 복구 시스템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관찰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BioRxiv에 공개된 논문은 수정된 인간배아에서 유전자교정이 사실상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논문은 콜럼비아 대학교의 디터 에글리 박사, 메모리얼슬론케터링 암센터의 마리아 자신 박사와 하버드 대학교의 조지 처치 박사 등이 저자로 참가했다. 에글리 박사와 연구진이 논문에서 언급한 주요 쟁점은 무엇일까?

▲에글리 박사 논문 그림 1.G 수정된 마우스 접합체의 1일째 세포주기 그림. 난자와 정자의 게놈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상태를 보여준다. (자료출처: http://www.biorxiv.org)

첫째, 수정 후 초기단계에서 정자와 난자의 물리적 제약 때문에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초기(1세포기) 수정란에서는 서로 난세포의 반대편에 존재하며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어떻게 난자의 DNA로 정자의 유전자 결함을 수선할 수 있겠냐는 해석이다. 이는 난자의 정상 DNA로 유전자 결함이 있는 정자의 DNA가 HDR 방식으로 수선됐다는 미탈리포프 박사 연구팀의 주장에 대한 의문제기인 셈이다.

둘째, 유전자교정이 아니라 처녀생식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처녀생식은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 아니라 난자만의 분열로 배아가 형성되는 방식을 말한다. 즉, 크리스퍼 기술에 의해 유전자가 교정된 것이 아니라 수정 처음부터 유전자 결함이 있는 정자의 DNA가 존재하지 않았거나 아예 없어져 버렸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셋째, 불충분한 유전자 분석법에 대한 해석의 위험성도 지적했다. 미탈리포프 박사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결과 돌연변이 MYBPC3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크리스퍼 기술에 의해 유전자가 모두 교정됐다고 해석한 것에 대한 우려이다.

이 연구에서 MYBPC3 돌연변이는 4개의 염기쌍이 빠진 인델(indels) 변이였다. 에글리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크리스퍼의 활성으로 인해 200bp 이상의 큰 염기서열 결실(deletion)은 유전자 분석을 위해 필요한 프라이머 결합부위를 제거하기에 충분한 사이즈이므로 난자의 DNA 염기서열만 증폭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델 변이가 있는 정자의 DNA는 프라이머 결합부위가 삭제돼 난자의 정상 대립유전자만 읽음으로써 미탈리포프 박사 연구팀이 유전자교정에 성공한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외신에 따르면 호주 국립대학교의 가에타노 부르조 박사는 “미탈리포프 박사 연구팀의 논문이 여전히 정확한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 에글리 박사가 제시한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자가수리(self repair) 방식을 통해 유전자 돌연변이가 교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을 잘 설명했다”고 밝혔다.

에글리 박사의 가설에 대해 김진수 단장은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녀생식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 "제대로된 수정란을 가지고 실험을 했기 때문에 처녀생식에 대한 가능성은 없고 이미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도 충분히 이를 반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유전자 분석시 딥시퀀싱, 생거시퀀싱, ESC 전체 게놈시퀀싱, ESC 전체 엑솜시퀀싱, 염색체분석 등 다양한 단계로 결과를 검증했기 때문에 에글리의 가설을 반박하기 위해 뒷받침할 데이터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탈리포프 박사도 성명서에서 이번 연구에서 밝힌 사실과 주장에 대해 고수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이 결과는 후속 연구에 의해 확인돼야하며 중요한 새로운 발견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이 과학의 초석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에이글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의 비판은 새로운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순수한 추론을 기반으로 한 대안적인 가설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몇 주 내에 공식적인 동료심사 응답의 형태로 그들의 비판에 대해 하나씩 대답 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사실로 입증되기까지는 반복적인 실험이 필요하다. 새 연구결과가 발표되면 이에 대한 다양한 이견이 제시되고 이를 검증하는 것이 과학의 일상적인 과정이다"면서 "에글리 박사의 가설제시는 이 분야 연구자들에게 또 다른 숙제거리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고 후속 연구를 통해 이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