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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 충북대 교수, '매사페·블로그·팟캐스트'에 빠지다

입력 2017-09-07 06:59 수정 2017-09-07 06:59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산학간 소통 부재로 '인력 진출, R&D 연구의 간극 발생, 연구 경쟁력 손실' 등 문제 발생.."과학자 커뮤니케이션 필요"

▲남궁석 충북대학교 교수, 제1회 매드사이언스페스티벌에서 발표하는 모습

‘발표 시간 단 2분, 슬라이드 6장, 닉네임 사용’

올해 초 과학덕후 140여명이 참가했던 ‘매드사이언스페스티벌(매사페)’의 원칙이다. 매사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회를 만들어보자!’라는 모토에서 시작된 대안학회다. 특히 2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연구내용을 포함한 자유주제로 발표하는 ‘라이트닝 톡’을 진행해 “과학은 정말 재밌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매사페를 주최한 남궁석 충북대학교 교수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만남에서 “우리나라는 학계가 너무 고립돼 있다. 산업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은 특히 단절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메사페를 개최한 것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과학자 간의 교류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IT 관련 이공계 전공자들이 대부분 산업계로 진출하는데 반해 바이오 전공자들은 대부분 아카데미로 진로를 선택한다. 남궁 교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바이오 분야는 학계와 산업계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산학간 소통이 분리됐을 때 크게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바이오 전공자들의 인력 진출과 채용 문제이다. 한국에 바이오를 전공한 석사 이상의 인력들이 수십만 명이다. 이미 졸업한 자들과 앞으로 졸업 할 전공자를 모두 합치면 상당한 인원이다.

그는 “바이오 전공자들이 학계로 진출하는 것은 이제 포화상태다. 그동안은 산업계도 이런 인력을 흡수할 인프라가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국내 바이오산업이 점차 발전하고 있는데 이때 학계와 산업계가 소통할 기회가 생긴다면 인력 진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소통의 부재는 서로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력채용 시에도 일어난다.

산학 간의 분리로 인한 두 번째 문제는 R&D 연구의 간극으로도 이어진다. 남궁 교수는 “학계에서 발견된 연구내용 중 산업적으로 가치있는 연구나 과학적 발견들을 산업계에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반대로 학교에서도 기초연구를 발전시켜 산업화하고 싶지만 실제로 필요한 기술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 대학에서 스핀오프돼 설립하는 바이오벤처 수가 극히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느린 정보의 전파속도로 인한 연구 경쟁력 손실이다. 실제로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는 “논문을 통해 확인하는 연구 내용들은 1~2년 정도 격차가 날 수 밖에 없다“ 면서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평소에도 활발히 일어난다면 이런 격차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학회를 통해서 연구내용을 교류하기도 하지만 한국은 연구에 있어서 변방이기 때문에 국내 산학 연구자들 간 네트워크가 활발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 지형적으로도 3시간 내 전국 어디든 도달할 수 있어 오프라인 모임을 형성하는데 유리한 조건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가장 부족한 점이 네트워킹이다”면서 “산학간 교류를 늘려 연구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면 긍정적인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남궁석 교수를 중심으로 올해 초 열렸던 매싸페는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하고 서로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자발적인 행사였다. 대학생, 대학원생 뿐 아니라 임상의사, 치과의사, 제약회사, 바이오벤처, 투자자 등 관련 산업계 종사자들도 많이 참여해 학계와 산업계가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됐다.

남궁 교수는 산학간 네트워킹 모임에서 바이오 전공자의 다양한 진로에 대한 진출 기회를 늘리기 위해 다음 매사페 행사에서는 구인자 혹은 구직자가 자신을 소개하는 ‘라이트닝 톡’ 세션 진행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는 기초의학 연구자 2인과 함께 ‘바이오톡’ 팟캐스트도 진행 중이다. 학계의 최신 논문 및 연구 동향을 소개하고 관련 인물을 초청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사나 바이오벤처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산업계 종사자를 비롯해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분들을 섭외해 바이오 전공자들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그는 또한 2012년부터 'Secret Lab of a Mad Scientist' 블로그를 통해 크리스퍼 기술, 줄기세포, 유전공학 등 새로운 학계 뉴스를 포함해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과학자에게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남궁석 교수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구조생물학을 공부하고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와 액틴세포골격(Actin Cytoskeleton)이 난자의 성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