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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들은 왜 앞다퉈 AI 신약개발에 뛰어들까

입력 2017-09-20 06:00 수정 2017-09-20 06:00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국내 AI 전문가들, 제약바이오協 정책보고서 ‘KPBMA Brief’서 AI 활용 신약개발 필요성 강조

“인공지능은 치료중심에서 예측 및 예방 중심으로 의료 및 제약부문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것이다. 사이버 세계에서의 인공지능의 활용은 필연적이다.”(배영우 아이메디신 대표이사)

“신약개발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이 인공지능의 역할이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인지 능력 이상의 성능을 보이는 단계에 이르렀다.”(김진한 스탠다임 대표이사)

국내 AI(AI, Artificial Inteligence) 분야 전문가들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빠른 시일내 시도해야 하는 당면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도 연구실에서의 신약개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AI 활용 신약개발에 뛰어든 만큼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배영우 아이메디신 대표이사와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이사는 한국제약협회가 ‘4차 산업혁명과 제약바이오산업’을 주제로 발간한 제13호 정책보고서 ‘KPBMA Brief’에서 기고문을 통해 AI 활용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배영우 아이메디신 대표(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차산업 전문위원)

배영우 아이메디신 대표는 ‘4차 산업혁명시대 AI을 활용한 신약개발’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메디신은 뇌과학 전문기업이며 배 대표는 IBM 출신의 IT 전문가로 지난 6월 제약바이오협회의 R&D정책위원회 4차산업 전문위원(비상근)으로 임명됐다.

배 대표는 “초기 연구개발에서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제약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사이버 세계에서의 AI의 활용은 필연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약개발 확률이 점차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AI를 활용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배 대표에 따르면 5000여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 중에서 단지 5개만이 임상시험에 진입하고, 그 중 하나의 신약만이 최종적으로 판매허가를 받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신약개발에 대한 실패위험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FDA 허가를 위해 소요되는 임상 기간도 1990~1994년 평균 4.6년에서 2005~2009년 7.1년으로 늘어난 것을 보고됐다.

AI을 활용하면 의약품 특성 때문에 100% 실험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모든 경우를 다 실험하고 증명해야 하는 기존 비용이 많아 소요되는 연구방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견해다.

배 대표는 “AI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함으로써 임상시험을 최적화시키고 부작용이나 작용기전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등 신약개발에서 필요한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AI는 치료중심에서 예측 및 예방 중심으로 의료 및 제약 부문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진단 과정의 효율화 뿐 아니라 의료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고 신약 개발을 단축시키는 등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 과정(자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 KPBMA Brief)

이미 글로벌 기업들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든만큼 국내기업들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배 대표는 조언했다.

얀센, 화이자, 산텐, 테바, 머크, 노바티스 등이 이미 AI 기업들과 손잡고 신약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정부(문부과학성)가 1100억원의 재정 지원을 추진해 100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팀을 이뤄 신약개발에 특화된 AI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 산하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가 주관해 전국 수십개 의료기관과 제약 및 헬스케어기업들이 참가해 AI으로 암, 치매, 우울증, 발달장애, 아토피성피부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분야에서 연구를 시작한다.

배 대표는 국내에서도 제약기업들이 공동으로 AI을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배 대표는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탐색 분야에서의 인적·시간적·재정적 장벽을 짧은 시간에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상용화 수준의 AI 플랫폼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제약사가 단독으로 AI 플랫폼을 도입하기에는 기업 규모 측면에서 여력이 안되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어 “신약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는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공공 데이터를 중심으로 AI 플랫폼에 학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민간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운영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는 제약산업 발전을 가속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이사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는 ‘신약개발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AI 활용’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AI가 신약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AI 전문 업체 스탠다임은 기존에 개발된 의약품의 화학적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는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방식으로 신약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미 국내 바이오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와 손 잡고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새로운 항암제 후보 약물을 도출한 바 있다. 크리스탈은 동물실험 등을 통해 후보물질 발굴 단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제약업계가 AI 기술에 관심을 갖고 신약 개발 과정에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데 AI가 기여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는 많은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약물이라고 예측되는 숨겨진 패턴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논리가 신약개발의 비용과 시간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다.

김 대표는 “AI의 성능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약물(이미 알려진 약물)에 대해 예측 회귀 검증을 하면서 측정할 수 있다. 제약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성능 검증은 랩 실험에 의해 이뤄지는데 글로벌 IT 기업들은 글로벌제약사와 공식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AI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불확실 정도가 높은 것이 현재 신약개발이 어려운 주된 이유이며 현재 AI 기술, 특히 딥러닝 기술은 인간의 인지 능력 이상의 성능을 보이는 단계에 이르렀다”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신약 발견 협력 사례(자료: 각사 홈페이지, 한국제약바이오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