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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의 이유있는 조바심 “약가인하 수용 불가”

입력 2017-10-17 17:51 수정 2017-10-17 17:54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제약바이오協, 결의문 발표 "보장성 확대 재원 마련 약가제도 개편 반대"..정부 움직임 없지만 사전 경고 의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건물 전경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기조에 대해 제약업계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재원 확보를 위해 약가인하 제도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움직임에 없는데도 5년 전 시행한 일괄 약가인하의 악몽을 추억하며 이른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1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17년 제2차 이사회를 열어 약가인하 내용을 담은 약가제도의 도입을 경계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협회는 “국민 건강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며 정책 집행 과정에서 최대한 협력해나갈 것이다”면서도 “향후 보장성 확대에 따른 재원 마련을 이유로 일방적, 근시안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희생양 삼으려는 그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대한민국의 미래 핵심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을 고사시키고 글로벌 진출의 시대적 흐름을 부정하는 방식의 약가제도는 결코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라고 경고했다.

▲7일 개최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17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건강 보장성 확대 취지에 공감하되 제약산업을 고사사키는 방식의 약가제도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8월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모든 비급여를 건강보험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총 30조6000억원을 투입, 60% 초반(2015년 기준 63.4%)에 정체된 건강보험 보장성을 2022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고 중장기적으로는 80%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재원 조달을 위해 20조원의 누적적립금을 활용하고 건강보험 국고지원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 부과기반 확대를 통해 보험수입을 확충하면서, 재정누수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재원이 부족할 경우 ‘약가인하’카드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5년 전 일괄 약가인하에 따른 악몽 때문이다. 2012년 4월 보건당국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약품의 가격을 평균 14%로 인하하는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했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의약품 1294개 품목의 보험약가가 평균 9.4% 내려갔다. 제약업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이었다.

당시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제도를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집단 소송 움직임도 보였지만 속수무책으로 약가인하에 따른 실적 부진을 감수해야 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약가인하와 같은 약가제도 개편을 시사하지는 않았지만, 약가인하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사전에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최근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약가인하 등을 통해 25%까지 인하 여지가 있다"며 "약품비 지출에서 향후 5년간 최대 13조 8000억 가량의 재정절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 건강과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제약·바이오산업이 사회적 희생양, 마녀사냥의 재물이 되지않도록 함께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가자”고 강조했다.

협회는 “제약·바이오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국민의 건강보장에 반드시 필요하며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해야 건강보험제도 역시 더욱 비용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산업 육성을 통해 보험재정을 절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산업계와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제약바이오협회 이사회는 투명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위한 제도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참석자들은 결의문 채택에 앞서 국제표준기구의 뇌물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 도입 및 인증 계획과 함께 불공정거래행위 근절방안의 마련 및 추진을 이사장단 회의에 위임하는 내용의 ‘의약품 시장 투명성 강화 계획’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해당 안건은 품질·가격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성장하는 공정한 경쟁구조 확립과 국민이 공감하는 윤리경영을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협회는 오는 11월 이사장단사를 시작으로 2019년말까지 15개 이사장단사와 35개 이사사의 ISO 37001 도입 컨설팅을 완료하도록 하는 등 순차적인 추진 일정을 마련했으며 회원사들에게는 개별 회사당 700만원대의 컨설팅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이행명 협회 이사장은 이사회 인사말에서 “더 늦기전에 상처를 입더라도 적절한 처방을 찾아 하루빨리 치유하는 것만이 산업의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안일한 생각으로는 전체 제약산업의 위기를 부를 수 있음을 직시하고, 제약산업의 밝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희목 회장은 “제약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동력산업이라는 인식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지만 또 리베이트가 통용될 수밖에 없는 산업이 아니냐는 식의 생각 또한 다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협회장으로서 앞으로도 우리 산업의 긍정적인 요소와 환경을 극대화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7일 개최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17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건강 보장성 확대 취지에 공감하되 제약산업을 고사사키는 방식의 약가제도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표한 결의문 전문이다.

결 의 문

제약․바이오산업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회안전망인 동시에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미래 핵심산업이다. 문재인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으로 육성키로한 것은 시의적절한 결정이며 우리는 이를 크게 환영한다. 나아가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기조에 부응,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산업으로서의 사회적·경제적 책무를 다할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어려운 국내외 여건속에서도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에 더욱 매진하여 국민 건강과 국가 경제에 대한 우리 제약산업의 책무를 흔들림없이 수행해나갈 것이다. 또한 국민 건강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며 정책 집행 과정에서 최대한 협력해나갈 것이다.

2. 우리는 향후 보장성 확대에 따른 재원 마련을 이유로 일방적, 근시안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희생양 삼으려는 그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 핵심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을 고사시키고 글로벌 진출의 시대적 흐름을 부정하는 방식의 약가제도는 결코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3. 우리는 투명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위한 제도 개혁을 추구하는 한편 구체적인 내부 자정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것이다. 우선 국제표준기구의 뇌물방지경영시스템(ISO 37001)을 적극 도입하여 제약산업의 윤리경영 수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획기적으로 격상시켜 나갈 것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국민의 건강보장에 반드시 필요하며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해야 건강보험제도 역시 더욱 비용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우리는 정부가 산업 육성을 통해 보험재정을 절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주기를 기대하며 아울러 산업계와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관련 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요구한다.

2017년 10월 1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사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