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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보다 '용감한 바이오창업자'가 많은 이유

입력 2017-10-31 10:51 수정 2017-10-31 11:43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美 보스턴 활동 윤동민 아주IB 이사 "투자 환경의 차이..제약사들의 역할 중요"

#국내의 모 교수가 학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에서 현지 벤처캐피탈리스트(VC)를 만났다. 교수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자부심을 드러내자 VC가 "스타벤처 나오나요?"라고 화답했는데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이미 계획이 있어서 노출하기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한 번도 고민 해보지 않은 눈치였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출신들이 바이오벤처 창업을 위해 팀을 꾸렸다. 투자 상담을 위해 만난 VC가 "교수 자리를 포기하고 나와서 (바이오벤처를)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들은 즉각 대답했다. "펀드레이징(fund-raising)만 되면 바로 그만두겠다"고.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윤동민 아주IB 이사가 겪은 한국과 미국의 연구자들이 창업을 대하는 태도다. "연구자들이 선망하는 바이오젠을 다니는 이웃 아줌마가 어느날 선배가 차린 스타트업에 가겠다고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는 것이 이곳의 문화"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윤 이사는 30일 오후 KAIST KI빌딩에서 열린 '혁신신약살롱 대전'에서 이러한 창업에 대한 인식차를 '투자 환경' 측면에서 설명했다. 그는 "VC는 창업자의 개발 열정에 공감하고 같이 참여해 매니지먼트(management)나 파이낸싱(financing)을 통해 빈 자리를 채우는 역할"이라면서 "미국 VC는 창업자와 함께 성공하고 함께 망한다는 파트너십의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바이오생태계를 기술창업자(scientific Founders), 경영전문가(Management Experts), 투자자(Investors),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s), 기술자문(Scientific & Regulatory Advisors) 등 5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그는 먼저 "한국은 기술창업자와 매니지먼트하는 팀의 구분이 별로 없어서 초기 시행착오가 많은 반면 미국은 투자를 받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창업자와 매니지먼트를 구분한다"면서 "매니지먼트는 빅파마 경험자나 최소한 BD(Business development) 경험자들이 맡는다"고 했다.

투자자 부문으로 가면 차이는 더 확연해진다. 그는 "미국은 기술창업자에 펀딩을 요구하지 않으며 연대책임도 없다"면서 "특히 15~20년 걸리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각각의 투자자들이 세분화돼 있어 용기있게 스타트업을 창업해 펀드레이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창업단계에서는 정부 기금이나 엔젤투자에 의지하는 것은 국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디스커버리와 전임상 단계부터는 VC와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헤지펀드,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 Royalty Investor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활동해 신약개발을 지원한다. VC가 거의 전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한국과는 다른 환경이다.

윤 이사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CVC의 역할이다. CVC는 외부 출자자 따로 모집하지 않고 기업이 직접 투자회사를 설립해 주도하는 것으로 미국의 바이오제약사들이 주로 담당한다. 실패할 확률 높은 초기기술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히 투자해 높은 수익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 것이다.

그는 "바이오제약사들이 M&A도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다고 가능성이 있으면 전략적 투자자로 변신한다"면서 "화이자, GSK, 노바티스 등 빅파마들이 투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은 초기 단계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로 10위권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의 외부 기술도입 파이프라인의 매출 비중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도 이것은 현상을 방증한다. 그는 "글로벌 파마들이 얼리스테이지 기업에 CVC로 투자하고 어느새 전략적 투자자가 됐다고 공격적인 M&A를 한다"면서 "바이오생태계에서 가장 큰 투자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는 한미약품이 한미벤쳐스를 통해 CVC 투자에 나섰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기업공개(IPO)외에도 M&A가 활발한 것도 국내와의 차이점이다. 윤 이사는 "미국은 IPO와 M&A를 구분하지 않는다. 상장 후에도 M&A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에 회사가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상장을 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겐 여전히 투자 기회가 있다"고 소개했다.

윤 이사는 한국의 바이오벤처들이 글로벌 M&A를 꿈꾼다면 초기부터 미국 VC의 투자유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회사의 위치보다는 어느 VC로부터 투자를 받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시리즈A 투자를 한국에서 받았다면 시리즈B를 외국에서 받기 쉽지 않다. 미국 시장에서 활동한다면 시리즈A부터 미국에서 받아야 쉽다"고 했다.

윤 이사는 마지막으로 제넨텍(Genentech) 공동창업자인 허버트 보이어(Herbert Boyer) 박사를 만난 일화를 전했다. 보이어 박사는 보스턴 현지에서 여러 바이오텍의 자문,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보이어 박사에게 바이오텍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보이어 박사는 '산업에 기여하다는 측면에서 자신의 지식이 확산될 수 있는 어드바이저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면서 "성공한 창업자가 바이오생태계에 기여하려는 문화도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