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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1상 통과 신약후보물질, 환자에 긴급처방 가능?

입력 2017-12-08 10:40 수정 2017-12-08 10:59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박인숙 의원 "식약처장 승인시 처방" 약사법 개정안 대표발의..신약개발 기업들 "우려스럽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 1상은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첫 단계다. 그런데 임상 1상을 거친 신약후보물질을 달리 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 환자에게 투여하는 게 가능할까? 윤리적 문제는 없을까?

앞으로 국회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의사출신 국회의원인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말기암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등의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식약처장의 승인하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의 법안은 이 예외적 대상을 유전성·선천성 희귀질환 환자에게까지 확대하자는 것. 구체적으로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지정한 희귀질환과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이 그 대상이다. 특히 '1상' 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일지라도 다른 용도로 사용가능토록 했다.

박 의원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과 이로인한 환자의 고통을 법안 발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희귀질환자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치료제 등의 의약품은 정식 의약품 허가를 받아 환자에게 사용되어지기까지 통상 10~1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개발 단계에서 어느 정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경우에도 현행 허가 제도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준비하기에 환자 수가 부족하거나 시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인해 실제로 허가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고 개발이 좌절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희귀질환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차단되기 때문에, 적어도 응급상황 또는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는 허가 전일지라도 줄기세포치료제를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치료수단이 없는 희귀난치질환자의 경우에는 임상 1차시험에만 통과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공식적으로 완전히 입증되지 못한 의약품일지라도 치료를 위해 우선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한편, 희귀질환 및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 등 최소한의 범위에서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이런 법안에 신약개발기업들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임상 1상은 의약품 후보 물질의 전임상 동물실험에 의해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비교적 한정된 인원(건강인, 일부 환자)에 적용하는 첫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약물의 유효성 및 적절한 투여용량(2상) 등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과하다는 설명이다.

한 신약개발기업 관계자는 "건강한 사람과 희귀질환환자들이 약물 투약에 따른 안전성이 같을 수 없을 뿐더러 적절한 약 투여량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약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적어도 임상 2상까지는 진행한 뒤 이런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예외적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법적 책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치료제 업계의 경우 식약처가 임상 2상 이후 조건부 허가제도를 도입했는데 너무 규정이 까다로워서 이를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있긴 하지만 임상 1상 이후 투약을 허용하자는 주장은 너무 파격적"이라면서 "오히려 업계에서는 이런 규제완화들이 국내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해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