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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의 투자노트]약의 진화 & 새 의약품 개발전략

입력 2017-12-13 13:26 수정 2017-12-13 13:26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천연물-합성의약품-생물의약품-항체의약품-ADC-유전자ㆍ세포치료제..."기회는 여러번 오지 않는다. 그리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초기 의약품은 천연물이었다. 중국의 고사에도 삼황중 하나인 신농씨가 중국 최초의 의서인 '신농본초경'을 저술하였다고 하며, 많은 식물을 직접 먹어보고 독과 약을 구별하여 썼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아직까지도 천연물 추출물을 약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현대적 의약품의 효시인 아스피린의 경우 기원전 1500년경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 언급한 버드나무 껍질의 효능에 기초하여 1800년대들어 이탈리아 화학자 피리아가 약효의 주성분인 살리신을 분리하였으며, 1897년 독일 바이엘 사의 연구원 펠릭스 호프만은 화학합성법으로 아스피린을 만들었다. 최초 합성 의약품인 아스피린의 개발 과정은 의약품의 발전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바이엘 사는 1899년 3월 6일 "해열 진통제" 아스피린의 특허를 등록했으며 1914년, 초기의 가루 약을 알약 형태로 교체, 복용을 간편하게 하고 복용량을 표준화함으로써 의약품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항생제는 미생물 배양액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현재도 많이 사용되는 페니실린은 1928년 영국 런던 St. Mary's hospital(현 임페리얼 칼리지 병원)에서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했으며 체인과 플로리가 유효 물질을 분리, 정제했다. 이후 1941년 2월 12일, 영국 옥스포드대학 부속병원이 세계 최초로 페니실린 임상시험에 성공했으며 현재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페니실린은 이미 효능을 알고 있었던 아스피린과 달리 의약품 개발의 target(미생물 사멸)을 정하고 이에 적합한 물질을 탐색, 정제, 임상실험, 대량생산 해 판매하였다는 차이가 있으며 이후 개발되는 화합물 의약품 들은 약물의 target을 정하고 이에 적합한 후보 물질을 탐색하는 과정을 진행하게 되었다.

천연물 유래 화합물 신약 개발 이후 신약 발굴을 위한 화합물 library의 확대를 위한 천연자원 확보 노력과 신규물질 합성이 이루어졌으며, 화합물 library의 확보와 함께 빠르게 유효 물질을 확인하는 탐색 시스템의 확보가 주요한 경쟁력이 되었다. 최근에는 자동화 공정을 활용한 초고속 탐색 시스템이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어 직접 초고속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관련된 탐색 과정의 외주도 가능하게 되었다. 초고속 탐색 시스템 개발과 동시에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탐색 과정을 컴퓨터상에서 진행하는 in silico 탐색 시스템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in silico 시스템의 경우 약효를 결정하는 정량적인 기준 설정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이 남아있다.

화합물 의약품(보통 뒤에서 언급할 생물 의약품 대비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small molecule 이라고 부른다)의 경우 약물의 작용기전(MOA mode of action)은 단백질의 활성부위 (active site)와 결합하거나 효소기능을 저해함으로써 원하는 약효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슐린의 분비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주사를 통해 치료할 수 있듯이 인체에 특정한 단백질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질병의 경우 특정 단백질을 외부에서 공급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게 되었고 이와 같은 의약품 들을 1세대 생물의약품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표적인 1세대 생물 의약품으로는 인슐린이 있으며 최초의 바이오벤처라고 하는 제넨텍의 사업모델이 동물 췌장에서 분리하여 판매되던 인슐린을 재조합 단백질 기술을 활용하여 대장균에서 대량생산 판매하는 것이었다.

단백질 의약품 중 EPO(Erythropoietin), 성장호르몬(human growth hormone), 인슐린 등의 생산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목표시장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동남아, 중남미 시장과 같이 개발도상국의 시장을 목표로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의 경우 국내 공장 건축이 필요없으므로 투자규모는 작을 수 있으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 파트너 선정 및 해외 허가 등의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업모델은 국내에 공장을 건립하고 다국적 제약사 대비 저가의 단백질 의약품 공급을 목표로 하는 경우이며, 전자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회수 시기 및 시장진입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폴루스가 이와 같은 사업 모델을 시행하려고 하고 있으며 시설 자금의 공급 및 해외 판매망 확보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1세대 생물의약품 시장의 주요한 회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화합물 의약품의 경우 특정한 효소와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약효를 나타내는데 인체의 조절 작용은 매우 복잡하여 하나의 단백질, 효소가 여러가지 기능을 함께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약에 따라서는 부작용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화합물 의약품에 의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하나의 약이 하나의 목표에만 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개발 과정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지만 부작용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면역세포의 신호전달, 암세포 특이적인 표지인자 등을 공격하는 의약품의 개발은 현실적으로 화합물 의약품으로는 불가능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물질에 대한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항체의약품을 개발하게 되었다.

항체 의약품은 기본적으로 화합물 의약품에 비해 매우 크기가 크고(화합물 의약품의 크기가 비행기라면 항체는 항공모함과 같은 크기로 비유한다) 효과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대부분 의약품 생산용 재조합 동물 세포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의약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매우 고가이다. 현재 전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판매액 기준 상위 10대 의약품 중 6개가 항체의약품이다. 항체의약품은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으나 최근들어 새로운 항체 의약품의 개발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항체 의약품의 신규 target을 발굴하는 과정과 새로운 target에 적합한 항체 탐색 시스템을 확보하는 과정이 현재의 시장수요를 만족시켜줄 기술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에도 항체 의약품의 신규 target 발굴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앱클론㈜, ㈜파멥신 등의 기업이 있으며 다양한 항체 구성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신규 항체를 발굴하고자 노력하는 다수의 비상장 기업이 있다.

ADC(antibody drug conjugate)는 암세포 특이적인 표지인자를 공격하는 항체 의약품의 장점과 강력한 세포 사멸 효과를 보유한 화합물 의약품의 장점을 결합한 의약품으로써 신규 항체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는 상황의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시도하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으며 국내외에서 다양한 항체와 다양한 화합물 의약품의 조합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의약품 회사는 화합물 의약품과 생물 의약품 중 한가지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데 ADC의 경우는 항체와 화합물에 대한 지식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분야로 두 분야의 전문회사 사이에 공동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ADC 이외에도 다양한 신규 의약품 분야에 대한 개발 노력은 medical unmet need를 해결하는 목적 이외에도 제약사의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의약품 형태에 대한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시장을 선도함으로써 높은 판매가격을 통한 수익성 확보와 후발 제약사와의 격차를 유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다국적제약사 대비 의약품 개발 경험도 부족하고 투입할 자원도 부족한 국내 제약사의 경우는 새로운 MOA, 새로운 target을 선정하여 차별화된 신약 개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새로운 platform 기술 개발과정에서는 초기 계약내용의 불리함을 무릅쓰고라도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항체신약과 ADC 이후의 제약산업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면역항암제와 유전자 치료제, 세포치료제 등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와 세포치료제 시장의 경우 치료제의 효능 증명이 중요하지만 효능 증명과 함께 시장의 의견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국내 기업만으로는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할 수는 없으므로 대형 제약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임상 이후의 판매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약업계는 유럽과 미국의 제약사들이 선도하고 있으며 당분간은 이와 같은 시장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므로 초기 계약조건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시장 진입방법 및 시기에 대한 전략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 제거와 향후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 기회는 여러번 오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산업과 마찬가지로 신약개발 산업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