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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2년 ..제네릭 위기설 기우였나

입력 2018-01-05 07:12 수정 2018-01-05 07:12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식약처, '허가특허연계제도 영향평가’ 보고서 공개..본격 시행 2년 분석 결과 판매금지로 제네릭 손실입 지연 '미미', 일부 제네릭 조기진입으로 매출↑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본격 시행된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는 국내제약사에 큰 피해가 없다는 중간평가가 나왔다. 당초 제도 도입 당시 국내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부 제네릭 제품은 독점판매권을 획득하며 매출 상승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도 시행 이후 판매금지나 독점판매 사례가 많지 않아 추후 장기 추적에 따른 면밀한 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영향평가’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의 중간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총 296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본격 시행된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국내외 기업들과 약품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015년 3월 본격 시행된 허가·특허연계 제도는 제네릭 허가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와 연계해서 내주는 제도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네릭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FTA 협상 타결로 다국적제약사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의 개요(자료 :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영향평가)

허가·특허 연계 제도의 핵심은 ‘제네릭 판매금지’와 ‘우선판매품목허가’다.

제네릭 판매금지는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특허소송 기간 동안 제네릭의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다. 식약처는 최초 제네릭 허가신청시 신청사실을 특허권자에게 통보하는데 이 때 특허권자가 제네릭 발매는 ‘특허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 해당 제네릭 판매는 9개월 동안 금지된다.

우선판매품목허가는 특허도전에 성공한 제네릭에 부여하는 혜택이다. 가장 먼저 특허도전에서 승소한 제네릭은 9개월 동안 제네릭의 진입 없이 해당시장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1대1로 경쟁하는 혜택을 받는다. 우선품목판매허가를 받으려면 ‘최초 특허심판 청구’와 ‘최초 허가신청’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허심판의 경우 최초 심판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구하는 제네릭은 모두 가장 먼저 청구한 것으로 간주된다.

보고서는 2015년 3월 이후 2년 동안 제네릭 판매금지와 우선판매품목허가 사례를 중심으로 제네릭 진입 시기 지연, 독점판매권에 따른 매출 변화, 약품비 절감 효과 등을 분석했다.

제도 시행 이후 총 17개 제약사가 75개의 제네릭 허가 통지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금지를 신청했고 이 중 26건에 대해 판매금지가 결정됐다. 판매금지 대상 26건 중 효력소멸 없이 판매금지가 종료된 4건, 판매금지 기간 중 특허소송 판결로 효력이 소멸해 판매금지가 종료된 것은 22건으로 조사됐다. 판매금지 26건 모두 9개월의 판매금지 기간을 채우기 전에 소송 판결 등을 이유로 판매금지가 해제됐다는 얘기다.

판매금지가 종료된 22건을 보면 제네릭의 허가일부터 효력소멸일까지의 실제 판매금지 기간은 최장 67일, 최단 8일로 집계됐다. 평균 판매금지 기간은 약 41.5일로 제네릭의 허가신청에 따른 특허소송이 진행되면서 41.5일 가량 제네릭 허가가 지연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선판매품목허가의 통계를 보면 2015년 3월부터 2년 동안 66개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해 234개의 제네릭이 우판매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 중 80.3%인 172개의 제네릭이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우선판매 시작일부터 종료일까지의 기간은 평균 292일(약 9.7개월)이며 최장 328일, 최단 136일로 집계됐다.

우선판매품목허가를 여러 업체가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제네릭 제품은 1개 성분당 평균 8.6개 업체가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았다. 1개 성분(암로디핀베실산염/로사르탄칼륨)에 대해 최대 45개 업체가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기도 했다. 동일 시장에서 10개 이상의 업체가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경우도 5건(25%)에 달했다. ‘암로디핀베실산염/로사르탄칼륨’ 성분 제네릭 제품 중 80%가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성분별 우선판패품목허가 획득 의약품 수(자료: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영향평가)

보고서는 2015년 3월15일부터 2년간 판매금지와 우선판매품목허가가 적용된 이후 종료된 의약품을 대상으로 매출변화, 약품비 지출 변화, 시장 점유율 등을 분석했다. 판매금지로 제네릭의 시장 진입이 얼마나 지연됐는지, 우선판매품목허가로 의약품의 점유율 변화로 약품비 절감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를 따져보는 방식이다.

판매금지가 적용된 이후 종료된 사례는 오리지널 의약품 기준 6개(제네릭 25개)이며 우선판매품목허가가 적용됐다가 종료된 사례는 21개(제네릭 95개)다. 이 중 판매금지의 경우 오리지널 기준 2개, 우선판매품목허가는 오리지널 기준 11개 제품에 대해 영향평가를 진행했다.

과민성방광치료제 ‘베시케어’(5mg, 10mg 2종)의 경우 제네릭 2개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졌는데 실제 판매금지 기간은 1.7개월(50일)로 나타났다. 판매금지 처분은 9개월이지만 처분 이후 제네릭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심결을 받아내면서 판매금지 처분 효력이 조기에 소멸됐다. 즉 베시케어 제네릭의 판매금지 처분으로 제네릭의 시장 진입은 1.7개월 지연됐다는 얘기다.

베시케어 제네릭의 판매금지 처분으로 약품비 비출은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2100만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베시케어의 제네릭이 염변경 제품이라는 이유로 제네릭 진입 이후 약가가 떨어지지 않아 약품비 변화가 크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허가특허연계제도의 본격 시행 전 오리지널 제약사의 판매금지 조치로 제네릭의 시장 진입 제한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우선판매품목허가에 대한 영향은 ‘아모잘탄’ 3개 용량의 제네릭 45개, ‘스타레보’ 4개 용량의 제네릭 11개, ‘페브릭’ 2개 용량의 제네릭 17개, ‘심비코트터부헬러’ 2개 용량 제네릭 2개 등을 대상으로 영향평가가 이뤄졌다.

우선 아모잘탄의 제네릭은 우선판매품목허가 획득으로 약 8.2개월 시장에 조기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품비 변화 분석 결과 우선판매품목허가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약품비 비출이 최소 9400만원에서 최대 1억1900만원 감소한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매출 변화 분석 결과 우선판매품목허가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오리지널 제약사 매출은 최소 9억3000만원에서 최대 12억원 가량 감소하고, 제네릭 제약사 매출은 최소 8억4000만원에서 최대 1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제네릭의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낮게 나타나 우선판매품목허가 기간 동안 독점권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한 의약품 수가 많은데다 아모잘탄과 유사 성분으로 구성된 경쟁 약물이 많다는 점이 독점권 효과가 미미한 배경으로 지목됐다.

스타레보 시장에서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4개의 제네릭이 함량에 따라 4.6~8.0개월 일찍 시장에 진입하는 효과를 얻었다.

우선판매품목허가가 없는 경우에 비해 우선판매품목허가로 인한 약품비 지출은 최소 2500만원에서 최대 3100만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제네릭의 조기 진입으로 약값이 저렴한 약물로의 대체가 더 일찍 발생한 결과다..

매출 변화 분석결과 오리지널 제약사의 매출은 최소 2억2500만원에서 최대 2억8900만원 감소하고, 제네릭 제약사의 매출은 최소 20억원에서 최대 2억5700만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페브릭의 제네릭 우선판매품목허가에 대한 영향평가 결과 젠네릭이 4.6개월 가량 시장에 조기 진입하는 효과가 나타낫다.

우선판매품목허가가 없는 경우에 비해 우선판매품목허가로 인한 약품비 지출은 최소 8억2300만원에서 최대 10억4000만원 감소한 것으로 계산됐다. 제네릭의 조기 진입으로 뚜렷한 약품비 감소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오리지널 제약사의 매출은 최대 15억원 감소하고 제네릭 제약사의 매출은 최대 4억9200만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심비코트터부헬러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제네릭의 시장 조기 진입이 이뤄지지 않아 오리지널 제약사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4건의 우선판매품목허가 제네릭의 사례를 보면 심비코트를 제외한 3건에서 우선판패품목허가로 인해 약품비는 감소하고 오리지널 제약사의 매출을 제네릭 제약사가 잠식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사례는 많지 않지만 우선판매품목허가 제도를 활용한 제네릭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거서는 “후발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앞당겨질수록 허가특허연계제도가 건강보험 약품비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면서 ”후발의약품에 대한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 특허심판원의 신속 결정, 우선판매품목허가 등은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판단된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따른 정확한 영향 평가를 위해 더 많은 사례에 대한 분석과 장기간의 관찰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