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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에스티, ‘찬밥신세’ 천연물의약품 명예회복 신호탄

입력 2018-01-19 07:04 수정 2018-01-19 14:25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美기업에 당뇨병성신경병증약 기술이전..글로벌 첫 천연물신약 성공사례 가능성, 천연물의약품 지원 축소ㆍ 부진한 개발성과 등 위기 탈출 계기 전망

동아에스티가 미국 제약사에 천연물의약품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천연물의약품의 기술 수출은 어렵다’는 속설을 깼고 최근 ‘찬밥신세’로 전락한 천연물의약품의 명예회복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천연물의약품 글로벌 성공 사례 전무..새 가능성 제시

▲동아에스티 본사 전경

18일 동아에스티는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와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 ‘DA-9801’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총 1억8000만달러(약 1900억원)으로 동아에스티는 계약금 200만달러와 뉴로보의 지분 5%를 받는다. 단계별 마일스톤 최대 1억7800만달러와 상업화 이후 판매 로열티를 받는 조건이다. 뉴로보는 DA-9801의 글로벌 임상개발과 허가, 판매 등을 담당한다.

DA-9801은 생약제제인 산약과 부채로 구성된 천연물의약품으로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이다. 이번 계약은 최근 관심이 시들어졌던 천연물의약품의 기술이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생약제제나 한방제제로 구성된 천연물의약품은 약효 기전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워 선진 의약품 시장의 기술이전이 힘든 영역으로 지목됐다. 여러 성분으로 구성된 천연물의약품의 경우 개별 성분마다 어떤 약효를 나타내는지를 규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제약사가 개발한 천연물의약품이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아에스티 위염치료제 '스티렌'

동아에스티는 위염치료제 '스티렌'과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 등 2종의 천연물의약품을 개발, 국내에서 상업적 성과를 냈지만 미국이나 유럽 시장은 진출하지 못했다.

안국약품이 지난 2013년 미국 그래비티바이오와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3월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당시 안국약품 측은 “계약 당시 2015년 6월까지 임상시험에 진입키로 약속했지만 임상시험 진행이 지연돼 계약을 종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시네츄라의 미국 진출이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안국약품은 지난 2012년 중국 제약사와 시네츄라의 수출을 합의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사실 동아에스티도 DA-9801의 기술이전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13년 4월 DA-9801의 미국 임상2상시험을 시작해 2015년 5월 종료했다. 임상시험이 종료된 이후 2년 8개월이 지난 이후에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기술이전 파트너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동아에스티 측은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DA-9801의 우수한 효과를 통해 기술이전이 성사됐다“라고 설명했다. DA-9801은 신경성장인자인 (NGF, Nerve Growth Factor)의 증가를 통해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재생시켜 질환의 원인을 개선하는 약물로 기존의 치료제들과는 차별성을 가진 근본적인 치료제로 평가받는다.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2상시험에서 12주간 환자 128명에 투여한 결과 DA-9801을 복용한 50%의 환자에서 통증이 50% 이상 감소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DA-9801의 개발 파트너로 낙점된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신경과학 기반의 천연물 의약품 개발을 목적으로 제약바이오 신약개발 전문 기업인 제이케이 바이오파마솔루션스(JK BioPharma Solutions)와 하버드의대 신경과전문의사인 로이 프리만(Roy Freeman) 박사가 지난해 9월 설립한 신설 기업이다.

프리만 박사는 하버드의대소속 병원인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신경과 디렉터로 통증 및 신경관련질환의 임상연구에 저명한 의대교수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경병증치료제 리리카(화이자)의 임상 개발 참여와 DA-9801의 미국 임상2상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뉴로보가 신설 기업이다보니 전체 계약 규모에 비해 계약금을 많지 받을 수 없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례적으로 계약금과 함께 뉴로보의 지분 5%를 추가로 받은 배경이다.

강수형 동아에스티 부회장은 “뉴로보의 설립자인 프리만 박사는 신경병증 치료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쌓아온 분으로, 천연물 의약품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최적임자다”라고 추켜세웠다.

◇천연물신약 용어 삭제 등 ‘찬밥신세’..글로벌 성공 가능성ㆍ개발 의지 제고 기대감↑

특히 이번 기술이전 계약이 그동안 ‘찬밥신세’로 전락한 천연물의약품의 위상과 제약사들의 개발 의지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ㅜ한때 천연물의약품은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촉망받으며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에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가 삭제되고 허가 요건도 엄격해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천연물신약으로 허가받은 신바로, 시네츄라, 모티리톤, 조인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개정을 통해 천연물신약의 정의를 삭제했다. 약사법상 신약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는 화학구조 또는 본질조성이 전혀 새로운 의약품으로 정의되는데, 생약이나 한약을 사용해 만든 천연물의약품은 신약이라는 단어 뜻과 거리가 멀다는 판단에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약사들은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광고도 금지된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통해 천연물신약이 허가 심사 과정에서 지나친 특혜를 받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는 보건복지부가 2000년 제정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이 기원이다. 당시 천연물 성분을 이용한 신약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이 법이 신설됐다.

식약처는 2002년 당시 의약품 품목허가 고시인 ‘의약품 등의 안전성· 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에 천연물신약에 대한 허가 요건 및 심사 기준을 별도로 신설했다. 천연물신약은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의약품 중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으로 규정했다.

이후 식약처는 천연물신약의 경우 허가시 제출자료 요건과 심사기준이 신약에 비해 완화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예를 들어 천연물신약은 독성에 관한 자료 12가지 중 유전독성, 생식독성, 발암성 등 10가지 자료 심사를 면제하고 동물에 대한 약리작용 등 약효시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도 일부 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내 제약업계의 천연물신약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감사원은 “기존의 한약·생약제제 등 전통적 의약품과 차별화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천연물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과정을 적용해 유효 성분의 연구, 독성 및 약리작용 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강화하고 천연물신약의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천연물신약의 허가심사 기준을 신약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전무한데도 천연물신약이라는 이유로 다른 의약품에 비해 특혜를 부여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이었다.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 규정에서 천연물신약의 별도 허가 요건을 삭제함에 따라 기존의 천연물신약의 허가 특혜도 사라졌다. 예를 들어 한약(생약)제제 추출물은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토록 변경했다. 성분프로파일은 한약(생약)제제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의 조성, 비율 및 함량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분석자료의 패턴을 말한다.

한약(생약)제제의 품질관리는 주성분을 구성하는 특정한 지표성분의 함량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합물의 조성, 비율 및 함량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미국, EU에서도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받고 있어 국제조화에 위배되지 않는다.

한약(생약)제제의 허가를 신청할 때 잔류·오염물질에 대한 안전성 자료를 제출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한약(생약)제제는 기본적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재배과정 등에서 유해한 잔류·오염물질의 혼입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유해물질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식약처는 이미 ‘스티렌’과 스티렌 제네릭 제품들을 시작으로 15개 성분으로 구성된 천연물의약품의 벤조피렌 검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줄일 것을 제약사들에 주문한 상태다.

▲주요 천연물의약품 허가현황 및 2017년 원외처방실적(단위: 원,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유비스트)

최근 제약사들이 개발한 굵직한 천연물의약품을 찾기도 힘들다. SK케미칼의 ‘조인스’, 동아에스티의 ‘스티렌’과 ‘모티리톤’, 녹십자의 ‘신바로’, 안국약품의 ‘시네츄라’,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 등이 국내에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는데 2012년 허가받은 레일라 이후로 6년 동안 대형 천연물의약품은 등장하지 않았다. 영진약품이 2012년 12월 허가받은 ‘유토마외용액’은 원가 등을 이유로 아직 발매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천연물의약품은 안전성이 확보돼 뚜렷한 효능만 입증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제약사들도 체계적으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천연물의약품의 가능성을 발굴하면 글로벌 무대에서도 새로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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