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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력강화·가격경쟁력’..삼성에피스의 내수공략 로드맵

입력 2018-01-23 07:47 수정 2018-01-23 14:35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 '삼페넷' 오리지널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등재..유한ㆍ대웅과 손잡고 영업력 강화ㆍ가격경쟁력 확보로 매출 증대 포석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 전경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삼페넷’을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30%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는다. 지금까지 국내 발매된 항체 바이오시밀러보다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시장 출시 채비를 갖췄다. 국내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영업력 강화에 이어 공격적인 저가 전략으로 내수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삼페넷주150mg'이 내달부터 29만1942원의 보험상한가로 등재된다. 삼페넷은 로슈의 항암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국내에 내놓는 3번째 제품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시판승인을 받았고 보건당국의 보험약가 등재 절차를 거쳐 내달부터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페넷의 판매는 대웅제약이 담당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책정한 삼페넷의 보험약가가 오리지널 의약품이나 경쟁 약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삼페넷의 보험상한가 29만1942원은 허셉틴150mg(41만4103원)의 70.5% 수준이다. 지난해 4월 등재된 셀트리온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150mg'의 37만2692원보다 21.7% 저렴하다.

원칙적으로 국내 약가제도에서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70%까지 보험약가를 받을 수 있다. 2016년 10월부터는 '혁신형 제약기업ㆍ이에 준하는 기업ㆍ국내제약사-외자사간 공동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개발한 품목 또는 우리나라가 최초허가국인 품목 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80%까지 보장된다. 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도 바이오시밀러가 발매되면 종전의 70~80% 수준으로 보험약가가 자동 인하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혁신형 제약기업 연구개발(R&D) 투자비율 및 투자액 평균 수준을 충족해 혁신형제약기업에 준하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허셉틴150mg의 특허 만료 전 보험약가는 51만7628원이다.

산술적으로 삼페넷150mg은 허셉틴의 특허 만료 전 가격(51만7628원)의 80% 수준인 41만4102원까지 책정할 수 있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보다 더 30% 낮은 약가를 선택한 것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가격 차가 10%를 넘지 않았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자발적으로 큰 폭으로 약가를 낮게 책정했다.

▲국내 개발 항체 바이오시밀러 보험상한가 현황(단위: 원,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셀트리온의 ‘램시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는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약가 격차가 5%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등장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보험약가는 36만3530원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38만3051원)보다 5% 가량 저렴하다. 같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 역시 램시마와 동일한 보험약가로 책정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의 보험약가는 14만1967원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엔브렐’(14만9439원)보다 5% 낮다.

셀트리온의 허쥬마(37만2692원)와 트룩시마(22만4879원)는 오리지널 의약품인 허셉틴(41만4103원)과 맙테라(24만865원)보다 각각 10% 저렴하다. 바이오시밀러 약가우대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등재된 제품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5% 저렴하고, 약가우대 정책 시행 이후 등장한 바이오시밀러는 10% 싸게 등재되는 이른바 ‘5%-10%’ 원칙이 지속됐다는 의미다.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고민이 반영된 약가 전략이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약가로 발매할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되,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책정하면 해외 시장에서도 약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5% 또는 10%의 간격을 유지한 것이다. 다만 약가제도 개편 이후에는 바이오시밀러도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80%(종전 70%)까지 받을 수 있어 약가 인하 폭이 5%에서 10%에서 다소 확대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페넷의 약가를 기존의 바이오시밀러에 비해 폭 넓은 저가전략을 구사한 이유는 후발주자 입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빠른 시일내 확대하려는 노림수가 엿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삼페넷의 약가를 허셉틴이나 허주마보다 낮게 책정한 것은 환자부담이 5%라는 점을 감안해 환자가 약가인하를 체감할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허셉틴과 같은 항암제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률이 5%에 불과해 10%의 약가 차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어 자진해서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더욱이 이미 퍼스트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가 1년 가량 빨리 시장에 진입한 만큼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유사한 가격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엔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페넷의 저가 전략은 국내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겠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기존에 국내 시장에 내놓은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는 아직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의약품 조사 기관 IQVI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브렌시스는 2015년 12월 발매 이후 누적 매출이 10억원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6억원 가량에 그쳤다. 렌플렉시스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램시마가 국내에서도 연가 2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브렌시스가 유럽(제품명 베네팔리)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2억5320만달러(약 2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지만 정작 원 개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렌시스(왼쪽)와 렌플렉시스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판매 파트너를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으로 변경한 것도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당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하면서 유럽은 바이오젠, 한국,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의 판권은 MSD에 맡겼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별도의 마케팅·영업 조직을 갖추지 않고 바이오시밀러의 연구와 개발만 담당한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의 실적이 만족스럽지 않자 지난해 10월 유한양행에 브렌시스와 렌플렉시스의 마케팅·영업을 맡겼고, 삼페넷은 대웅제약에 국내 영업권을 넘겼다.

시장 진입 초기 성적표가 중요한 후발의약품(바이오시밀러) 특성상 빠른 시일내 시장 안착을 위해 국내에서 가장 영업력이 강력한 기업들과 손 잡고, 새롭게 출시되는 삼페넷은 후발 바이오시밀러라는 특징을 고려해 공격적인 저가 전략을 가동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삼페넷의 인하된 약가는 환자뿐 아니라 건강보험의 부담을 많이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출시 시기는 파트너사와 협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