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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토종 신약·바이오시밀러 무더기 약가인하..왜?

입력 2018-01-24 08:52 수정 2018-01-24 08:52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2월부터 3619개 품목 실거래가 조사로 보험약가 최대 10%↓..일부 업체들 주력 제품 약가인하로 매출 손실 불가피

내달부터 건강보험 의약품 3619개 품목의 보험약가가 최대 10% 인하된다. 실거래가 조사에 따라 보험상한가보다 낮게 거래된 의약품의 가격이 떨어진다. 보령제약, LG화학, 종근당, 동화약품, 일양약품 등 국내기업이 개발한 신약과 함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들도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일부 업체는 주력 품목의 약가인하로 적잖은 매출 손실이 예고됐다.

24일 보건복지부는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일부 개정을 통해 오는 2월부터 3619개 품목의 보험상한가를 최대 10% 인하한다고 밝혔다. 평균 인하율은 2.3%다. 1월1일 기준 보험급여에 등재된 의약품 2만2389개 품목 중 16.2%가 약가인하 대상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 6개 중 1개는 내달부터 약가가 인하된다는 얘기다.

◇보건당국, 2년에 한번 실거래가 조사로 약가조정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가인하다. 보건당국은 정기적으로 전국 병·의원 및 약국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거래 현황을 조사하고 제약사·도매상과의 거래과정에서 보험상한가보다 낮게 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면 해당 의약품의 가격을 인하한다.

국내 약가제도의 근간인 ‘실거래가상환제’라는 제도를 적용한 약가인하 조치다. 지난 1999년 11월부터 시행된 실거래가상환제는 보험상한가를 시장에서의 거래가격으로 내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22조에 따르면 한약제 외의 약제는 구입금액에 따라 결정한다고 명시됐다. 보험상한가가 100원인 의약품을 50원에 거래했을 때 상한가를 50원으로 인하한다는 의미다.

이때 가격 인하 기준은 가중평균가다. 가중평균가격은 약제 실거래가 조사를 한 결과를 기준으로 의약품 공급업자가 요양기관에 공급한 약제에 대한 총 공급금액을 총 공급량으로 나눈 가격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험상한가 1000원짜리 의약품 A가 연간 10개 팔렸는데 5개는 1000원, 5개는 900원에 거래됐을 경우 가중평균가는 950원으로 계산된ㄷ. (총 판매금액 9500원÷총 판매량 10개).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A 제품의 보험상한가는 5원 떨어지는 구조다.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가인하 폭은 최대 10%로 규정됐다.

보건당국은 2년에 한 번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약가를 조정한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4655개 품목의 보험약가가 평균 3.6% 인하된 바 있다.

제약사들이 보험상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제약사간 영업 경쟁으로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많고 거래 관계상 ‘갑’의 위치에 있는 병·의원의 요구로 저가 공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개발 신약·바이오시밀러도 약가인하..주력 제품 인하로 매출손실 예고

이번에 약가가 떨어지는 제품을 보면 국내기업이 자체 개발한 신약 제품들도 대거 약가가 깎인다.

▲2월부터 약가인하 예고된 주요 국내개발신약·바이오시밀러 현황(단위: 원, %, 자료: 보건복지부)

보령제약의 고혈압약 ‘카나브120mg’은 774원에서 773원으로 1원 내려가고,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은 1192원에서 1191원으로 1원 떨어진다. 종근당의 항암제 ‘캄토벨’은 2.9%(35만2353원→34만1996원)의 약가인하가 예고됐다. 대원제약의 진통제 ‘펠루비’(201원→200원)와 ‘펠루비서방정’(305원→304원)도 약가가 소폭 내려간다. 유한양행의 위장약 ‘레바넥스’도 1029원에서 1028원으로 1원 깎인다.

동화약품의 항생제 ‘자보란테’(4011원→3995원), LG화학의 ‘팩티브’(2만4391원→2만399원) 등은 처방실적이 많지 않은 국산신약 제품들도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도 약가인하를 피하지 못했다.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36만3530원에서 1.5% 떨어진 35만8098원의 보험상한가가 내달부터 적용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렌시스’는 14만1967원에서 14만188원으로 1.3% 깎인다.

국내 개발 의약품의 약가인하율은 높지 않아 품목별 매출 손실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2년에 한번 약가인하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은 제약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카나브120mg은 2016년 실거래가 조사로 807원에서 781원으로 0.9% 인하된 데 이어 2년 만에 또 다시 약가가 내려간다. 펠루비와 레바넥스도 지난 2016년에도 약가가 인하된 바 있다.

램시마도 2년 전에 37만892원에서 36만3530원으로 2.0% 인하됐다. 램시마는 2차례에 걸친 실거래가 약가조정으로 보험약가가 3.5% 하락했다. 2016년 램시마가 124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한 것을 적용하면 두 번의 약가인하로 연간 4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감수하게 되는 셈이다.

주로 병원내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의 약가가 많이 인하됐는데, 램시마나 브렌시스와 같은 TNF알파 억제제인 ‘엔브렐주사25mg’(8만5394원→8만3987원), ‘레미케이드100mg(38만3051원→37만7503원)’, ‘심퍼니’(55만5330원→55만2872원) 등도 약가가 하락한다.

일부 제품의 경우 약가인하율이 못하 적잖은 매출 손실이 예고되기도 했다.

아스텔라스의 ‘프로그랍’은 1mg과 0.5mg이 각각 내달부터 2.6%, 3.4% 인하된다. 두 제품의 2016년 처방실적은 589억원, 86억원이다. 이번 약가인하로 연간 약 18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아스텔라스는 연간 600억원대 처방실적을 기록 중인 ‘하루날디0.2mg'도 1.1%(662원→655원)의 약가인하로 6억원 이상의 매출이 줄어들 처지다.

일동제약의 ‘일동후루마린주사0.5mg'은 2016년 처방실적 280억원을 기록했는데, 내달부터 4.6%의 약가인하가 예고되면서 연간 13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사노피아벤티스의 ’엘록사틴‘은 2개 용량이 4.2%, 3.3% 인하가 확정돼 1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한양행의 ‘유한메로펜주사0.5g'은 1만324원에서 9963원으로 깎이면서 연간 8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예고됐다. 이 제품의 2016년 처방실적은 226억원이다. JW중외제약의 영양수액제 ’위너프1435ml', '위너프페리1085ml', '위너프페리1450ml' 등의 약가가 1.9~2.6% 인하돼 5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