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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 "진입은 쉽게, 평가는 제대로, 퇴출은 과감히"

입력 2018-02-02 15:35 수정 2018-02-02 15:35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전문가들 국회 바이오경제포럼서 "재평가 중심으로 신의료기술평가 개선" 주문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국내에서 유독 논란이 되는 것은 전국민 건강보험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통해 모든 국민과 민간의료기관이 공공 의료보험에 편입돼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개발한 의료기기나 진단제품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내 판로는 사실상 막히게 되기에 산업계는 필사적이다. 그렇다고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의료기술의 검증시스템을 느슨하게 할수도 없다.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면서 의료기술 발전도 꾀하는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2일 국회바이오경제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신의료기술의 진입은 쉽게 하되 재평가(사후평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재평가의 경우 명확한 기준을 통해 퇴출 기전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영성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이날 발제에서 신의료기술평가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새로운 제도개선 방향을 소개했다. 산업계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중복 심사, 문헌 중심 평가로 인한 퍼스트클래스인 제품의 시장 진입의 어려움, 길게는 1년도 걸리는 심사기간 등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식약처는 의료기기 자체의 생물학적 안전성, 기기의 성능을 검증해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하지만 우리는 임상현장에서 의료기술 사용에 대한 임상적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중복이 아니다"면서 "또한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은 식약처에 허가 신고되는 의료기기 중 약 1.4%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또한 신의료기술 법정 평가기간 단축(1년→280일, 체외진단·유전자검사는 280→50일), 의료기기 허가·신의료기술 평가 통합운영, 제한적 의료기술제도 도입 등을 지속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추진할 제도 개선책으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기술의 안전성 유효성 수준을 등급화(A, B, C)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빠른 건강보험 진입을 돕는 장치다. A등급은 기존 의료기술보다 유효성이 우월한 의료기술, B등급은 일정기관 경과 후 재평가가 필요한 의료기술, C등급은 재평가가 필요하며 고위험 고난이도 기술이거나 국내 임상자료 구축이 필요한 기술이다. 또한 임상적 안전성이 확보된 유망 의료기술은 신속이 시장에 진입시킨 후 사후평가를 통해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예비급여로 편입해 3~5년간 임상현장에서 사용하며 근거를 쌓도록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신의료기술평가 방법 도입도 제시했다. 임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축적에 어려움이 있는 기술에 대해서는 '가치'를 통해 첨단 의료기술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질병의 심각성, 대체기술 유무 여부, 삶의 질, 경제적 고려, 윤리성, 환자부담, 질병의 희귀성, 남용 가능성 등을 지표로 한다.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내년 본 사업 시행이 목표다.

이에 대해 참석한 전문가들은 결국 '재평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은) 너무 많은 것을 평가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신의료기술평가의 개선은 재평가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면서 '시장의 진입은 쉽게 하돼 제대로된 평가를 하고 명확한 퇴출 기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후향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평가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기획팀장 역시 "시장에 좀 더 많은 제품이 나가도록 지원하고 '리얼월드 데이터'로 좀 더 싶도 깊게 연구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걸러내는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힘을 보탰다. 신준수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대다수 의료기기는 선사용 후평가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체외 진단 제품은 활용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미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등재실장은 "실제로 건강보험 등재 심사를 하면 안전성 유효성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한 기술이 적지 않다"면서 "환자 안전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빨리 진입해서 재평가하는 제도는 '퇴출'에 대한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