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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의 투자노트]경영진과 주주의 구성은?

입력 2018-02-07 15:56 수정 2018-02-07 15:56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신약개발 회사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까?

오늘은 초기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경영진 및 주주 구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먼저 앞에서 언급했던 신약개발 기업의 투자판단 기준과 개발전략을 떠올려보자. 신약개발 기업의 투자판단 기준 가운데 의약품의 목표 시장과 미충족 수요에 대한 분석은 예전에 비해 대체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단 시장 규모 추정에 있어 개발목표와 크게 관계없는 시장을 제시하여 목표 시장의 규모를 강조하려는 시도는 사업가의 본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교적 목표 시장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투자판단 기준은 차별화된 기술적 우위성이 의학적 미충족 수요와 결합하여 나타나는 경쟁력 이라고 볼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의 예를 들어보자. 퇴행성 관절염 시장의 규모 및 성장성에 대해서는 고령화와 관련된 다양한 시장 자료를 참고하면 충분한 시장규모와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 경쟁력과 관련하여 제1세대 관절염치료제인 NSAID(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약물의 경우 약물의 target인 COX-1 과 COX-2(Cyclooxygenase-1, 2)에 대한 비선택적 저해에 따라 위궤양 및 위장관계 출혈의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부작용을 줄인 제2세대 관절염치료제로 개발된 COX-2 저해제가 시장을 진입하면서 각광을 받았으나, MSD의 '바이옥스'가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으로(Cardio-vascular risk, CV risk) 시장에서 자진 철수하였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Pfizer '세레브렉스(Cerebrex)' 역시 혈압상승 등 심혈관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세레브렉스의 경우 타 약물대비 위장관계 부작용(Gastro-intestinal risk, GI risk) 및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장기 복용 시 심혈관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약효가 우수하고 부작용을 극복한 신약이 개발될 경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바이오벤처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경우 COX-2 와 CA(Carbonic Anhydrase)에 대한 이중결합력(dual interaction affinity)을 가지는 물질을 개발함으로써 심혈관계 및 위장관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새로운 관절염치료제의 국내 허가를 완료하고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관절염치료제는 장기간 복용에 따른 심혈관계, 위장관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 미국 FDA는 많게는 1만명 수준의 임상 3상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대형 제약사도 막대하게 소요되는 임상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다. 따라서 명확한 부작용 감소 MOA를 보유한 약물이 아니면 도입을 꺼려하는 분위기에서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관절염치료제인 아셀렉스R의 기술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판매후 임상을 통한 확실한 부작용 감소 결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위에서 예로든 부작용 감소라는 기술적 우위성에 기반한 신약개발과 같이 개발회사의 차별화된 기술적 우위성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의학적 미충족 수요는 있으나 적절한 개발 약물이 없는 경우이다. 대상 질환은 패혈증, 욕창 등과 같은 질병이며 대부분 뚜렷한 약물의 target이 없어 적절한 in vitro 탐색 모델이 없고 동물 모델도 없는 경우가 많다. 개발이 성공한다면 독점적으로 고가에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이 될 수 있으나 MOA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패혈증과 같은 질병의 경우 임상환자 모집이 어려워 임상기간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언급한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두번째는 선행 개발물질은 있으나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만족 시키지 못하는 경우이다. 특히 중추신경계 질병 CNS(Central nervous system) 치료제의 경우 △질병과 관련된 biomarker의 발굴과 확인 △biomarker에 대한 높은 특이도 △BBB(Blood Brain Barrier) 투과도 △동물모델의 존재여부와 신뢰도 등의 항목을 만족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행 개발물질들은 특정 biomarker에 대한 특이도가 낮아 주변의 비슷한 단백질 기능을 저해함으로써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낮은 BBB 투과도에 따른 약효성 저하가 예상되어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의 CNS 질환이 적절한 동물모델이 없어 실험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조현병의 질환동물을 만들더라도 mouse는 말을 못하는데 문진을 통해 질병의 정도를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진이 아닌 정량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동물모델이 있다면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의 시장의 평가가 아직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은 동물 모델로 만들어진 자료가 다국적 제약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의 마음에 들기란 어려울 것이다. 결국 후보물질 발굴과 동물 실험 단계에서 시장에서 매우 잘 알려진 대학, 연구소, 회사 등과 파트너 제휴를 통해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적인 판단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사람이 언급한 사항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없이 받아 들이지 않는가? 신약개발 업무도 결국 의사 결정권자들은 사람이다. 의사 결정권자의 신뢰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전략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좌우한다.

세번째는 다양한 의약품 개발이 동시에 가능한 기반기술 보유기업이다. 기반기술이란 다양한 치료제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로 기반기술의 POC(Proof of concept)가 완료되면 동시에 다수의 기술개발 및 판매가 가능한 분야이다. 한미약품의 Lapscovery, 제넥신의 hyfc, 파나진의 PNA 등이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반기술 중 하나라 볼 수 있으며 Lapscovery나 hyfc 기술은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 1일 제형 의약품을 2주나 3주 제형으로 개발하여 의약품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며 PNA는 인공 DNA로 분자 진단의 민감도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결국 기반기술 보유 기업은 보유한 기술의 빠른 POC단계 진입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고 다양한 파트너와의 후보물질 확보가 주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은 기반 기술의 POC를 완료하는 단계로 접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기반기술 개발 기업의 경우도 기업의 개발능력에 대한 신뢰도 향상이 사업 성공의 핵심이며 이를 위한 논문, 학회발표 등의 학문적인 노력과 사업적인 제휴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판매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세부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대부분 핵심 경영진과 주주가 결정한다. Biomarker에 대한 검증 및 target 확정, target에 대한 화합물 합성 전략, 제약사와의 협상 전략, 제약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휴 전략, 적절한 data set의 사전 준비, 빠른 POC를 위한 파트너 선정 및 우선 개발 목표 약물 선정 등의 다양한 사항이 경영진의 판단사항이며 경영진이 해결할 수 없거나 자문이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주주의 중요한 역할이다.

초기 신약개발 기업의 경우 이미 충분한 실험 결과를 확보한 기업은 데이타 검증을 통해 기술판매 가능성 및 가치를 판단하여 투자 의사결정을 진행하지만 이미 이 단계에서는 기업가치가 높게 형성되어 충분한 투자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사항 해결을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춘 경영진을 보유한 기업의 초기 투자를 통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투자자도 주주의 일원으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때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과거의 초기 투자는 탐색 기술 및 library 확보를 통해 좋은 후보물질을 발굴한 것만으로도 원활하게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기술 판매를 위한 세부 전략의 제시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 기업의 경우 보다 원활하게 투자 검토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신약개발 기업은 투자이후 기술판매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수년간 매출 및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초기 신약개발 기업은 성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인 자금 유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초기 투자를 진행하는 투자자의 입장은 신약개발 과제의 최종 목표 설정뿐만 아니라 현 단계의 투자 자금을 활용하여 다음 투자가 이루어질 때까지 milestone 관리가 중요하며 이를 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경영진의 능력이 투자판단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지속적인 자금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신약개발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