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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新타깃 발굴부터 신약 개발까지" 10년 프로젝트

입력 2018-02-07 09:58 수정 2018-02-07 10:17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정부, 1.1조 투입 치매연구개발사업안 공개.."5개분야 각각 2천억씩 기계적 배분" 우려

정부가 1조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치매의 원인 규명부터 진단,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지는 치매 정복 10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치매 확산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 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계적인 예산 배분, 선택과 집중이 아닌 백화점식 계획 등은 우려를 낳는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치매연구개발사업 공청회를 개최했다. 김기웅 서울의대 교수는 작년 5월부터 약 8개월간 토론회, 전문가위원회, 자문회의 등을 거쳐 기획한 '치매연구개발사업안'을 공개했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적 연구에 기반한 치매의 원인규명 및 예방, 조기진단 및 관리, 치료기술개발을 통해 국민의 치매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는 사업"이라면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모든 치매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치매 신규 타깃 발굴부터 진단, 치료제개발 도전

이 안은 ▲치매의 원인 규명 및 예방 ▲혁신형 진단 ▲맞춤형 치료 ▲체감형 돌봄 ▲인프라 구축 등 5개 분야에 2020년부터 2029년까지 각각 약 2000억원(총 1.1조원)을 투입해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먼저 치매의 원인을 탐색하고 규명하는데 집중 투자한다. 치매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진단, 치료 등 연구 분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양한 기전을 통해 치매의 원인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는데 신경세포와 교세포의 치매 발생관련 역할 연구, 장내 미생물과 치매와의 관계 탐색 연구, 단백질의 합성 후 변형과 치매와의 관계 규명 연구, 한국인 특이적 치매 유전자 및 발병인자 연구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고위험군 조기발굴 및 발병예측 기술 개발, 예방 프로그램 개발 및 확산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치매 진단기술에 대한 투자는 영상, 혈액 및 체액, 생체신호 기반으로 나누어 투자한다. 영상 분야에서는 PET를 활용한 치매진단 방사성의약품의 개발, 도입 및 검증을 진행하고 뇌파 등 전기생리신호 기반 뇌영상 진단기술을 개발한다. 또한 환자의 불편감이나 합병증 우려가 있는 치매 진단용 뇌척수액 검사기술을 개량하는 동시에 치매 특이적 신규 혈액, 체액 바이오마커 발굴을 추진한다. 이와 동시에 바이오마커를 검출할 수 있는 초고감도 바이오센서 또는 검출기술도 개발한다.

후각 청각 미각, 보행 등 생체신호를 통해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러한 영상정보, 혈액 바이오마커, 생체신호 등을 활용해 빅데이터 기반 AI 치매 조기진단 시스템 개발에 도전한다.

치료제 개발은 근원적 신약 개발, 조기 임상 진입 신약, 비약물 치료기술 개발 등으로 나눠 진행된다.

먼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와 과인산화 타우 단백질 생성 억제, 베타아밀로이드-타우 동반 분해물질 등 신경독성인자 타깃 발굴, 소교세포, 성상교세포 등에 의한 신경염증 등 신경염증 조절 타깃 발굴 등을 통한 신규 치매 치료제 타깃 발굴에 도전한다. 항체 치료제 및 성체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세포기반 치료제 뿐 아니라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신약개발도 추진된다. 신약 재창출을 통해 조기 도입 가능한 치매 신약, 뇌투과율 향상을 위한 약물 전달 기술, 뇌자극 기반 치매 치료기술 개발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치매 극복기술 개발 가속화를 위한 연구 인프라도 구축할 계획"이라면서 "개방형 데이터베이스, 치매 뇌은행 고도화, 기초·임상 통합 연구 플랫폼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고른 투자 기획" "기계적 예산배분" 논란

이번 치매연구개발사업은 치매 극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총망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치매 신규 타깃 발굴, 혈액을 이용한 새로운 진단 기술 등은 산업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선택과 집중 보다는 백화점식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 부처간 장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5개 분야에 대해 예산을 2000억원씩 배정한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분과 5개별로 2000억원씩 예산을 공평하게 나눈 것 같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는 예산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청중은 "기계적인 과제 배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세부 내용에 대한 보완지적도 있었다. 정용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MRI 진단기술 부분이 치매 진단에 필수적으로 대두되고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데 후순위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최문석 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비약물 치료 분야에서 침술을 통한 치매분야가 제외됐다"면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활용 기반을 마련해 치매연구개발사업에 한의사가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칫 이해관계자 개입으로 인한 사업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국내 2상을 진행중인 송형곤 젬백스앤카엘 대표는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2016년 정부가 입법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조건부 허가(2상)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라면서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치료적 대안이 없는 환자에게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입법이 속도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치매 환자의 경우 대부분 의원급, 병원급을 이용하면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상급병원은 찾지않는 불일치가 발생한다"면서 "정부가 원활하게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IRB 제도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