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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포지오티닙’ 새 임상 착수..기술수출 11건 중 8건 순항

입력 2018-02-20 07:00 수정 2018-02-20 15:35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스펙트럼, 비소세포폐암 이어 유방암 임상 착수..'에페글레나타이드'ㆍ'롤론티스'ㆍ'오락솔' 등 임상3상, 8개 과제 개발 속도

한미약품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항암제 ‘포지오티닙’이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글로벌 임상시험에 착수한다. 지난해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한데 이어 사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2010년 이후 기술수출한 과제 11건 중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 등에 기술을 넘긴 3건의 임상시험이 중단되거나 권리가 반환됐지만 상당수 기술수출 신약 과제는 속속 상용화를 위한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펙트럼, '포지오티닙' 비소세포폐암 이어 유방암 임상 속도

20일 국제 임상시험 등록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 Trials)에 따르면 스펙트럼파마슈티컬은 최근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포지오티닙’의 새로운 임상1b상시험을 등록했다. 25명의 유방암환자를 대상으로 포지오티닙의 최대 투여 용량과 적정 투여 용량을 결정하기 위해 ‘T-DM1’와 함께 투여하는 임상시험이다.

▲스펙트럼은 최근 국제 임상시험 등록사이트 ‘Clinical Trials'에 '포지오티닙'의 새로운 유방암 임상1상시험계획을 등록했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pan-HER2 항암제다. ‘T-DM1’은 로슈의 유방암치료제 ‘캐싸일라’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을 이용한 항체-약물 복합체(ADC) 약물이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이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최근 활발한 개발단계가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의 연구 과정에서 유전자 엑손(exon) 20에 변이가 생긴 비소세포폐암 종양모델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잠재력을 발견하고 폐암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엑손은 유전자의 염기 배열 중 단백질 합성 정보를 가진 부분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0% 가량에서 20번째 엑손 유전자가 변이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이를 표적해 치료하는 의약품은 없다.

지난해 10월 스펙트럼이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미국 임상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는데 환자 11명 중 8명인 73%에서 포지오티닙의 객관적 반응률(ORR) 및 부분 반응률(PR)을 보였다.

스펙트럼은 지난해 11월 포지오티닙의 임상 대상을 비소세포폐암 'EGFR exon 20' 돌연변이에서 'HER2 exon 20' 돌연변이까지 확대하는 임상2상시험에 착수했다. 한미약품은 대규모 임상에서도 지금까지와 동등한 항암효과만 입증된다면, 비소세포폐암 환자군를 대상으로 한 약물 허가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스펙트럼 입장에선 포지오티닙의 기술 도입 이후 비소세포폐암과 유방암 영역에서 새로운 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는 셈이다.

◇2010년 이후 기술수출 11건 중 3건 개발 중단..8건 후속 개발 단계 순항

한미약품이 2010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 기술수출한 과제 11건 중 3건을 제외한 8건은 상업화를 위한 개발단계가 순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을 기술이전했고, 2012년 스펙트럼과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2015년에는 스펙트럼(포지오티닙), 일라이릴리(HM71224), 베링거인겔하임(올무우티닙), 사노피(에페글레나타이드, 지속형인슐린, 지속형인슐린콤보), 얀센(HM12525A), 자이랩(올무티닙) 등에 8개 신약을 기술수출했다. 2016년 9월에는 제넨텍과 표적항암제 ‘HM95573'의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일라이릴리 등이 각각 1개 과제의 권리를 반환하거나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지난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의 개발을 중단하고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2016년 12월에는 사노피가 기술을 넘겨받은 신약 3건 중 지속형인슐린의 개발중단을 선언하고 권리를 한미약품에 되돌려줬다. 지속형인슐린콤보는 일정 기간 한미약품의 책임으로 개발한 이후 사노피가 이를 인수하는 것으로 계약 조건이 변경됐다.

최근에는 일라이릴리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HM71224의 임상2상시험을 중단했다. 중간분석 결과 목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미약품과 릴리는 이 제품의 다른 적응증 개발을 협의 중이다. 다양한 면역질환이 또 다른 적응증 후보군이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한미약품에 권리를 반환할 가능성도 있다.

▲주요 한미약품 기술수출 과제 및 개발 현황

한미약품의 파트너사가 개발 중인 신약 과제 중 ‘롤론티스’가 가장 상업화 단계에 근접해있다. 롤론티스는 기존 호중구감소증치료제의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린 바이오신약이다. 호중구감소증이란 우리 몸 면역체계에서 감염을 물리치는 혈액내 세포인 백혈구 중 호중구라는 특정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줄어들어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스펙트럼은 2015년 말부터 롤론티스의 임상3상시험을 진행했는데, 최근 대조약 ‘뉴라스타’ 대비 비열등성의 1차 유효성 평가변수를 확인하고 오는 4분기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에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노피는 지난해 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3상시험에 돌입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의 당뇨치료제로 매일 투여하는 주사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한 바이오신약이다.

사노피는 최근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 4분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추가 임상3상시험 2건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 중 하나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기저 인슐린의 병용요법 연구다. 또 다른 임상 3상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제2형 당뇨병 치료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경구용 치료제 메트포르민(metformin) 병용 요법을 경쟁약물인 트루리시티(성분 dulaglutide)와 비교하는 임상 연구다. 사노피는 총 3건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결과를 토대로 2021년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이 예정된 지속형인슐린콤보는 올해 상반기 중 한미약품의 책임하에 글로벌 임상1상시험이 시작될 전망이다.

지속형인슐린콤보가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진입하면 사노피의 재인수 가능성도 높아진다. 현재로서는 지속형인슐린콤보의 임상1상 도중에 사노피에 인수되거나 임상1상시험 완료 이후 인수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물론 임상2상시험 이후 기술이 이전되거나 임상시험 경과에 따라 사노피가 지속형인슐린콤보의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얀센에 기술수출된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얀센 과제명 JNJ-64565111)는 지난해 9월 임상1상시험을 위한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당초 얀센은 JNJ-64565111의 기술을 넘겨받은 이후 추가 임상1상시험을 진행하다 016년 11월 임상시험용 의약품 공급이 차질이 생기자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이후 한미약품으로부터 임상용 의약품 공급을 확인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임상1상시험을 다시 시작했다.

아테넥스는 최근 ‘오락솔’의 유방암 대상 임상 3상 환자등록을 완료했다. 오락솔은 항암 주사제인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변경한 항암신약이다.

오락솔의 첫번째 3상 중간평가는 2017년 10월 90명 환자 대상으로 18주간 진행돼 완료된 상태로 이번에 두번째 중간평가를 진행하는 것이다. 아테넥스는 2018년 3분기 내 이 평가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제약사 자이랩이 중국 판권을 보유한 올무티닙의 경우 당초 자이랩이 독자적으로 임상1상시험을 진행키로 했지만 지난해 한미약품과 자이랩간의 협의 하에 글로벌 임상3상에 중국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임상시험 계획을 변경했다.중국 임상1·2상을 생략하고 임상3상을 진행하면서 전체 임상시험 기간은 단축될 것으로 한미약품 측은 전망했다.

한미약품 측은 일부 기술수출 과제의 개발이 중단됐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7개의 비만∙당뇨 바이오신약과 12개의 항암신약, 1개의 면역질환치료 신약, 3개의 희귀질환치료 혁신신약 등 총 25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36회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LAPSTriple Agonist’, 희귀질환 영역(선천성고인슐린증∙뮤코다당체침착증∙단장증후군) 바이오신약 3종,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중인 ‘FLT3 inhibitor’(HM43239) 등의 개발 로드맵을 소개한 바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약개발 중 실패 사례는 예상할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다”라면서 “개발 과정의 어려움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한민국 최초의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에 매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