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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콜옵션 행사..삼성·바이오젠 이후 행보는?
입력 2018-04-26 13:53 수정 2018-04-26 14:24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예고하면서 공동설립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앞으로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바이오젠이 수조원에 이를 시세차익을 실현할지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안정적 경영권 유지 방안, 콜옵션 행사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공개 가능성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24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수개월내에 콜옵션 행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콜옵션 행사의 이유에 대해서는 '지분 투자'라고 답했다. 콜옵션 행사 기간은 오는 6월까지로 알려졌다.
업계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 가치 상승에 따라 수조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그 권리를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어서다. 바이오젠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로서 자금 확보에 대한 문제도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2012년 합작 투자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당시 3300억원을 출자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805억원(85%), 바이오젠이 495억원(15%)을 투자했다. 다만 바이오의약품 경험이 풍부한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협력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50%-1주’까지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이후 투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수년에 걸친 유상증자에 지속 참여하면서 약 1조원을 투자했다. 반면 바이오젠은 2015년 한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60억원가량 투자하는데 그쳤다. 이런 결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은 94.61%까지 늘어난 반면 바이오젠은 5.39%까지 줄었다.
바이오젠은 이번 콜옵션 행사를 통해 단번에 ‘50%-1주’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초 계약 당시 콜옵션 행사 가격은 주당 5만원에 이자를 합한 수준으로 약 4000억~5000억원을 투입하면 지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장부가액은 약 5조원(지분율 94.61%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실제 가치는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오젠으로서는 수조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이후 어떤 행보를 취할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이후 수익 실현을 위한 대량 지분 매각이나 상장 요구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제외한 바 있다.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할 경우 이사회가 동수로 변경되며 중대한 재무 및 경영 의사결정에 있어 당사의 단독적인 의사결정이 불가해지고 주주의 합의가 필요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약 30%를 3조원 상당에 사들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공시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입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이오젠은 수익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