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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기대주 '오리니아' 루푸스신염 美 3상의 가능성

입력 2018-05-08 06:22 수정 2018-05-08 08:38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임상2상서 환자 70% 치료효과·스테로이드 사용 최소화..2·3상 유사한 프로토콜로 성공 가능성↑..2020년 제품화 목표

▲리차드 글릭만(Richard Glickman) 오리니아 CEO

일진그룹은 동복강선, 심리스 강관, 공업용 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면서 성공신화를 쓴 기술기반의 국내 부품소재기업이다. 서울대 공대를 나온 허진규 회장은 1968년 노량진 자택 앞마당에서 일진금속공업(현 일진전기)을 창업해 10여개의 계열사를 가진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이같이 성장한 일진그룹이 바이오·의료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1940년생인 허 회장은 2016년 서울대 바이오최고위자과정과 나노융합IP최고전략과정을 직접 수강할만큼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초음파 의료기기 개발사인 알피니언 메디칼 시스템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로부터 이전받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조기진단기술’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진에스앤티가 최대주주(15.9% 보유)로 있는 캐나다 바이오텍 오리니아 파마슈티컬(Aurinia Phamaceutical)이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인 오리니아는 2020년 제품화를 목표로 희귀난치성질환인 루푸스신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리차드 글릭만(Richard Glickman) 오리니아 CEO는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해 루푸스신염 임상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3상) 왔다"면서 "임상을 성공리에 마무리해 최초의 루푸스신염 신약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진그룹, 캐나다 오리니아 통해 루푸스신염 신약개발 도전

루푸스(Lupus)는 늑대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나온 말로 안면의 붉은 반점이 늑대에게 물린 자국과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정확한 명칭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ysthemic Lupus Erythmatosus : SLE)’로 면역계 이상으로 자가항체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신장, 중추신경계, 폐, 심장, 관절, 피부 등 자기 인체를 공격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중 루푸스가 신장으로 침투해 나타나는 질환이 루푸스 신염(Lupus Nephritis : LN)으로 전체 루푸스 환자의 60%가 루푸스 신염으로 전이된다. 루푸스 신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10년 내에 87%의 환자가 말기신부전 또는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에 이른다.

루푸스의 치료는 스테로이드제제나 면역억제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루푸스 신염의 경우 아직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유럽 의약품기구(EMA)의 승인을 받은 치료약이 없다. 면역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체내 면역기능을 떨어뜨림으로써 이식거부반응을 예방하는 약인 MMF(mycophenolate mofetil, 제품명 : 셀셉트)와 스테로이드제제를 병용투여하는 치료법이 많이 활용되지만 백내장, 고관절 질환 등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

오리니아는 보클로스포린(voclosporin)이라는 면역억제물질을 통해 루푸스신염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보클로스포린은 칼슘에 의해 흥분되는 세포내 신호전달물질 칼시뉴린(Calcineurin)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다. 칼시뉴린은 칼슘 자극에 의해 흥분되는 물질로 림프구활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증가시 만성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억제제로 사용되는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의 단일 아미노산 변형(modification)으로 만들어진 보클로스포린은 칼시뉴린을 억제함으로써 IL-2 발현을 억제하고 T세포 면역반응을 차단한다.

오리니아는 스테로이드제제+MMF에 보클로스포린을 병용하는 임상 2상을 통해 신약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리니아의 창업자인 리차드 글릭만은 과거 'Aspreva Pharmaceuticals'를 창업해 MMF를 개발한 바 있다. 다수의 루푸스(신염) 치료제 임상이 실패한 상황에서 오리니아의 보클로스포린은 퍼스트클래스 자리를 노리고 있다.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품목으로 지정받았다.

최근 이뮤파마(ImmuPharma)가 루푸졸(Lupuzor)을 통한 루푸스 임상 3상에 실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벨기에 생명공학기업 아블링스(Ablynx)의 보바릴리주맙(vobarilizumab)도 대한 루푸스 임상 2상에서 실패했다.

◇2상, 환자 70% 효과..스테로이드 사용량 1/10까지 줄여

오리니아의 보클로스포린은 루푸스신염 환자 26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2상은 스테로이드제제+MMF+위약군, 스테로이드제제+MMF(2g)+보클로스포린 저용량군(23.7mg), 스테로이드제제+MMF(2g)+보클로스포린 고용량군(39.5mg)으로 나눠 48주간 진행됐다.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 조건으로는 ▲단백질/크레아티닌 비율 <0.5mg/mg ▲eGFR(Glomerular filteration rate: 신 사구체여과율)>60ml/min/1.73m2 또는 eGFR>20% (베이스라인)에서 감소하지 않는 것을 확인 등이었다.

24주 뒤 완전관해 조건 충족 비율은 위약군 19%, 저용량군 33%, 고용량군 27%로 48주는 위약군 24%, 저용량군 49%, 고용량군 40%로 나타났다. 24주 뒤 부분관해 조건 충족 비율은 위약군 49%, 저용량군 70%, 고용량군 66%로 48주는 위약군 48%, 저용량군 68%, 고용량군 72%로 분석됐다. 보클로스포린 저용량 투여만으로도 환자의 70%가량이 치료효과를 봤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스테로이드제제 사용량을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매일 20~25mg의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여했지만 16주부터는 10분의 1 수준인 2.5mg까지 줄였지만 치료효과는 지속됐다.

글릭만 CEO는 "보클로스포린 저용량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으며 특별한 안전성 문제도 없었다"면서 "이를 통해 임상 3상 역시 성공한 2상 실험과 유사하게 설계해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3상의 경우 전세계 29개국 200여개 병원에서 환자 324명을 대상으로 52주까지 진행하며 위약군과 보클로스포린 저용량군을 비교한다. 회사측은 임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임상 사이트를 크게 늘렸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원주세브란스 등 7개 주요 병원이 임상에 참여한다. 오리니아는 올해 4분기 환자 등록 마무리, 2019년 임상 마무리, 2020년 신약 승인 등을 기대하고 있다.

임상 2상에 참여한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은 "보클로스포린을 처방한 새로운 치료법은 기존 치료법에 비해 효과가 좋은데다 스테로이드 사용을 최소화해 부작용이 적다"면서 "하루 2회 복용하는 경구용 치료제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루푸스신염 환자에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상용화까지 직접 추진..사구체 경화증·안구건조증 치료제도 개발"

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바람이 거세다. 빅파마들은 자체 연구 비중을 줄이는 대신 바이오텍이 가진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는 방식의 신약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보클로스포린이 상용화에 가까울수록 오리니아의 M&A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리차드 글릭만 CEO는 "오리니아가 빅파마들이 인수하기 좋은 규모와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최대한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해 실제 매출을 일으키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용화를 위한 준비 역시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리니아는 보클로스포린을 활용한 국소성 분절성 사구체 경화증(Focal Segmental Glomerulosclerosis, FSGS) 치료제와 안구건조증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두 파이프라인은 올해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글릭만 CEO는 "안구건조증 치료제의 경우 안과 치료제 개발에 노하우를 가진 회사와 협업하거나 파이프라인 매각을 통해 효율적인 개발이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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