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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의 투자노트]'기술특례 상장'이 가야할 길

입력 2018-05-24 15:18 수정 2018-05-24 16:39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비판적 시각 및 부실화 우려 불구 상폐기업 없어...But "전문평가기관 전담 및 평가비용 대폭 인상 검토, 결과에 대한 전문성 및 객관성 확보해야"

필자가 2000년 처음 투자업무를 시작한 코흘리개일 때, 담당하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IPO는 무엇의 약자인가요?”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IPO는 Initial Public Offering의 약자임을 다들 아시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IPO의 의미와 바이오벤처의 IPO 전략인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보자.

대부분의 바이오벤처는 창업이후 매출 발생까지의 기간이 일반적인 제조업 회사 대비 오래 걸린다는 점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매출 발생을 위해서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허가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시장의 유동성 공급에 따라 회사설립 초기부터 IPO 전 단계까지 원활한 자금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의 개인과 VC를 통한 사모 투자보다는 IPO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경우가 자금 모집 규모가 크고 기간이 짧게 걸린다는 측면에서 기업에게는 증권시장 상장이 매우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IPO의 목적으로는 자금 공급 이외에도 기업의 대외적인 신뢰도 향상 및 초기 투자를 진행한 주주에게 투자자금의 회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등 IPO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많다. 그러나 IPO는 기업이 추구하는 최종 목적지가 절대 아니며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사업목적 달성에 활용하는 중간 단계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IPO 조건은 회사 설립후 3년이상 경과, 자기자본 30억원 이상, ROE 10% 이상 또는 순이익 20억원 이상의 조건을 갖추었을 때이며 벤처기업의 경우는 일반 기업에 비해 다소 완화된 설립연수 제한 없음, 자기자본 15억원 이상, ROE 5% 이상 또는 순이익 10억원 이상의 조건을 갖추었을 때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하려면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하지만 기술특례제도를 통한 상장의 경우 재무적인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업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성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증권시장 상장이 가능하며 이와 같은 제도를 '기술특례상장'이라고 한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과 성장성이 뛰어난 유망 기업이 기술평가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기업이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성장 기반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절차는 먼저 기업의 상장 주관사가 전문평가 기관에 기술평가를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특례대상기업은 2개의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등급이 A등급 이상, BBB등급 이상을 받으면 통과하며 이후 회사의 양적, 질적 심사과정을 거치고 기술 전문가 회의와 상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인 심사 결과가 확정된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실시된 이후 연도별 상장한 기업은 아래의 표와 같다. 표를 보면2005년 제도가 시행된 이후 2010년까지는 제도가 거의 유명무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2015년 이후부터는 제도를 이용하여 많은 기업이 상장하였다. 기술특례상장을 이용한 바이오벤처 상장기업수의 증가에 따라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창업하는 기업의 수도 증가하며 2016년도에는 약 400개에 육박하는 바이오벤처 기업이 창업함으로써 제2의 창업 열풍이 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몇가지 측면에서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기술평가를 시행하는 전문평가기관의 전문성이 문제되고 있다. 현재 전문평가기관으로 지정된 기관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을 제외한 기관은 산업적인 전문성이 높지 않은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라 할지라도 내부에 객관적인 기술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또한 거래소는 상장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기술평가 비용을 매우 낮게 책정하고 있는데 기업의 재무적인 부담을 줄일 수는 있겠으나 '이 낮은 비용으로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기업의 기술성 평가를 객관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기술성 평가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술평가를 특정 기관에 전담시키고 기술평가 비용을 대폭 인상하여 기술평가를 받는 기업이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술평가 결과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반상장과 마찬가지로 기술성 평가를 통한 상장의 경우에도 최종 심의는 거래소의 '상장위원회'에서 최종적인 상장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바이오벤처의 경우 상장한지 10년이 넘은 기업이 현재까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많은 상태에서 바이오벤처의 사업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더 많은 바이오벤처가 상장될 때 상장기업의 전체적인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는 다른 시각에서 상장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시행된 이후 상장한 기업의 상장 폐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2005년 이후 상장된 기술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상장 폐지된 기업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시장에 상장된 바이오벤처 기업의 사업성이 높아서 현재까지 상장 폐지된 기업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필자는 이 결과는 시장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지식기반 미래성장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꼽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투자자들도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시장의 수요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응하는 상장 기업의 공급은 매우 제한적이다 보니 상장사의 경우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로 지속적인 자금 공급이 가능했다고 본다. 시장은 경쟁력 있는 기업은 성장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빠른 속도로 솎아내야 시장에 대한 신뢰도 향상과 함께 투자자 유치가 가능하다. 현재의 상장 바이오벤처는 완전 시장 경쟁체제에 있지 않으며 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투자한 기업의 사업성을 철저하게 분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바이오벤처에 투자해야 하는 헬스케어 전문 펀드의 경우 일정비중 이상의 바이오벤처 투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평가 시스템을 완비하고, 사업성 기준을 통과한 기업을 다수 상장시킴으로써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이를 통해 경쟁 우위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빠르게 시장에서 퇴출됨으로써 시장이 좀더 효율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기술력과 사업성을 보유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선별함으로써 바이오벤처 전체의 기업가치 하락과 같은 시장의 급속한 변화를 막을 수 있고 시장은 투자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사업모델의 예로든 제넨텍, 길리어드 등의 해외 기업의 경우 창업 이후 짧게는 3년, 늦어도 5년 정도의 기간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경우는 바이오니아 13년, 인포피아, 디엔에이링크, 엑세스바이오 11년, 씨젠, 제넥신 10년, 바이로메드, 오스코텍, 진매트릭스, 메디톡스, 코오롱생명과학 9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7년 등 상장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8.3년이라는 자료가 있다(자료: STEPI 바이오 벤처 DB). 창업 이후 상장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면 기업의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유치를 통해 창업주의 지분은 더 많이 희석된다. 물론 해외의 경우 창업자 지분율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미국의 경우 창업자의 지분율이 상장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크지 않다. 그러나 국내시장 상장을 위해서는 아직까지도 창업자의 지분율 또는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많은 기업들이 규모 있는 사업자금이 필요할 때 상장하여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객관화된 상장 평가 시스템과 제도를 구축하여 투자자로부터 신뢰받는 시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