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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젠·서울大, 폐암 면역항암제 新바이오마커 발굴

입력 2018-05-23 13:22 수정 2018-05-23 13:51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마크로젠·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공동연구.."M2 대식세포 활성화되면 면역항암제 효과↑"

국내 유전체기업 마크로젠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폐암 면역항암제에 적합한 환자군을 찾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 유전체 변이와 유전자 발현을 조사해 암 세포의 증식을 활성화하는 'M2 대식세포(M2 Macrophage)'를 찾은 것이다. 연구팀은 새로운 마커가 면역항암제 PD-L1 마커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3일 마크로젠에 따르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밀의학센터(소장 서정선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병원(흉부외과 김영태 교수), 마크로젠(신종연 수석연구원) 공동연구팀은 ‘NGS 유전체 분석법’을 통해 암세포 주변 종양미세환경의 면역 신호를 읽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폐 편평상피세포암 면역항암제에 효과적인 환자군을 선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암연구협회(AACR)의 국제학술지 ‘암 면역학 연구(Cancer Immunology Research, 영향력 지수 IF 8.284)’ 인터넷판에 5월 2일자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한국인 폐암 환자 101명의 폐 편평상피세포암 조직에서 DNA와 RNA를 추출해 NGS기술로 분석한 뒤 유전체 변이와 유전자 발현량 패턴을 조사했다. 101명의 환자 중 82명(81%, A그룹: 면역저하그룹)은 기존에 알려진 암 환자군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으나, 나머지 19명(19%, B그룹: 면역항진그룹)은 오히려 정상인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A그룹은 정상인에 비해 유전자 변이가 많은 반면 B그룹은 유전자 변이가 많지 않았으며 면역에 관련된 유전자들만이 과발현된 상태였다.

연구팀은 B그룹의 과발현된 유전자들이 어떤 면역과 관련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기존에 알려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면역 세포를 역추적했다. 그 결과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M2 대식세포(M2 macrophage, 백혈구의 일종인 면역세포이나 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사이토카인을 생성)가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암세포 유전체 복제수 변이(SCNA, Somatic copy-number alteration)로 인해 대식세포가 면역세포로서의 기능을 잃고 암세포 주변에 모여 종양미세환경(TME, tumor microenvironment)을 형성한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런 환경에 노출된 환자군에게 면역항암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혔다. 이를 토대로 면역항암제에 효과적인 환자군을 간단히 선별할 수 있는 진단검사법을 고안해냈다.

▲한국인 101 명의 폐 편평상피세포암 조직에서 PD-L1과 같은 여러 면역관문 바이오마커들의 RNA 발현량을 확인한 결과, 면역에 따라서 그룹화된 A와 B 사이에 통계적으로 면역관문 유전자 발현량에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확했다. 또한, 암 유전체 지도(TCGA, The Cancer Genome Atlas)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431명의 폐 편평상피세포암 환자에서도 이와 같은 패턴이 있음을 입증해 면역항암제에 효용성이 높은 환자군을 식별하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마크로젠 제공.

면역항암제의 경우 치료효과는 좋지만 효과를 보는 환자층이 제한적이어서 바이오마커 발굴이 중요한 이슈였다. 지금까지 면역항암제의 유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최선의 바이오마커로 알려진 것은 ‘PD-L1 발현율’이다. 발현율이 높을수록 치료 효과가 높다 본다. 하지만 발현율이 낮아도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치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번에 고안한 새로운 진단검사법은 이러한 PD-L1 발현율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PD-L1 발현율은 암세포 자체의 단백질을 토대로 면역 오류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암세포 주변의 면역 환경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NGS 유전체 분석법은 암세포 주변 종양미세환경의 영향을 받아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면역 오류를 면역세포 자체의 유전자 발현량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밀의학센터의 서정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 제시된 대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고안된 NGS 유전체 분석법은 기존 PD-L1 발현율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바이오마커로서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환자의 부작용과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의료 혜택에서 제외된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굴한 바이오마커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또한, 후속 연구를 통해 NGS 기반 유전체 분석법이 폐 선암과 전암(pan-cancer)에서도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연구할 예정이다. 나아가 이들 유전자 면역 정보를 이용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