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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오랩, 혈관신생 억제 '멀티타깃 천연물신약' 도전

입력 2018-07-17 14:02 수정 2018-07-19 09:49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황반변성 신약' 임상2상 진입.."임상 프로토콜 정교화해 성공가능성 높혀"..항체 치료제 新파이프라인 탑재

국내 신약개발기업 안지오랩의 시계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핵심파이프라인인 혈관신생 억제 기전 경구용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가 드디어 임상 2상에 돌입하게 된 것.

"임상시험용 의약품 공급 문제로 임상시험 돌입이 다소 늦어졌습니다. 그사이 CI (Coordinating Investigator, 임상시험조정자)가 바뀌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두 해결됐고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김민영 안지오랩 대표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1999년 문을 연 뒤 올해로 19주년을 맞은 안지오랩의 창업자 김 대표의 혈관신생 억제제 신약개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임상시험용 의약품 공급지연 '해소'..임상프로토콜 재설계

2016년 안지오랩은 습성 황반변성 신약후보물질 'ALS-L1023'의 국내 임상 2상 허가를 받고 각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위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환자 투약에 돌입하는 일정이었다.

그해 중국에서 가짜 은행잎 추출물 파동이 일어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사건에 연루된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일거리가 소수 기업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안지오랩의 의약품위탁생산업체였던 중국 기업도 폭주하는 일거리에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 불가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임상시험용 의약품 제조처를 국내 기업으로 옮기고 관련 서류를 규제기관에 제출하고 검증하는 작업 등으로 1년여의 시간이 더 소요됐습니다. 현재는 국내와 중국에 각각 1군데씩의 공장을 확보했으며, 현재는 임상시험 진행에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임상시험 진입이 늦어지면서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임상시험을 총괄하는 CI가 바뀐 것이다. 하지만 CI 교체로 오히려 임상 포로토콜을 정교하게 다듬는 기회가 됐다.

황반변성의 하위 유형인 결절맥락막혈관병증(polypoidal choroidal vasculopathy, PCV)은 주로 동양인, 아시아인, 한국인에 많다. 혈관내피 성장인자(VEGF) 억제 기전의 치료제가 잘 안 듣는 환자 유형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안지오랩은 새로운 CI와 협의하면서 사전 스크리닝을 통해 PCV 환자를 3개의 군(위약군, 용량1, 용량2)에 층화 배분해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프로토콜을 설계했다.

김 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면 전화위복이라 생각한다. 결국 임상 2상 변경에 대한 최종 승인을 지난 1월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얻었다"면서 "2상 임상기관을 4개에서 12개(126명 대상)로 늘려 임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RB가 진행 중으로 승인 완료되면 모든 임상기관에서 피험자 모집이 시작될 예정이다.

◇혈관신생 억제 멀티타깃 천연물의 가능성은?

안지오랩은 1999년 문을 연 역사가 결코 짧지 않은 기업이다. 한일합섬그룹 계열 생명공학연구소인 한효과학기술원에서 1991년부터 혈관신생 프로젝트를 진행한 김 대표는 IMF 사태로 연구소가 문을 닫자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창업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당시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혈관신생 억제제가 약으로 승인받은 사례가 없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2004년 제넨텍이 개발한 아바스틴이 혈관신생을 억제하는 항암제로 처음 승인을 받으면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안지오랩의 관심은 역시 혈관신생 억제다. 혈관신생이란 기존의 미세혈관으로부터 새로운 모세혈관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상처가 치유될 때와 여성의 생리주기 때 잠시 일어나는 혈관신생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이와 다르게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한 혈관신생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다양한 질환과 관련이 있다. 암의 성장과 전이, 복부비만, 안과 질환, 건선, 관절염 등 다양한 질환과 관련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은 신생혈관이 망막까지 침범해 실명에 이르게 하는 황반변성(습성)이다.

안지오랩의 황반변성 신약 후보물질 ALS-L1023은 혈관신생을 억제하는 천연물 의약품이다. 안지오랩은 ALS-L1023을 황반변성 동물모델인 맥락막 신생혈관(CNV) 동물모델에서 경구투여로 효과를 확인한 결과, CNV의 두께, 면적, 누출이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하는 것과 ALS-L1023 경구 투여후 맥락막-공막 및 망막에서 VEGF, MMP-2, MMP-9의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활성산소 억제, APRE-19 세포 보호, 세포사멸 억제 등을 통한 망막색소 상피세포 보호효과도 확인했다.

기존에 눈에 직접 주사하는 고가의 항체 치료제가 가지는 환자 부담 등을 고려해 경구용 의약품을 택했다. 김 대표는 "혈관신생 억제제의 경우 대부분 난치성 질환치료제로 환자에게 오래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만큼 안전성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 혈관신생억제 항체치료제인 루센티스 등은 눈에 직접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65세 발병 후 15년간 약을 투여하게 된다면 적어도 90회 이상을 안구에 지속적으로 주사해야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점도 주목해야 한다. ALS-L1023의 경우 경구로 투여하는 데다 VEGF를 비롯해 기질금속단백질 분해효소(MMP), 섬유세포 성장인자(bFGF), 혈소판유래생장인자(PDGF) 등을 멀티 타깃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염증과 관련한 산화질소(NO), IL-6 등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가지고 있다. 습성 황반변성 환자 중에는 기존의 VEGF 억제 치료제에 반응을 하지 않거나 계속 투여할 경우 시력 개선이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혈관신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멀티타깃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루센티스가 2006년 승인받은 이후 지난 10년간 루센티스를 계속 투여 받은 환자의 시력은 더 나빠졌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결국 루센티스의 타깃인 VEGF만 억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면서 "혈관신생을 촉진하는 멀티타깃 인자들의 억제를 통해 황반변성 치료에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기존 치료제와 병행치료제로 사용하면 안내 주사 투여횟수를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부비만치료제 등 적응증 확장..항체 치료제 개발도 도전

안지오랩은 혈관신생 억제 기전으로 복부비만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지방조직이 커지려면 암조직처럼 혈관신생이 필요하며 특히 복부지방 중 내장지방은 빨리 커지는 지방으로 혈관신생을 억제하면 내장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장지방은 대사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운동으로 줄이기 어려운 지방이다.

김 대표는 "기존 비만 치료제는 체중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식욕억제제의 경우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각종 부작용 우려가 있다"면서 "복부비만을 치료하는 새로운 의약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임상 2상을 완료해 내장지방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현재 3상 진입 시기를 전략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안지오랩은 치주인대 및 치조골을 구성하는 결합물질을 파괴하는 MMP -1, -8, -9, -13을 억제하는 치주질환 치료제, VEGF와 MMP를 억제하는 기전의 삼출성 중이염 치료제, 건선치료제 등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혈관신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VEGF 및 새로운 타깃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 개발에도 도전한다. 이를 위해 인간항체 라이브러리를 구축했으며 동물세포 발현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의 VEGF만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와 달리 새로운 혈관신생 촉진 단백질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라면서 "후발주자이지만 기존의 항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인 환자에게 단독 또는 병용 투여하는 전략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연구하던 걸 마무리하고 싶어서 창업한 것이 19년이 흘렀다"면서 "혈관신생 억제제가 적용이 가능한 여러 질환의 환자들이 혜택 받을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 최대한 빨리 상용화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