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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 교수가 알려주는 '과학자가 되는 방법'

입력 2018-08-27 11:59 수정 2018-08-27 11:59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진로가이드북 '과학자가 되는 방법' 25일 출간기념 강연...과학자를 꿈꾸는 학생, 과학자가 되기 위해 훈련중인 학생, 현업 과학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많은 학생들이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 퀴리부인 전기를 읽고 위대한 과학자를 꿈꾼다. 그러나 과학자의 길에 발을 들인 모두가 ‘스타 과학자’ 또는 ‘직업 과학자(교수, 연구원)’가 될 수는 없는 법. 과학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진입한 학생들 조차 어떻게 과학자가 될 수 있는지, 과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남궁석 충북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로서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 과학자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인 사람, 현업 과학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책 ‘과학자가 되는 방법(이김)’을 출판했다. 그는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에서 열린 ‘과학자가 되는 방법 출판 기념회’ 강연에서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과학자가 되는데 필요한 여러 과정과 노하우를 가감 없이 소개했다.

남궁 교수는 “흔히 생각하는 ‘과학연구’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문제를 도출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가설을 입증하며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며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과학 문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가설을 정립하고, 기대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지만 지속적인 실패와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과학연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 관문은 대학원 진학이다. 과학연구 과정을 훈련하기 위해서다. 남궁 교수는 먼저 대학원 입학시 고려해야할 핵심 선택요소로 ‘전공’과 ‘지도교수’를 꼽았다. 그는 “취업을 할지, 연구를 계속할지 본인의 미래 진로계획이 중요하다. 취업이 목표라면 전공에 따라 진출 범위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도교수에 따라 연구실 분위기가 달라지므로 학부시절 미리 인턴경험으로 체험하거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학원 입학 후,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박사진학 여부다. 그는 “학생들은 박사진학을 통해 연구를 계속할지 말지 고민하는데,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은 큰 차이가 있다. 목표, 졸업 필수요건, 학위 취득기간, 졸업 후 진출분야 등 모든 부분에서 엄격히 구분된다”면서 “석사과정이 연구를 위한 기본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기간이라면, 박사과정은 본격적인 과학 연구를 훈련하는 단계다. 본인의 진로방향, 환경에 따른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박사 졸업 후에는 어떨까? 더 치열한 과정이 펼쳐진다. 일반적으로 수많은 자연과학계 대학원생은 직업과학자(교수, 연구원)가 되기 위해 박사학위 취득 후, 박사후 과정을 거친다. 박사후 과정은 독립연구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연구역량을 증대시키는 기간으로 과학자의 최고 ‘리즈시절‘이라고도 일컫는다. 가능한 최고의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야하는 이유다.

▲남궁석 충북대 교수가 25일 ‘[과학자가 되는 방법] 출판 기념회’에서 강연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박사후과정 수련 후 ‘직업 과학자’로 성공하는 수는 얼마나 될까? 남궁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기준으로 박사후과정 연구원으로 재직하는 수는 3만7000~6만8000명이다. 그 중 6년 내 정규직 교수로 자리잡는 비율은 단 15%(약 2만9000명) 뿐이다. 나머지는 학교에서 비정규직 연구자(2만5000명), 산업계 연구자(2만4000명), 정부연구소 연구자(7000명), 과학무관 일(1만7000명)에서 종사한다.

남궁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 입학 후 교수가 되길 꿈꾸지만 그것은 일종의 ‘대안 경로’다. 즉 공대 나와서 화가나 뮤지션이 되는 경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미국 생물학 박사과정 중 단 8%만이 교수가 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진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남궁 교수는 “최근에는 교수, 연구책임자 외에도 다양한 진로옵션이 있다. 사업개발, 마케팅, 기업연구원, 과학저널리스트, 공무원, 벤처캐피탈리스트 등이다”면서 “특히 산업계연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전공 선택시 이전 가능한 기술(Transferable Skill)을 찾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왜 과학자는 계속 과학 연구를 하는 걸까? 그는 “과학은 세상에 아무도 모르는 지식을 자신이 맨 처음 '발견(발명)'하는 쾌감이 있다.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는 쾌감도 마찬가지다. 이 경험은 마치 마약과 같아서 한번 경험해 본 사람은 쉽게 기억을 잊지 못한다”면서 “과학은 '덕질'의 한 종류다. 과학의 재미를 느끼다보면 가끔 기대하지 않았던 기술적 혁신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한국 과학계에 과학을 진정 즐기는 사람들이 '덕업일치'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한편 남궁석 교수는 'Secret Lab of a Mad Scientist'의 블로그, 페이스북을 통해 크리스퍼 기술, 줄기세포, 유전공학 등 새로운 학계 뉴스를 포함해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동료 생명과학자와 함께 팟캐스트 ‘오마매의 바이오톡’도 진행중이다. 과학자의 과학지식 교류의 혁신에 관심이 많으며 그 일환으로 수평적인 과학 토론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대안학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다. 그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구조생물학을 공부하고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와 액틴세포골격(Actin Cytoskeleton)이 난자의 성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