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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프로바이오틱스 논란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

입력 2018-10-08 13:48 수정 2018-10-08 13:48

김병용 천랩 연구소장

전세계 50조 시장으로 성장, 효능 부족·부작용 보고도 증가.."학계, 업계, 소비자, 정부간 지속적이고 유연한 소통 필요..철저한 과학적 평가와 검증 바탕"

▲김병용 천랩 연구소장.

110년 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메치니코프(Elie Metchnikoff) 박사가 유산균 섭취를 수명 연장의 비결로 소개한 이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연구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으며 의학과 산업분야에서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살아있는 형태로 적정량을 섭취했을 때 체내 건강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라고 정의하였다. 수많은 연구개발의 성과로 현재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요거트, 치즈, 김치 등의 식품은 물론, 건강보조제, 의약품, 화장품의 형태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내 환경을 변화시키는 조절제로서의 기능에 대해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는 소화 촉진은 물론, 과민성 대장증후군(IBS), 염증성 장질환 (IBD) 등 여러 질환의 개선에 도움을 주고 감염성 질환이나 유해세균의 억제 기능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증진시켜 아토피, 류마티스 같은 면역질환에도 효능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전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한 해 390만 명의 성인들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섭취하고 있고, 전체 의사의 60%가 처방에 활용하고 있다. 2017년 전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대략 50조원 정도로 추산되며, 국내만 해도 지난해 이미 2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임상적 효능이 확실치 않다는 연구들도 종종 보고되고 있으며, 심지어 부작용에 대한 연구들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식품안전청(EFSA)에서는 질병 치료에 대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임상적 근거들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대해 질병의 예방과 치료 효능을 표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 보충제로만 허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임상적 효능을 정장작용과 배변활동 촉진으로 제한하고 있고 고시된 19종에 한해서만 건강기능식품의 형태로 판매가 가능하다. 고시형 19종 이외의 미생물 종을 제품에 활용하거나 특별한 임상적 효능을 표기하기 위해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쳐 개별인정형 제품으로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달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셀(Cell)’은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두 편의 연구논문을 게재하였다. 첫 번째 연구에서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진은 19명의 건강한 연구참여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프로바이오틱스의 유효성을 평가하였다. 14명에게는 11종으로 구성된 프로바이오틱스 상용 제품을, 5명에게는 위약 (placebo)을 4주간 매일 섭취하게 하였다. 전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섭취 전과 중간, 섭취 후 한달 간 대변검사,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으로 프로바이오틱스 균의 장내 정착능을 확인하였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과 인체 숙주 전사체(RNA-Seq) 분석을 통해 유전자 활성을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절반의 참여자에서만 프로바이오틱스 균주가 장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였고, 마이크로바이옴과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발생하였다. 나머지 절반은 위약 그룹과 비슷하게 섭취 전과 후의 차이가 없었다. 이것은 상용 프로바이오틱스 균이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장 내에 잘 정착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두번째 연구에서는 21명의 건강인을 대상으로 항생제 처방과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주는 마이크로바이옴 변화를 관찰하였다. 전체 참여자가 항생제를 1주일 복용 한 후에 세 그룹으로 나누어 추가적인 실험을 하였다. 8명은 첫번 째 연구와 동일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4주간 복용하였다. 6명은 항생제 복용전의 자기 대변을 채취하여, 복용 후 자가 장내미생물총이식(auto-FMT) 시술을 받았다. 나머지 7명은 별도의 조치를 받지 않고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상태로 두었다. 분석결과, 장내미생물총이식(FMT) 시술을 받은 그룹이 가장 빠르게 항생제 복용전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그룹이 가장 늦게 회복되었다. 항생제 영향으로 파괴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회복을 프로바이오틱스가 오히려 늦추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연구논문이 발표되자, 영국 BBC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이 없다(Probiotics labeled quite useless)’ 는 기사를 신속히 보도하였다. ‘가디언’, ‘뉴스위크’ 등 주요 매체들도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사를 비중 있게 소개하였다. 국내 언론들도 외신 기사들을 인용하여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부작용 관련 기사를 보도하였다. 이에 반해 국제 프로바이오틱스협회(ISAPP), 미국소화기협회(AGA) 등은 이 논문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하였다. 미국의 식품영양 전문 뉴스 매체인 Nutraingredients-usa는 이를 근거로 BBC에 대한 반론 기사(No BBC, probiotics are not quite useless)를 게재하였다.

문제점으로 지목된 근거들은 나름 합리적이다. 상용화된 제품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기존 연구에서 수 차례 보고된 사실이라는 점.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단순히 장내 정착능으로만 평가할 수 없으며 일시적 정착으로도 효능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연구에 사용된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11종의 프로바이오틱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종명(species name)과 전체 함량(250억 마리)만 제시되었을 뿐, 구체적인 균주명 (strain name)과 균주별 함량은 없다는 점. 이스라엘 업체가 생산하는 이 제품(Bio-25)는 IBS와 IBD에 대한 완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임상 연구가 없으며, 이번 연구에서도 이 효능은 검증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였다. 항생제 처방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시하였다. 처방용량(ciprofloxacin 500 mg, metronidazole 500mg, 7일)이 과하여 임상적 처방으로 적절치 않고 프로바이오틱스를 동시 복용이 아닌 순차적으로 복용하여 일반적인 의료 행위와 달랐던 점. 실제 환자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의 원상태와 회복이 정상인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유사하게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점. 연구에 참여한 사람이 고작 20~30여 명 정도로 소수이며 기간도 1~2개월에 불과하여 임상적 효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지적하였다.

사실, 이번 연구 논문을 출판한 이스라엘 연구진은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보다는 이 연구팀의 오랜 연구 주제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개인 맞춤형 영양과 건강 개선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미 이와 관련된 여러 편의 우수 연구논문을 출판한 바도 있다. 2015년에는 ‘DayTwo’ 라는 벤처회사도 설립하여 최근까지 1700만 달러의 투자도 유치하였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검사하여 개인 맞춤형 식단을 추천함으로써 혈당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비스 중이다. 나아가 다양한 질병의 진단과 관리 서비스로 확대하려고 한다. 이번에도 연구진은 개인별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와 약물의 영향을 비교하여 맞춤형 처방과 복용의 필요성을 규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연구 책임자들은 여러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일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맨 처음 그들이 원했던 연구의 목적과 달리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과 부작용 논쟁으로 번진 것이다.

이번 논쟁과 무관하게 이미 국내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커져 있었다. 지난 5월에는 50대 주부가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는데 잘못된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원인으로 추정되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2009~2017년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신고센터에 접수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건 수가 652건이 넘고 있으며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정부의 대응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포함한 기능성 원료 9종을 대상으로 상시적 재평가를 실시하여 기존의 인정사항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로바이오틱스의 경우, 상용 제품 일부에 들어 있는 엔테로코커스(Enterococcus) 속(genous) 균주들에 대한 안전성 기준을 강화시켜 최근에 고시하였다. 이들 균주들이 항생제 내성 유전자나 독성 유전자를 많이 가진 것으로 보고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품 내에 해당 균주를 사용할 경우 고시된 해당 유전자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에 대한 실험데이터와 게놈분석 데이터를 증거자료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제품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 종(species)의 존재를 최신 연구기법인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기법 (NGS)으로 분석하여 증빙자료로 제출할 것을 의무화 하였다. 앞으로도 제품 규격과 기준들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의 대응은 국민 보건과 안전을 위해서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점점 치열해지는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순기능의 역할도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빠르게 변하는 학문과 기술의 발전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가 여전히 미흡하거나 불필요한 점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학계, 산업계, 소비자, 정부가 지속적이고 유연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그 바탕에는 철저한 과학적 평가와 검증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효능과 부작용 논란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한층 높이고, 관련 연구와 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1. Personalized Gut Mucosal Colonization Resistance to Empiric Probiotics Is Associated with Unique Host and Microbiome Features. Cell, 2018; 174 (6): 1388

2. Post-Antibiotic Gut Mucosal Microbiome Reconstitution Is Impaired by Probiotics and Improved by Autologous FMT. Cell, 2018; 174 (6): 1406

3. International Group of Probiotic Scientists Weighs in on Flawed Conclusions From New Scientific Papers (https://isappscience.org)

4. AGA’s Interpretation of the Latest Probiotics Research (https://www.gastro.org/)

5. Probiotic Safety — No Guarantees. JAMA Intern Med. Published online September 17, 2018.

6.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 개정고시

(https://mfds.go.kr/brd/m_207/view.do?seq=14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