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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면역항암제 반려견 종양모델, 눈여겨 보는 이유

입력 2018-11-21 14:38 수정 2018-11-21 14:38

손우찬 서울아산병원 교수

'日 면역항암치료 동물병원 다녀와서'...자연발생 종양 반려견 이용한 면역항암제의 평가

▲(사진) 후지모리 원장(좌)과 손우찬 교수(우), 사진 속의 환견은 피부에 흑색종과 선암종이 병발하였으나 가모가와 동물병원에서 면역치료를 받으며 2년간 생존하고 있다.

유난히도 분주한 11월, 바쁜 일상을 제쳐 두고 일본 교토까지 온 이유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 개발, 그 중에서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반려견의 자연발생 종양 케이스를 이용해 보고 싶어서였다. 첨단 의약품(Advanced therapy)은 오늘날 신약개발의 큰 흐름이며, 그 중에서도 면역항암제(IO, Immuno-oncology)의 개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독성 평가방법들은 대부분 저분자 화합물의 평가에 준하여 개발된 것들이다. 표적 치료제를 거쳐 단클론성 항체 의약품의 개발로 항암제 등의 신약개발 방향이 바뀌어갈 때, 사람에서의 독성을 예측하는 데에는 원숭이가 주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원숭이는 많은 항체 의약품이 표적하는 항원을 사람과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면역항암제 평가, 기존 쥐 모델이 가지는 한계 있어

그러나 면역 항암제라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동물모델의 유용성은 매우 궁색하게 되었다. 더욱 복잡한 개념의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독성의 이슈는 심각하게 대두되는데 반하여 이들의 독성을 비임상 단계에서 평가할 수 있는 동물모델이 존재하지 않거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밖에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예를 들어서 최근 극적인 종양 관해 효과에 주목받고 있는 CAR-T (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s)의 경우, 신경독성, 사이토카인 유도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이를 사전에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각개의 면역 항암제는 효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병합요법(combination therapy)을 통해 효력을 배가시키는 전략이 대안이라고 하지만, 효력이 증가할수록 독성의 이슈도 같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는 모델을 통하여 효과가 확보되며 독성은 최소화하는 가장 이상적인 조합을 찾아내고, 적절한 투여 용량을 정하여 이들 정보를 근거로 임상 시험을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면역항암제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된 것이 바로 자연발생 종양 반려견을 이용한 효능 및 부작용의 평가이다.

종양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수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종양이 발생하게 된다. 항암제 개발에는 주로 사람 종양 세포주 등을 이용한 이종이식(xenograft) 또는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PDX (patient-derived xenograft) 모델이 동물 모델로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들 역시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고 이를 개선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이종이식 모델은 성장 또는 퇴축하는 종양의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면역결핍 마우스 피부에 종양세포를 이식하여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평가하고자 하는 종양이 피부 종양이 아닌 경우에 그 관련성이 많이 떨어진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동소이식(orthotopic) 모델이 고안되기도 하였다. 또한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 종양의 미세 환경을 생체 내에서 재현하기 위하여 면역 결핍 마우스에 환자 유래 종양을 주입하는 PDX가 개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모델들은 종양을 이식받는 마우스 자체가 면역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체계와 종양세포가 복잡한 상관관계를 이루는 실제 종양을 반영하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저분자 화합물질의 항암 효력을 평가하는 경우에도 면역결핍 마우스 모델에서 효력을 보인 약물이 정작 임상에서는 효력이 나타나지 않아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많았다. 더욱이 항암 효과를 지닌 면역 증강의 원리를 적용하는 면역 항암제의 개발에 면역결핍 마우스 모델로 약효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면역 항암제 평가에 널리 사용되는 동계(syngeneic) 이식 마우스 모델도 면역학적인 관점에서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인위적으로 이식한 종양이라는 단점이 늘 언급되고 있다. 따라서 항암제의 약효 및 독성을 평가할 때 자연적으로 발생한 종양을 가진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이러한 동물 모델의 한계점들을 극복하는 적합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항암제 모델로서 종양 반려견, 장점과 고려해야할 점은

개는 보통 사람 나이로 50-60대에 해당되는 10살이 넘으면서 다양한 종양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가장 흔한 종양은 림프종이고, 암컷의 경우 유선종양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반려견에 종양이 발생하면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하게 되는데, 자연발생 종양 환견을 이용한 연구는 신약을 이들 환견(tumor-bearing dog)에 적용하여 새로운 개념의 신약의 효능과 독성을 동시에 평가하고 연구하는 분야를 비교 종양학(comparative oncology)라고 한다.

비교 종양학을 이용하여 좋은 점을 몇가지 들어본다면, 우선 사람을 대상을 하는 임상연구를 단시간에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의 수명은 사람의 1/10 정도로, 수명에 비례하여 종양의 진행도 매우 빠르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종양의 반응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의 임상 시험에서는 주 대상이 표준치료에 실패한 환자로 할 수밖에 없지만 개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제한점이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경우 생검이나 사망 후 부검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반면에 개의 경우에는 이러한 귀중한 검체들을 보다 수월하게 얻을 수 있다. 치료의 효과나 부작용의 정보를 얻을 때 가장 우선되는 항목은 종양의 크기와 사망률이 되겠지만 임상시험을 포함한 신약개발의 복잡다단한 연구과정에서는 각종 바이오마커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때 검체를 확보하여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 된다.

반려견의 자연발생 종양이 사람의 종양학 연구에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식되어 시도가 된 바 있지만 신약개발의 흐름, 수의 임상 기술의 발달, 그리고 개의 유전체 정보의 규명 등의 핵심적인 변화로 그 가치를 더욱이 인정받게 되었다. 개의 유전체학 정보가 발표되면서 표적치료제의 개발에 이런 개념의 모델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고, 수의 임상기술의 발달로 로컬 동물병원에서도 CT 등의 이미징 장비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 임상에 사용되는 각종 진단기술들이 수의 임상에서 발빠르게 증명되어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임상 시험에서 사용되는 고형암반응평가 기준(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rs, RECIST)을 개에서도 이용하는 방법으로 보다 더 정교하게 종양 치료 반응 성적을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모든 변화들에 힘입어 반려견을 이용한 종양학 연구가 수월해지는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 미국 등지에서는 많은 수의 반려견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학문적으로는 이런 성과들을 발표할 수 있는 전문 학술지를 통하여 관련분야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물론 반려견을 이용한 신약(항암제) 평가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주된 요점은 개에서의 임상시험 결과를 사람 면역 항암제 개발에 과연 어떻게, 어디까지 전환(translation)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설치류가 사람과 많이 달라서 동물 모델의 한계점이 되었던 것처럼, 개에서의 결과도 사람에게 적용할 때에는 적절한 변환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서 사람에서는 tamoxifen이 최초의 표적 치료제 개념으로 나름의 치료 효과를 발휘하였지만 개의 유선암에서는 심각한 독성이 있어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Rituximab도 개에서는 효력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BRAF 저해제는 개에서는 방광암에 특별한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BRAF가 개에서는 방광에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개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종양인 비만세포종에 c-KIT가 많이 분포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c-KIT 억제제가 이 종양의 치료제로 개발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면역 종양 치료제의 평가에 반려견을 이용하려면 개의 면역체계과 사람의 면역체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개에서의 면역에 대한 연구보고가 많이 축적되어 있지만 사람과 다른 점에 대해서 확실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또한 개의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도 사람과 유사하지만 꼭 같지 만은 않다. 예를 들어, 개의 유선종양의 형태학적 특징 그리고 면역세포의 분포와 생존률 간의 상관관계가 밝혀져 있지만 사람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람의 유방암과 개의 유선암을 비교할 때, 사람에서의 삼중음성 유방암의 개념이 개에서도 있지만 그 특징과 예후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동물에서의 결과를 변환하는데 있어 더욱 더 신중한 숙고가 요구된다. 반려견의 경우 유전체 정보가 밝혀져 있고, 각종 지표에 따른 임상적 예후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보다 수월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 개념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발생가능한 모든 부작용을 철저히 고려하여 엄격히 관리된 시험조건 상태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마치 사람의 임상시험을 하는 것처럼 모든 독성 문제를 검토하고, 사람 임상 시험의 임상시험 윤리(IRB)에 준하는 정도의 인도적인 윤리적 관점에서 시험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시험 참여 동의는 보호자가 결정하게 되므로 보호자에게 확실한 동의를 구하는 것은 물론, 향후 있을지 모르는 보상규약에 대한 협의도 마련되어야 한다.

약물의 처치 및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는 동물병원 수의사가 담당하기 때문에,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수의사의 시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숙지가 필수적이다. 적합한 절차에 따라 검토 및 승인된 임상시험 자료집(Investigators Brochure)과 임상시험 계획서(protocol)가 준비되고 나면, 임상시험의 평가기준을 정의하여 환견의 포함 및 제외기준을 명확하게 명시한 상태에서 환견모집이 이루어질 것이다.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하면서도 윤리적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적절한 환견 수 및 통계 기법 또한 고려해야 한다. 환견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여러 동물병원에 광고를 하기도 하고, 커뮤니티를 이용하여 협조를 구하기도 한다. 한 곳의 동물병원에서 시험을 모두 실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다기관 시험 구조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기관별 시험 및 분석의 오차를 줄이기 위하여 혈액 검사 등을 중앙 분석 센터에서 실시하기도 한다.

반려견의 종양 크기 감소나 생존율의 증가를 그대로 사람의 임상 성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성적들과 함께 의도한 치료약물의 개념이 개에서 잘 작용하고 있었는지를 근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면역 종양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종양의 미세환경 변화, 유세포 분석(FACS) 결과를 비롯한 각종 바이오 마커의 변화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개와 사람 사이의 차이를 보정해 주어야 한다. 이때 분석 장비의 관리, 임상 수의사의 주관적 편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 그리고 각종 품질 관리 측면에 대해서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항목들이 합리적으로 만족될 때, 시험의 완성도 및 결과의 활용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자연발생 종양 환견을 이용하는 시험은 보통의 실험동물을 이용하는 실험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시험에 참여하는 환견들은 보호자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는 반려견들이기 때문에 시험의 참여로 인하여 환견 및 보호자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있어서는 안되며, 시험에 참여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많아야 시험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험에 참여함으로써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 신약에 조금이라도 빨리 접근해서 일반적인 치료 수준으로는 얻을 수 없는 환견의 삶의 질 개선이 최대의 이익이 될 것이다.

실제로, 임상시험에 모집된 대부분의 경우가 환견의 병태가 심각하여 현 의료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방도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보호자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에 시험에 참여한 경우이다. 이미 반려견을 이용한 임상시험을 많이 실시하고 있는 미국, 유럽 혹은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보호자들의 의견은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하여 철저하게 관리되는 시험인 만큼 비용은 실험동물을 이용하는 시험보다 더 많이 들 수밖에 없지만 모델의 적합성과 시험 결과가 가지는 의미는 무척 가치가 높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과 비교하면 훨씬 적은 비용일 것이다.

암 환견에 다양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시도..FoxP3, VEGFR2, IL-2, NK세포 등

일본은 첨단 바이오 약품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관대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규제기관의 경향은 실제 수의 임상 현장의 동물병원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어서 여러가지 면역항암 치료제들이 앞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교토에 위치하고 있는 가모가와 동물병원에서는 암 환견 치료에 자가 면역세포를 이용한 접근법을 일상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수의사 4명을 포함하여 총 12명이 일하는 중간규모의 동물병원인데 일반 진료뿐만 아니라 면역치료를 특화로 하는 재생의학을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으며 해마다 우수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필자가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하기모리 원장에게 병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면역치료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사용되는 설비들을 볼 수 있었다. 작은 규모이지만 세포배양기, 원심 분리기, 세포 계수기 등을 구비하고 있었다. 하기모리 원장은 근래 약 300여 마리의 증례를 경험하면서 면역치료에 있어 자신감을 가지고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일본에는 이렇게 면역 치료를 시도하는 동물병원이 전국적으로 약 45개가 있으며 나름대로 학회를 결성하여 학문적인 교류도 하고 있다고 한다. 환견에게 직접 면역치료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환견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하는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면역 종양 치료에는 수지상 세포와 T세포 치료를 병용하여 기존에 사용되던 cyclophosphamide의 부작용이 덜하도록 저용량 화학요법(metronomic chemotherapy)으로 투여하기도 하고, 분자표적 치료제인 Imatinib을 투여하여 FoxP3 발현 억제를 목적으로 하기도 하였다. 면역치료를 개의 종양치료제인 Toceranib과 병행하여 조절 T세포(Treg)에 발현된 VEGFR2의 억제효과를 기대하기도 하며, COX-2 억제제와 병용하여 효과 보기도 하였다. 아울러서 면역세포의 증식을 유도하는 사이토카인 IL-2 를 투여하거나 IFN-γ를 조절하는 방법, 종양 관련 항원(tumor associated antigen)을 증가시켜 면역반응을 증가시키는 등의 다양한 요법을 추가하기도 하였다. 치료성적을 보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사람의 면역치료제 개발에서 상상 가능한 모든 옵션을 개에서는 이미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치료에 대한 효과와 보호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을 한다. 근래에는 자가세포 뿐만 아니라 NK 세포 등의 키트도 만들어 치료에 응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후지모리 원장이 일하는 가모가와 동물병원을 보면서 면역 항암제 개발과정에서 반려견을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가능성을 보았다. 향후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며 최근 계획된 몇 가지 시험에 대해서는 일본과 다기관 시험으로 해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