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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반 신약 임상까지" 빅파마 新트렌드 가세

입력 2019-01-09 07:42 수정 2019-01-10 20:59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바이엘, 베링거인겔하임, BMS, 화이자 등 파트너십 통해 인공지능 신약개발 도전

존슨앤드존슨(J&J) 계열사 얀센은 2016년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베네볼런트AI(BenevolentAI)와 협약을 체결했다. BenevolentAI가 가진 인공지능 약물발굴 플랫폼을 이용해 얀센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새로운 적응증을 타깃할 가능성이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한 것이다. BenevolentAI는 얀센이 과잉행동장애, ADHD 등을 교정하기 위해 개발하다가 중단한 Bavisant를 발굴했다. 이들은 이 약물의 부작용 가운데 불면증이 있다는 것에 주목, 이를 병적 졸음 증상을 동반하는 파킨슨병 환자의 치료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 방식으로 새로운 적응증의 치료제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BenevolentAI는 최근 230명 규모의 임상2b상을 미국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에 등록하고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발굴한 신약후보물질이 실제 약효를 검증하는 환자 임상 단계까지 진입한 것이다.

빅파마와 인공지능 기반 기업들의 파트너십을 통한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작년 한해만 해도 바이엘, 베링거인겔하임,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BMS, GSK, 화이자 등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독일의 바이엘(Bayer)은 작년 11월 캐나다의 인공지능 신약 디자인 회사 ‘Cyclica’와의 협력을 공표했다. Cyclica는 저분자 화학물의 오프 타깃 프로파일을 분석, 약물 동력학적 특성을 파악하고 예측함으로써 다중 표적의 약물 설계가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의 프로테옴 스크리닝 플랫폼을 개발했다. 바이엘은 이를 활용해 멀티 타깃 약물 개발에 나선다.

바이엘은 인공지능을 신약 발굴 뿐만 아니라 약물 부작용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감시자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바이엘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환자의 안전 데이터를 신속하게 식별,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한 ‘Genpact’과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엘은 Genpact의 플랫폼을 기존 약물 모니터링 시스템에 활용해 신약 관련 부작용을 조기에 발견하는데 활용키로 했다.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은 작년 5월 신규 저분자 화합물을 발굴하는 플랫폼을 가진 ‘Bactevo’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Bactevo의 플랫폼은 기계 학습을 통해 약물 발굴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성이 높은 약물을 선별하는데 활용된다. 베링거는 Bactevo의 플랫폼을 여러 파이프라인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BMS는 2018년 2월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유래된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을 발굴하는 플랫폼을 보유한 ‘Sirenas’와 함께 신약을 발굴한다고 발표했다. Sirenas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통해 광범위한 분자 데이터 마이닝 기술인 ‘ATLANTIS’ 플랫폼을 개발했다. ATLANTIS는 천연 저분자 대사 산물과 질병 생리학적 상황의 복잡한 인과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구조 관계 및 각 대사 산물의 분포에 대한 신속한 파악이 가능하고 빠른 신규 후보물질 발굴이 가능하다.

GSK는 가장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빅파마 중 하나로 손꼽힌다. GSK는 외부 기업과의 공동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에 인공지능 담당 부서까지 마련했다. 작년 7월에는 구글과 단백질 결정을 구별하기 위한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또한 ATOM(Accelerating Therapeutics for Oppertunities in Medicine) 컨소시엄을 통해 200만개의 물질을 스크리닝하고 화학적 정보와 세포 수준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확보했다.

GSK는 2018년 5월 AI기반 신약설계 및 개발사인 ‘Cloud pharmaceuticals’와 협력해 신약개발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Cloud pharmaceuticals는 독자적인 AI 기반 프로세스를 사용해 약물 표적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분자를 발굴함으로써 약물 발굴 및 설계 과정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화이자(Pfizer)는 신약개발에 사용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 분자 모델링 플랫폼 개발을 위해 ‘Xtalp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MIT의 양자 물리학자 그룹이 설립한 Xtalpi는 양자 물릭학과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기반 컴퓨터 알고리즘을 결합해 저분자 후보물질의 물리화학적 및 약학적 특성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제공하는 ‘ID4’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분자 역할 모델링의 정확성 및 화학적 공간 범위를 개선하고 약물 발굴과 관련된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

화이자는 ‘Atomwise’의 플랫폼을 이용해 최대 3개의 표적 단백질에 대한 후보물질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화학적 분석을 통해 높은 결합력을 가진 화학 구조를 빠르게 스크리닝하는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을 가진 Atomwise와 화이자는 확인된 표적 단백질에 대해 수백만개의 분자를 분석해 높은 결합효율을 보이는 후보물질을 발굴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암젠(Amgen)은 약물 발굴 및 개발을 위해 머신 러닝을 활용하는 예측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Owkin'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와 손잡고 스마트헬스 서비스, 위조약품 온라인 추적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빅파마와 인공지능 기업들의 협업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얀센과 BenevolentAI처럼 실제 임상에 돌입한 사례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가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마일스톤 개념 정립, 빅파마들의 적극적인 투자, 고품질 데이터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많은 제약기업들이 실험실이 아닌 AI를 통해 나온 결과물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AI 플랫폼 활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에 인색하다"고 설명했다. 단백질체, 대사체 등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를 포함한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공과 민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