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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실패에 캐시카우 위협..빅파마 앨러간의 위기

입력 2019-03-11 09:36 수정 2019-03-12 06:39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우울증 치료제 '라파스티넬' 3상 실패 등 주요 후기임상 파이프라인 성과 부정적..캐시카우 보톡스는 대웅 '나보타' 도전 직면

미국 앨러간(Allergan)이 항우울제 ‘라파스티넬(Rapastinel)’ 임상 3상에 실패하는 등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이 위기에 봉착했다. 게다가 미국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앨러간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했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까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대웅제약-에볼루스 '나보타'로 인해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앨러간은 최근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치료제 라파스티넬 허가를 위한 3건의 임상 3상 결과가 임상종결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라파스티넬은 앨러간이 진행 중인 후기 임상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아온 파이프라인으로 2024년 3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작이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라파스티넬의 임상 실패 소식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앨러간이 2015년 Naurex에 5억6000만달러를 지불해 획득한 라파스티넬은 NMDA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길항제로 케타민(Ketamine)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독특한 약리학적 메커니즘을 가진 신약후보물질이다.

라파스티넬은 전임상 연구에서 NMDA 수용체의 활성을 직접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를 증가시키고 신속하고 지속적인 항우울 효과를 보였다. 앞서 수행된 임상2상의 경우, 라파스티넬을 적용하자 빠르게 항우울효과를 보였으며 한번 적용한 후 약 7일간 약효가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수행된 임상3상 ‘RAP-MD-01, 02, 03’은 항우울 치료제에 부분 반응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항우울제와 라파스티넬을 병용했을 때 위약 대비 효과와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인 ‘RAP-MD-01’과 ‘RAP-MD-03’은 각각 457명, 415명의 대상자를 상대로 무작위 이중맹검 형태로 위약 대비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수행됐다. 대상자들은 위약 또는 라파스티넬 450mg을 경구로 복용했으며 경구형 외에도 주 1회 정맥주사 형태의 약물이 투약됐다. 638명 규모로 진행된 ‘RAP-MD-02’은 앞선 2건의 임상3상과 유사한 형태로 설계됐는데, 치료군에 225mg 라파스티넬 적용군이 추가된 형태였다.

임상 모집 대상자는 최소 8주에서 18개월 안에 발병한 18~65세 사이의 주요 우울 장애 환자(MDD)로 현재 적용되는 항우울제 치료에 50%이하의 부분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 경력을 가진 사람을 선별했다. 설정된 주요 종결점은 임상치료가 끝나는 시점에서 우울증 평가 척도인 MADRS(Montgomery-Asberg Depression Rating Scale)의 변화였다.

3건의 임상을 통해 라파스티넬은 위약군과 비교해 안전성과 내약성은 입증했지만 약효 측면에서 우울증 증세 완화에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실망을 안겼다. 데이비드 니콜슨(Dabid Nicholson) 앨러간 연구 개발 책임자는 “이번 결과는 정신질환과 관련한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하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라고 말했다. 앨러간 측은 현재 진행 중인 MDD 단독 치료 임상의 데이터와 이번에 얻은 데이터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해당 파이프라인의 진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AMD·NASH 등 Key 파이프라인 후기임상 성공 '불투명'

앨러간이 대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어 인수한 주력 파이프라인들의 결과가 연이어 실망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앨러간이 라파스티넬의 임상 실패 공개에 앞서 3상 결과를 공개한 습성 황반변성AMD 치료제 ‘아비시파(Abicipar)’의 경우 임상에서 예상치를 넘는 부작용이 발생해 FDA 허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앨러간은 20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 건의 임상3상을 통해 기존 황반변성 치료제로 사용되는 루센티스와 비교해 약효의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또한 루센티스는 4주 간격으로 투약해야 하는 것에 비해 아비시파는 12주 간격으로 투약해도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앨러간의 발표에 따르면 각각의 임상에서 아비시파를 8주 간격으로 투약한 대상자들 가운데 안정된 시력을 나타낸 환자는 94.8%, 91.7%였으며, 12주 간격으로 투약했을 때는 91.3%, 91.2%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수치는 4주 간격으로 루센티스를 적용받은 환자군가 보인 96%, 95.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문제로 지적된 것은 부작용인 안구 내 염증 발생 비율이다. 루센티스가 1% 미만의 발생률을 보인 것과 비교해, 아비시파는 무려 15%의 환자에게서 안구 내 염증이 발생한 것이다.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앨러간은 올해 상반기 부작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제형을 이용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해당 임상의 데이터를 포함해 신약 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특허 만료를 앞둔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들이 출격을 대기 중인 것과 오리지널 의약품인 아일리아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약 기간을 늘리는 임상을 진행하는 등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아비시파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앨러간은 또한 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세니크리비록(Cenicriviroc)’의 임상 3상 데이터 판독 결과 발표를 미뤘다. 앨러간은 2016년 토비라 테라퓨틱스(Tobira therapeutics)를 인수하면서 ‘세니크리비록(Cenicriviroc; CVC)’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CVC는 케모카인 수용체로 작용하는 CCR2와 CCR5를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로 섬유화를 방지한다. 앨러간은 현재 2~3단계의 섬유화를 겪고 있는 성인 NASH 환자를 대상으로 2000명 규모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CVC 인수 초기부터 부정적인 의견의 목소리가 높았다. 토비라가 수행한 임상2상에서 일차 종결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임상2상에서 간 섬유화가 발생한 성인 NASH 환자 289명을 대상으로 12~24개월간 CVC 150mg을 투약하고 관찰한 결과, NAS 평가 기준에서 소엽의 염증 또는 간세포 변형의 개선을 포함해 최소 2점 이상의 감소를 목표로 했던 일차 종결점을 만족시키기 못했으며 지방질 축적을 저해하는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앨러간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임상3상(AURORA) 결과 발표를 2020년으로 늦춘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캐시카우 보톡스는 대웅제약·에볼루스 '나보타' 도전 직면

게다가 앨러간의 캐시카우인 보툴리눔톡신(보톡스)은 국내 대웅제약과 미국 에볼루스와 경쟁구도에 놓이게 됐다. 지난 2월초 대웅제약과 에볼루스이 나보타(미국명 주보)가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보타는 앨러간의 보톡스와 분자량이 900kD로 같아 동일하게 시술, 처방이 가능해 경쟁제품대비 편의성이 높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나보타의 미국 현지 판매는 미용적응증 제품 판매에 특화된 현지 파트너사 에볼루스(Evolus)가 맡는다. 에볼루스의 모회사 알페온(Alphaeon)은 200명 이상의 미국미용성형학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미국 미용성형 분야에서 강력한 의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앨러간의 보톡스 매출은 35억7740만달러로 전년 31억6890만달러 대비 12.9% 상승했다. 이는 앨러간 지난해 전체 매출 157억9000만달러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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