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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PR로 치료·진단까지..유전자교정 시대온다"

입력 2019-04-22 09:29 수정 2019-04-22 09:29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배상수 한양대 교수, 바이오코리아 강연.."유전자교정 시대 받아들일 논의 필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출현 5년만에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크리스퍼는 이제 인비보(in-vivo) 형태의 유전자 치료 뿐 아니라 진단에도 활용 가능하다. DNA를 직접 편집, 교정 가능한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배상수 한양대 교수(화학과)는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9’ 유전자 교정 세션에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유전자 교정 시대는 필연이며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배 교수는 이날 유전자 편집기술 중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소개하고 그를 활용한 치료 및 진단에 대해 소개했다.

분자생물학의 기본 개념 중 하나인 ‘중심원리(central dogma)’는 생명체의 유전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그 흐름을 설명하는 것이다. 세포가 가진 DNA는 전사돼 RNA가 되고 단백질은 RNA를 번역한 내용을 토대로 합성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지금까지 저분자화합물, 항체 등 대부분의 치료제들은 이 단백질을 타깃해왔다. 하지만 2000년 초반부터 유전자 치료의 개념이 본격화되면서 단백질의 전 단계인 RNA를 타깃, 억제해 병리적인 단백질 형성을 차단하는 siRNA 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DNA를 직접 조절, 교정함으로써 치료하는 유전자 교정(gene editing)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배 교수는 먼저 “유전자를 편집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읽고 쓰고 편집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읽기에 해당하는 시퀀싱 기술은 최근 몇 년 사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10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한 사람의 전체 유전정보를 읽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쓰기에 해당하는 DNA 합성기술도 마찬가지다.

그는 "30억개 베이스로 이뤄진 인간의 DNA 정보가 A, G, T, C 단 4개의 염기로만 이뤄져 있어 특정 부분을 편집하는 것이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유전자 편집의 어려움을 해결한 것이 바로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1세대 징크핑거(ZFN), 2세대 탈렌(TALEN), 3세대 크리스퍼(CRISPR) 순서로 발전해왔다.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는 아연을 포함하는 단백질이 특정 유전자를 인식하고 이를 절단효소를 이용해 잘라 편집, 교정하는데 3개의 베이스 단위로 유전자 인식이 가능하다. 식물 병소에서 유래한 탈렌의 경우 1개 단위로도 인식이 가능해 더 정확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졌다.

2013년 3세대 크리스퍼 기술이 소개됐다. 배 교수는 "크리스퍼는 Cas9 단백질 하나가 모든 역할을 수행해 구조가 단순해 제조가 쉽고 정확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졌다. 가이드 RNA의 시퀀스만 교체하면 다양한 타깃에 적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체내에 존재하는 유전자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분화 이전의 수정란과 같이 특정기간의 특정세포에 적용하게 되면 드라마틱한 유전자 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5년 배아세포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 유전자 교정에 성공한 첫 사례 이후 2017년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단장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미탈리포프 오리건대 교수가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 그동안 이뤄진 연구들은 모두 유전자 교정이후 착상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지 않은 실험이었다.

2018년에는 뜻하지 않은 소식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에서 HIV 감염 경로인 CCR5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제거한 수정란으로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연구 윤리 등의 측면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실제로 인간의 DNA를 편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배상수 교수는 이어 “유전자 가위는 DNA가 있는 모든 생명체에 적용이 가능하며 유전자 치료 뿐만 아니라 진단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혈액 내 존재하는 ctDNA(circulating tumor DNA)를 기반으로 하는 조기진단을 수행했는데 WT(wild type)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자르고 나머지 변이 유전자들을 증폭시켜 아주 소량으로 존재하는 변이형 유전자도 검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대장암과 정상인의 혈액 내 DNA를 분석한 결과, 0.01%까지도 분석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배 교수는 "유전자 교정의 기술발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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