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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코오롱, 허위자료 제출..과학적 근거 못내놨다"

입력 2019-05-28 12:41 수정 2019-05-29 10:19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인보사 국내 퇴출 및 형사고발 결정..5가지 허가취소 사유 ①신장세포 확인 ②허위자료 제출 ③추가자료 미제출 ④2017년 세포변경 확인 ⑤과학적근거 미제시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오송 식약처에서 인보사 허가 취소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주'에 대해 퇴출을 결정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보사 임상재개에 대한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규제기관이 선제적으로 허가 취소에 나선 것이다. 인보사 주요성분 변경 의혹과 관련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조사에서 더이상 허가를 유지할 수 없는 결정적인 문제들을 확인했다는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인보사의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졌다"면서 "이날부로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허위자료 제출을 이유로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형사고발도 진행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를 입증할 수 있는 일체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식약처 시험검사,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미국 현지조사 등 추가 검증을 실시했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은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으며,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다면 허가 취소를 결정한 다섯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식약처는 인보사 2액의 최초세포(Master Cell Bank), 제조용세포(Working Cell Bank) 등에 대해 유전학적 계통검사(STR)를 실시한 결과 신장세포임이 확인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당시 제출한 연골세포가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식약처는 이어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 중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연골세포)’과 ‘2액’의 단백질 발현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은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식약처가 2액의 최초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gag․pol)가 검출됐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세번째는 미국 코오롱티슈진이 허가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현지실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전에 2액 세포에 삽입된 TGF-β1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관련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전자치료제에서 세포에 삽입되는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는 의약품의 품질과 일관성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이므로, 허가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한 2017년 이미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임상용 제품의 위탁생산업체 검사를 통해 2액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는 점도 허가 취소의 이유가 됐다. 코오롱생명과학 역시 당시 검사결과를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이메일로 전달받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는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2액이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액의 DNA 지문분석결과 단백질 발현 분석결과 등 허가 당시 2액을 연골세포로 판단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으며,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강 국장은 "이러한 사실 등을 종합해 볼 때 인보사케이주 허가를 위해 제출한 서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서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다만 ▲세포사멸시험을 통해 44일 후 세포가 더 이상 생존하지 않음이 확인됐다는 점 ▲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한 장기추적 관찰 결과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 ▲ 전문가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까지 인보사케이주의 안전성에 큰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만약의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식약처는 전체 투여환자(438개 병·의원 3707건 투여)에 대한 특별관리와 15년간 장기 추적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구개발 단계부터 허가, 생산 및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유전자치료제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허가·심사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한 세포의 혼입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연구개발과 제조 등에 사용된 세포에 대한 유전학적 계통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판매·투여내역 및 이상사례 등록 등 장기추적조사를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날 장 종료 시까지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권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